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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제 역할 잘하면 수신료 인상 찬성하죠”

등록 2017-08-10 15:56수정 2017-08-10 21:08

‘돌마고 불금파티’ 전회 참석 시민 인터뷰

IT 업계 종사하는 40대 직장인 조성지씨
“자본에 종속되기 쉬운 언론…
국민 세금 들어가는 공영방송 살리면
다른 언론도 왜곡보도 덜하지 않을까”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 앞,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번갈아 열리는 ‘케이비에스와 엠비시를 되찾아오는 보람찬 불금파티’(불금파티)에 매주 참석한 조성지씨.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민언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왼쪽 팔목에 ‘김장겸·고영주 물러나라’, ‘이인호·고대영 물러나라’가 적힌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불금파티에서 무료로 받은 것이다.  김효실 기자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 앞,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번갈아 열리는 ‘케이비에스와 엠비시를 되찾아오는 보람찬 불금파티’(불금파티)에 매주 참석한 조성지씨.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민언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왼쪽 팔목에 ‘김장겸·고영주 물러나라’, ‘이인호·고대영 물러나라’가 적힌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불금파티에서 무료로 받은 것이다. 김효실 기자
푹푹 찌는 더위와 습기로 야외 행사는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날씨다. 이 불쾌한 조건을 뚫고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 앞,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번갈아 열리는 ‘케이비에스와 엠비시를 되찾아오는 보람찬 불금파티’(불금파티)에 ‘개근’을 기록한 사람이 있다. 기자·피디 등 언론 종사자가 아닌 시청자 시민 조성지(44·직장인)씨를 9일 저녁 서울 공덕동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실에서 만났다. 불금파티를 주최한 ‘케이비에스·엠비시 정상화 시민행동’ 기획단장을 맡은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볼 게 없더라고요.” ‘언론개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이 툭 튀어나왔다. 조씨는 “어느 날 문득 티브이고 신문이고 다 볼만한 게 없어서 팟캐스트만 찾아 듣는 걸 인식하는 순간이 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도 떠올렸다.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를 포함한 반인격적 보도, 부실 보도 행태를 목격하고 나니 언론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을까 궁금해졌어요.”

조씨는 지난해 여름 <김어준의 파파이스>(한겨레티브이)에서 민언련과 함께 진행한 종합편성채널(종편) 감시 꼭지 ‘종편때찌 프로젝트’를 접하고, 자신이 직접 언론개혁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민언련에 후원을 시작한 일이다. 민언련은 같은 해 4월 ‘2016총선보도감시연대’ 활동을 마친 뒤, 자금이 부족해 종편 감시를 위한 일상 모니터링을 중단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방송 말미에 후원회원 모집공고를 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김언경 처장은 “방송 시작 2주 만에 5000여명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시민들이 종편에 대한 분노가 크게 쌓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실에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과 민언련 회원 조성지씨를 함께 만났다. 김효실 기자
지난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실에서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과 민언련 회원 조성지씨를 함께 만났다. 김효실 기자
조씨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둘러싼 한국방송·문화방송 구성원들의 싸움도 민언련 팟캐스트 <미디어탈곡기> 등을 통해 꾸준히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달 21일 첫 불금파티가 열렸을 때 큰 망설임 없이 참여했다. “한국방송, 문화방송은 공영이잖아요. 다른 언론도 문제는 많지만,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곳들이니 우선 이들 먼저 살려야 다른 곳도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모히토·팥빙수를 나눠 먹고, “김장겸 물러나라”고 외치다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김민식 문화방송 피디의 발언을 직접 듣는 등의 ‘재미’도 누렸다.

두 번째 불금파티는 “한국방송에 갔는데, 문화방송도 한 번은 가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직장이 있는 경기 의왕시에서 1시간30분여가 걸리는 상암동까지 찾아갔다. 이날의 ‘충격과 공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춘천문화방송지부에서 상영한 송재우 춘천문화방송 사장의 ‘메롱’ 영상이었다. 송 사장은 지난 4월26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하는 노조원들을 향해 여러 차례 본인의 혀를 내미는 모습이 공개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조씨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그런 행태를 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이 공영방송 곳곳에서 활개 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고 했다.

조씨가 시민행동에서 진행하는 ‘케이비에스·엠비시 적폐 이사 파면 시민청원’에 서명한 계기도 비슷하다. 시민행동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임면권을 쥔 방송통신위원회에 시민 의견을 전달할 목적으로 이인호 한국방송 이사장, 조우석 한국방송 이사,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김광동 방문진 이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이 공영방송의 공정성·자율성을 훼손하면서 시청자의 권익 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등 방송의 공적 책임 수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본인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했는데 듣지를 않아서 끌어내리고 법정 앞에 세운 게 아닌가. 이명박 정권처럼 공영방송 이사를 편법으로 찍어내는 일에는 반대하지만, 파면 사유가 분명한 인사들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파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겨울에는 (탄핵) 촛불집회 참여하느라 엄청 추웠는데, 올해 여름은 불금파티로 계속 덥네요.” 조씨는 특히 지난달 29일에 관람한 영화 <공범자들>, 최근 <시사인>이 공개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과 언론인과의 문자메시지를 보고는 “참석 의지를 불태웠다”고 했다. “저도 많은 기사를 포털에서 ‘공짜로’ 보는 사람으로서 광고로 먹고사는 기성 언론이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자본에 그렇게까지 종속됐을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더 공영방송을 살려야겠다 싶습니다. 공영방송들이 제 역할을 한다면 다른 언론도 그렇게까지 왜곡보도를 할 순 없지 않을까요? 저는 한국방송이 정상화만 된다면 수신료 인상도 찬성할 겁니다.”

11일 불금에도 파티는 계속된다. 김언경 단장은 “성지씨와 저만 해도 공영방송의 ‘좋은 보도’를 기억하는데, 요즘 20대에게는 ‘늘 별로였던 방송’이어서 그런지 ‘공영방송이 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직접 파티에 참여해보면 공영방송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리즈 시절’(전성기를 일컫는 말)에 내보낸 ‘좋은 방송 프로그램’을 가공해서 다른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도 곧 시작할 계획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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