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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블랙리스트’, 제작 거부에 기름 부었다

등록 2017-08-09 17:39수정 2017-08-09 20:19

카메라 기자 50명·시사교양 피디 30명 제작거부 선언
취재기자들 10일 총회…제작거부 결의 여부 논의키로
노조, 김장겸 사장 등 검찰 고소
회사쪽 “진상조사” 뒤늦게 진화 나서
카메라기자들의 개별 성향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평가해 분류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부터)과 권혁용 문화방송 영상기자회장 등이 문화방송 법인과 김장겸 사장(전 보도국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전 보도부국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고소하러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문화방송 영상기자회는 이날 정오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카메라기자들의 개별 성향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평가해 분류한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부터)과 권혁용 문화방송 영상기자회장 등이 문화방송 법인과 김장겸 사장(전 보도국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전 보도부국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고소하러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문화방송 영상기자회는 이날 정오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방송 프로그램 제작 중단에 참여하는 <문화방송>(MBC) 기자·피디가 100명을 넘어섰다. 2012년 파업 참여 여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기준으로 카메라기자의 개별 성향·등급을 분류한 ‘문화방송판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다. 문화방송은 “진상조사를 하겠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보도국 등 다른 국실 소속 구성원들도 제작거부 여부를 논의하기로 해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블랙리스트’ 문건 피해자인 카메라기자 65명 가운데 50명은 9일 오전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이날 정오부터 30명이 제작거부에 들어갔으며, 다른 20명은 10일 오전부터 동참할 계획이다. 앞서 오전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와 문화방송 영상기자회가 문건 작성자인 ㄱ기자, 문건 작성 시기 보도국 책임자인 김장겸 국장(현 사장), 박용찬 부국장(현 논설위원실장), 문화방송 법인을 부당노동행위·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지난달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피디 32명이 불합리한 지시에 항의하며 제작거부를 시작하고 <피디수첩>이 3주째 결방한 가운데, 제작거부 움직임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날 콘텐츠제작국 소속 시사교양 피디 30명도 제작거부에 들어가면서, 간부진의 보도통제 사례를 발표했다. 사례를 보면 △2016년 8월 <엠비시스페셜>에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를 다루려고 하자 “(박 변호사의) 이력이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며 아이템 불허 △2017년 촛불 집회 아이템 불허, 탄핵 다큐 불방, 6월 항쟁 특집 다큐 제작 중단 △2017년 광복절 특집 다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체’ 기획 무산 등이다. 이밖에도 △2015년 2월 <엠비시스페셜> ‘조희팔을 찾아라’ 편 제작 때 “표창원(현 의원)을 쓸 거면 미리 보고하라” 지시 △2016년 11월 <출발 비디오 여행> ‘2017년 기대되는 배우들’ 편에서 배우 송강호와 영화 <변호인>을 다루자 대본 제출 요구 △2016년 11월 <엠비시스페셜> ‘공부중독’ 편에서 유시민 작가 인터뷰가 방송되자 “문제 인사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질책한 사례 등이 공개됐다.

지난달부터 문화방송 기자회가 보도통제 사례를 취합해온 보도국 소속 취재기자들은 10일 총회를 열어 제작거부 결의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문화방송은 고소와 제작거부 선언이 이어진 직후 입장문을 내 “특정인이 작성한 문건은 구성원 내부의 화합을 해치고 직장 질서를 문란시킨 중대한 행위”라며 “조속한 시일 내 영상기자회를 포함해 전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관련자는 예외 없이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관용 없이 엄중하게 조처할 방침”이라 덧붙였다. 이는 전날 노조에서 문건을 공개한 직후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해서 회사를 비방·매도하는 행위는 언론노조가 늘 해오던 방식”이라며 반발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피해자들은 회사 쪽의 이런 변화에 의문을 품고 있다. 문화방송 영상기자회는 이날 논의를 거쳐 회사 쪽이 제안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기자회는 성명을 내어 “사측은 ‘블랙리스트’를 ‘노노갈등’에 의한 ‘개인의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황당한 거짓임을 알 수 있다”며 “‘개인용 자료’라면서 기자 전원을 대상으로 입사연월과 기수, 성향을 일목요연하게 등급으로 분류하여 보고문건의 양식으로 작성했기에, 분명히 보고대상을 위해 목적을 가지고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경영진이 연루된 정황이 뚜렷한 상황에서, 이들과 함께 진상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권혁용 영상기자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회사가 보도자료를 내기 전 진상조사 관련 연락을 해온 게 없다”며 “회사 쪽은 어제까지만 해도 법적 조치 운운하며 겁박하고, ‘노노갈등’으로 몰려고 했다. 제3의 기관(검찰)에 진상조사를 맡겼는데 이제야 이런 대응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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