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10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경찰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며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이후 한 위원장은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은 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고, 5월31일 대법원에서 3년형이 확정됐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제작진이 21일 간부진의 제작자율성 침해에 항의하며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이에 문화방송은 제작진이 소속된 시사제작국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제작 거부에 따른 결방 등의 책임은 제작진에 있다. 사규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하겠다”며 징계를 예고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노조)는, “8월1일치 방송 아이템 발제가 비합리적인 이유로 묵살됐다”며 <피디수첩>을 제작하는 피디 11명 가운데 10명과 작가진이 이날 오후 6시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제작진과 문화방송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사제작국장은 제작진이 8월1일 방영분으로 15일 낸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기획안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명 문제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다루는 건 이해상충에 따른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며 제작을 불허했다. 제작진은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으로 기획안을 바꿔 제출했으나, 시사제작국장은 “제목만 바뀌었을 뿐 기획 내용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공정성과 객관성 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며 또다시 제작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 제작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제작진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프로그램은 회사의 주장처럼 한상균 위원장의 ‘구명’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 위원장의 실형 선고에는 다양한 시선이 있는 걸 알고 있고, 골고루 다루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또 “프로그램 기획은 최근 국회의원의 노동자 비하 발언, 집배원의 자살, 졸음운전으로 사고 낸 버스기사, 최저임금 문제 등과 관련해서 한국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다루자는 데서 시작됐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양대 노동자집단 가운데 한 곳인 민주노총의 대표자가, 노동자의 이익을 주장하는 집회에서 폭력 사태가 있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은 일을 빼놓을 수 없다고 여겼다”며 “한상균 위원장만이 아니라, 한국 노동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회사 쪽은 이날 저녁 낸 입장문에서 “<피디수첩>이 마침내 언론노조의 상부기관인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한상균 위원장 관련 아이템은 제목이 무엇이든 (민주노총의) ‘청부 아이템’”이라며 “방송제작을 결코 승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제작진은) 향후 외부 매체를 동원해 회사에 대한 공격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언론노조가 <피디수첩>발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외부 세력에게 문화방송 내부 문제에 개입할 빌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디수첩 제작진이 결방 사태와 징계를 각오하면서까지 제작거부에 들어간 배경에는, 지난 수년 동안 피디들의 제작자율성 침해 사건이 계속 누적되어 온 문제가 있다. 제작진은 “'한상균 아이템’ 건은 99도의 물에 더해진 1도의 열일뿐”이라며 “회사 쪽은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의 문제를 ‘민주노총 프레임’에 가두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문화방송은 지난 5월 <엠비시 스페셜> 6월 항쟁 편을 준비하다 간부들의 제작중단 지시에 반발한 김만진 피디와, <시사매거진 2580>에서 세월호 인양 내용을 보도하면서 인양 지연 비판 인터뷰를 삭제하라는 담당 국장의 지시에 반발한 조의명 기자에게 지시 불이행 등 취업규칙 위반을 사유로 징계를 내려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피디수첩 제작진들은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작거부에 들어가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날부터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에 손팻말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방송은 25일부터 결방될 것으로 보인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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