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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도청 의혹’ 진실 밝혀 KBS 자정능력 보여주고파”

등록 2017-07-06 16:37수정 2017-07-06 21:10

정필모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장 인터뷰
2011년 민주당 도청 의혹사건
‘뉴스타파’ 보도로 재점화
한국방송기협, 자체 진상조사위 꾸려
“저널리즘 윤리, 신뢰 관련 중대 사안”
정필모 진상조사위원장
정필모 진상조사위원장
<한국방송>(KBS) 기자들이 6년 만에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진상 조사에 나섰다.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은 2011년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한국방송에서 몰래 녹음한 뒤, 해당 내용을 문건으로 작성해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에게 넘겼다고 의심받은 일이다.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한 의원과 한국방송 정치부 장아무개 기자를 무혐의 처분해,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고 미제로 남았다. 하지만 지난달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가 임창건 당시 한국방송 보도국장(현 케이비에스아트비전 감사)의 “케이비에스가 한나라당에 줬다”는 증언을 단독 보도하면서 진실을 가릴 불씨가 되살아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가 언론단체와 함께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데 이어,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도청의혹사건 한국방송 기자협회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출범시켰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별관 로비에서 정필모 진상조사위원장을 만났다. 정 위원장은 1987년 한국방송에 기자로 입사했으며, 언론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를 지낸 ‘최고참급’ 기자다. 진상조사위원 14명은 모두 전임 기자협회장으로 구성됐다. 기협은 2014년 길환영 당시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의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 보고서를 회사 쪽과 이사회에 제출하며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역대 협회장들이 총동원되어 조사위를 꾸린 건 처음이다. 그만큼 이 사건을 심각하고 중대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내부에 조사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조사위는 사건에 어떤 예단도 갖지 않고 중립·객관성을 지키며 조사에 임할 것이다.” 정 위원장은 조사위가 ‘결론’을 미리 내린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 보도 다음날, 임창건 당시 보도국장은 한국방송 사내 게시판에 직접 해명글을 올려, 자신의 발언을 일부 뒤집었다. 임 전 국장은 글에서 “케이비에스가 한 의원에게 문건을 전달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저는 당시 어떤 인터넷 기사에서 관련된 내용을 본 기억이 있어서 당시에 우리가 이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임 전 국장의 뉴스타파 인터뷰 때문에 기협 차원에서 재조사 필요성을 느꼈지만, 아직 사건과 관련해 ‘소문’에 불과한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조사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로, “시청자 국민들에 대한 책무”를 들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법률 위반 이전에 저널리즘 윤리 측면에서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한국방송은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다른 언론보다 공적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문제를 논의했다. 이 때문에 이해당사자인 한국방송이 회의 내용을 빼내려고 취재기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은 한국방송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했다. 정 위원장은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한국방송 윤리강령·보도준칙을 위반한 행위”라며 “이런 사건이 계속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미제로 남을 경우 한국방송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므로, 진상조사위는 조사 대상·범위·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당시 보도본부 지휘선상에 있던 모든 기자와 김인규 당시 한국방송 사장(현 경기대 총장), 한선교 의원(현 자유한국당), 당시 민주당 불법도청진상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천정배 의원(현 국민의당) 등에게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다음달 중순까지 조사를 완료한 뒤, 필요한 경우 조사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방송에서는 고대영 사장 퇴진 운동이 한창이다. 고 사장이 한국방송 저널리즘을 망가뜨리고 공영방송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고 사장은 사건 당시 보도본부장으로, 2015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청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임 전 보도국장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고 사장이 수신료 인상 관련 사항을 챙긴 인물이라고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사장 퇴진 운동과 조사위 활동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분했다. “사장의 잘못을 전제하거나, 조사를 사장 퇴진 운동에 이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만약에 현 사장이 사건에 개입된 게 사실로 드러나면 퇴진 사유가 하나 추가되는 것뿐이다.”

정 위원장은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날 경우, 회사 쪽에 책임자 조처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 시민들에게 사과를 하자고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위 활동으로 한국방송에 자정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한국방송이 정치적 독립성을 쟁취한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으로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저널리스트들이 공적 책무를 더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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