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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3171일 노종면 기자 “YTN 사장에 도전합니다”

등록 2017-06-12 10:59수정 2017-06-12 11:14

11일 밤 조합원 등에 출마 뜻 담은 글 전달
“노조 요청 없어…해직자 권유 받고 결심”
사장 탈락할 경우 복직 거부 ‘배수의 진’
해직 3천일을 넘긴 <와이티엔> 현덕수, 조승호, 노종면 기자. <와이티엔> 노동조합 제공
해직 3천일을 넘긴 <와이티엔> 현덕수, 조승호, 노종면 기자. <와이티엔> 노동조합 제공

해직 3천일을 넘긴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노종면 기자가 와이티엔 사장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노 기자는 11일 밤 9시께 와이티엔 노동조합에 “와이티엔 사장 공모에 입후보하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전했다. 그는 ‘조합원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시대가 열렸다. 와이티엔 사장 공모 역시 촛불이 요구한 결과다. 저의 (사장 출마) 결심이 촛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쉼 없이 자문하며 공모 절차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출마 계기를 두고는, “권력에 줄을 댄 적도 없고 노조의 요청을 받거나 상의한 적도 없다. 일부 해직자의 권유를 받고 혼자 고민해 담담히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노 기자와 가까운 한 와이티엔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평소 노 기자의 측근 일부가 노 기자에게 ‘공정방송을 실천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직접 공정방송을 만드는 주체가 되면 어떨까’ 얘기해왔다. 이런 주변 권유가 노 기자에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노 기자는 사장 공모에서 탈락할 경우, 복직하지 않을 의사도 밝혔다. “이번 도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와이티엔에서의 제 소임이 끝났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와이티엔 사장, 배수의 진도 없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와이티엔은 지난 5일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냈다. 지난달 조준희 사장이 자진사퇴하고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앞서 와이티엔 이사회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운영 방안을 승인했다. 사추위는 모두 5명으로, 주주사가 추천한 3명, 회사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1명, 시청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1명으로 구성된다. 사추위는 16일 서류접수가 끝나면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2~3배수의 사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이들 가운데 1명을 사장으로 선정하며, 신임 사장은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와이티엔 노사는 또, 해직기자 복직 문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와이티엔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낙하산 사장’ 인사를 반대하던 당시 노조 집행부 6명이 집단 해고됐는데, 이 가운데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아직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다.

아래는 노종면 기자가 11일 와이티엔 노동조합과 측근에게 보낸 글 전문이다.

조합원 여러분께.

3,171일.

첫 직장,

꼬박 6개월 동안 월급 한푼 못 받으면서도 지켰던 회사,

제게 기자로 살게 해준 언론사 YTN.

바로 그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지 삼천일이 넘었습니다.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번도 복직의 꿈을 접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한순간 복직을 의심해 본적 없습니다.

정권과 결탁한 이들이 강탈해 간 YTN 기자라는 직함을 되찾는 싸움,

그 싸움의 끝이 복직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제 삼천일 넘게 지켜온 복직의 꿈을 내려놓습니다.

저는 YTN 사장 공모에 입후보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으로 복직 투쟁에 함께 해오신 분들께서 실망을 하게 될 지,

본질이 같은 것으로 이해해 주실 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해를 구합니다.

결심을 한 이상 최선을 다해 뜻을 이루려 합니다.

YTN 외부는 물론이요

내부에 있는 그 누구로부터도 조력 받지 않고

오로지 제 의지와 힘으로 뜻을 이뤄내겠습니다.

권력에 줄을 댄 적도 없고

노조의 요청을 받거나 상의한 적도 없습니다.

일부 해직자의 권유를 받고 혼자 고민해 담담히 결심했습니다.

이번 도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YTN에서의 제 소임이 끝났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장 떨어져도 복직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다수라면

저는 지금 당장 결심을 철회하겠습니다.

YTN 사장, 배수의 진도 없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당부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만약 뜻을 이룬다면 YTN 공정방송 투쟁의 승리로 규정하고

YTN의 개혁, 진정한 통합과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서겠습니다.

그때 동지들이 9년 동안 펼치지 못했던 지혜와

벼려두었던 용기를 분출시켜 주셔야 합니다.

동지들의 지혜와 용기가 제 결심의 원천입니다.

더 드릴 말씀이 적지 않지만

YTN 사장 선임 절차가 끝날 때까지 말을 아끼겠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시대가 열렸습니다.

YTN 사장 공모 역시 촛불이 요구한 결과입니다.

저의 결심이 촛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지

쉼 없이 자문하며 공모 절차에 임하겠습니다.

동지들과 상암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그날을 그립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2017년 6월 11일 양평 새꽃마을에서,

동지들께 늘 고마움을 안고 사는 노종면 올림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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