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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언론사 입맛따라 ‘진실-거짓’ 판정 다른 팩트체크

등록 2017-05-19 08:00수정 2017-06-02 14:36

대선기간 동일 검증 대상 12건 결과 제각각
“선거보도의 새 전형” 긍정 평가에도
각사 편집방향·취재력 등에 영향받아
벌언 일부만 발췌해 판정한 경우도 있어

검증 대상도 정책보다 공방에 치우치고
사실 확인에 그칠뿐 더이상 확장 못시켜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언론에는 ‘팩트체크(사실확인) 열풍’이 일었다. <제이티비시>·<채널에이>·<티브이조선>이 ‘팩트체크’ 꼭지를 운영했고, <에스비에스>는 ‘사실은’, <한국방송>은 ‘대선후보 검증’ 꼭지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대학과 신문·방송 16곳이 손잡고 팩트체크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겨레>도 ‘진짜판별기’(짜판)란 이름의 팩트체크 인터넷 페이지를 운영했다.

‘팩트체킹 보도’는 정치인의 발언·약속, 정치광고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보도를 의미한다. 검증 결과는 ‘거짓/대체로 거짓/대체로 진실/진실’ 등 단계별로 판정해 제시한다. 팩트체크 보도는 1988년 미국 대선에서 처음 등장했다. 미국 언론계에선 2004년 대선 때 독립적·체계적인 사실 검증 기구가 등장하면서 붐을 이뤘고, 10여년 동안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신문·방송 16곳이 협업하는 ‘에스엔유(SNU) 팩트체크’는, 서비스를 시작한 3월29일부터 선거 전날인 5월8일까지 플랫폼에 입력된 사안이 총 144개이며 이 가운데 22개는 언론사 2곳 이상이 검증해, 팩트체크 결과는 모두 177개라고 밝혔다. 하루 평균 4.3개가 등록된 것이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지난해 미국 대선을 목도하며 ‘가짜 뉴스’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각심과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국내 언론도 실천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팩트체킹 보도는 이번 대선에서 선거보도의 새로운 전형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거짓’도 되고 ‘진실’도 되는 팩트? 편집 방향이 서로 다른 언론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한 팩트체크 결과가 일치한다면, 유권자는 후보자 선택을 앞두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언론사가 서로 다른 검증 결과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 에스엔유 팩트체크의 경우를 살펴보면, 서로 다른 언론이 교차검증한 22개 사안 가운데 언론사들의 판단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을 넘는 12건이었다. 이 가운데 11건은 판정 차이가 한 구간 또는 두 구간이며, 나머지 1건은 아예 세 구간 차이로 ‘사실’과 ‘거짓’으로 나뉘어 ‘논쟁 중’ 이슈로 분류됐다.

이 ‘논쟁 중’ 이슈는, 4월19일 열린 티브이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한국일보는 ‘사실’, 조선일보는 ‘거짓’으로 상반된 판정을 한 경우다. 정은령 에스엔유 팩트체크센터장은 “두 언론사는 여야가 실체적으로 합의를 이루었는가 아닌가, 합의가 있었지만 이행되지 않은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독자적 취재를 통해 서로 다르게 사안을 해석했다”고 했다. 팩트체크 보도 또한 언론사의 편집방향과 취재력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SBS
SBS
'팩트체크’라고 하면서 ‘진실’ 또는 ‘거짓’이라는 판정을 하지 않은 보도도 있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4월23일 티브이토론에 나와 “일심회 사건에 문 후보 쪽 386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정원장 불러 그만두라고 했다. 이런 사실이 위키리크스에 폭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팩트체크 대상으로 삼은 티브이조선은 다음날 방송에서 “(일심회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이 문 후보와 직접 상관있다는 증거는 없다. 무관하다”면서도, 김 전원장이 받았다는 사퇴압박을 뒷받침하는 주장을 덧붙였다.

"2011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당시 상황이 폭로됐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일부 비판론자들에게 들은 내용으로 ‘노 대통령이 내부회의에서 김승규 국정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승규 전 원장이 자신의 해임 사유에 대해 (홍 후보 주장과 유사한 내용을) 증언한 바 있다”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보도자료도 소개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가 2011년 공개한 버시바우 대사의 관련 문건 내용을 ‘폭로’로 보기는 힘들다.

한나라당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주장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담겨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에스비에스와 제이티비시, 경향신문 등은 위키리크스 원문을 제시하면서 홍 후보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티브이조선은 홍 후보의 주장이 전체적으로 ‘진실’ 또는 ‘거짓’인지 판정하지 않은 채, 보도를 마무리 지었다.

맥락 설명과 숨겨진 진실 폭로까지 이어가야 정치인의 ‘입’을 좇는 팩트체크 보도가, ‘따옴표 저널리즘’처럼 언론이 정치인이 주목하길 바라는 이슈에만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후보 간 공방을 검증하는 와중에 다른 사회적 주요 이슈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스엔유 팩트체크 자료를 보면, 이번 대선 기간 중 사실 검증을 거친 이슈들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건 정책이 아니라 후보나 후보자 가족의 행적, 후보들 상호 간의 공방이다.

전문가들은 팩트체크의 주체인 언론이 유권자들에게 그 맥락과 의미를 더 폭넓게 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센터장은 “후보 발언에서 언급된 미세한 사안 그 자체의 진실을 가리는 것 못지않게, 그러한 미세한 사안이 표상하고 있는 더 큰 맥락을 드러내는 것이 팩트체킹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라고 했다.

언론이 드러난 발언과 주장의 사실 확인에만 몰두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웅 교수는 “사실 확인은 언론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지만, 그게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인지는 의심스럽다. 권력자가 ‘숨긴 사실’을 그 의도와 동기와 함께 폭로하는 일이 필요한데 이번 대선에서 그런 보도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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