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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SBS ‘세월호 오보’ “부실취재·부적절 데스킹 문제”

등록 2017-05-15 19:21

4일 시청자위원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꾸려
열흘 동안 관련자 두 차례씩 면담, 기록 검토
“악의적 의도, 외부 압력 흔적은 찾지 못해”
지난 2일 에스비에스 <8뉴스>의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오보 장면. 에스비에스 갈무리.
지난 2일 에스비에스 <8뉴스>의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오보 장면. 에스비에스 갈무리.

<에스비에스>(SBS)가 대선 전인 지난 2일 저녁 보도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오보는, 뉴스 제작 시스템상의 총체적 게이트키핑 ‘부실’과 보도 책임자들의 ‘직무 태만’ 탓에 발생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에스비에스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에스비에스본부는 15일 오후 각자 공식 누리집에 ‘5월2일 SBS 8뉴스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보도 경위 진상조사보고서’ 파일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게시했다. (▶에스비에스 바로가기 ▶노조 바로가기). 언론사로서는 이례적인 대처다. 에스비에스는 또 이 보고서를 토대로 주중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의 징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노조는 3일 자체 긴급조사를 실시해 ‘5월2일 SBS 8뉴스 ‘보도 참사’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 성명을 발표하면서, 회사 쪽에 시청자위원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회사 쪽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시청자위원 2명(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노조 공정방송위원회, 한국기자협회 에스비에스지회 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조사위는 4일부터 14일까지 열흘 동안 에스비에스 보도본부 보도정보시스템에 남아있는 기록을 확인하고, 취재기자와 담당 부장(뉴스제작1부장), 보도제작부국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보도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씩 면담 조사를 실시했다. 관련자 면담과 증언 청취, 조사대상자들이 제출한 관련 자료 분석 등도 진행했다.

진상조사위는 해당 보도의 취재 단계부터 3일 <8뉴스>에서 5분 가량 사과방송을 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으며, 단계별 문제점으로 △부실한 취재 △부적절한 데스킹 △허술한 게이트키핑 △뉴스 제작 시스템의 문제 총 4가지를 제시했다.

지난 3일 에스비에스 김성준 보도본부장 겸 앵커가 <8뉴스> 들머리에 전날 보도를 사과했다. 에스비에스 갈무리
지난 3일 에스비에스 김성준 보도본부장 겸 앵커가 <8뉴스> 들머리에 전날 보도를 사과했다. 에스비에스 갈무리
부실한 취재가 ‘씨앗’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취재 단계에서는 해당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발언을, 해수부 안의 다른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교차검증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또 기사의 취지가 해수부 비판이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가 거론되는 만큼 후보 쪽 답변을 취재해 기사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취재기자의 직속 상사인 뉴스제작1부장은 4월28일 취재기자의 기사 발제를 받고 보강 취재를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추가 취재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인데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선체조사위원회 시행령이 통과됐다는 사실과 붙여서 해당 기사를 전체 편집회의에 발제했다.

부적절한 데스킹이 문제 더 키워 또 데스킹(취재기자의 기사를 부장 등이 다듬는 것) 단계에서는 취재기자가 쓴 기사 초고에 있는 후보 실명을 지우는 등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았고, 도리어 초고에 없던 문장을 추가하며 기사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읽힐 가능성을 키웠다. 또 취재기자가, 부장이 수정한 기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네 차례에 걸쳐 기사와 제목 수정을 요청했는데도, 부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장은 조사위에서 ‘왜 편집회의 취지나 기사 초고와 다르게 기사를 고쳤나’라는 질문에 “이 기사를 쓰는 이유가 해당 공무원의 발언 때문이라고 생각해, 발언 내용을 중심으로 수정했다. 공무원 발언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거론되긴 하지만 기사는 해수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라 (기사 문장의 주어를) 해수부로 썼다고 생각했다. 최종 기사가 의도와 다르게 읽힐 가능성이 높다는 건 늦게 깨달았다”고 진술했다.

상급자들 게이트키핑도 작동 안해 뉴스제작1부장의 상급자인 뉴스제작부국장, 보도국장은 편집회의에서 “해수부 공무원의 발언 녹취는 해수부 내부에 이런 분위기도 있다는 정도로 신중하게 쓰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수정된 기사를 보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해수부 출입인 경제부 기자는 기사에 등장하는 공무원이 주무관급(6급 이하)인 것 같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기사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경제부장에게 전달했다. 경제부장은 이 의견을 보도국장에게 전달했으나, 이때도 별다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도국장은 조사위에서 “편집회의에서 (공무원) 발언 녹취를 중요하게 쓰지 않기로 했고, 편집회의대로 기사가 작성됐을 것이라고 생각해 기사를 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보도본부장 역시 해당 기사를 미리 확인하지 않았다.

뉴스 제작 시스템상의 문제도 발견됐다. 뉴스제작1부가 본래 뉴스 편집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됐는데, 편집이 아닌 기사를 작성해 출고하면서 게이트키핑의 단계가 축소된 것이다.

“시스템 실패…재발방지책 마련할 것” 조사위는 기사를 수정할 때 정치적 의도가 개입했거나, 기사와 기사 삭제를 둘러싼 외부 압력이 개입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조사위는 일반 수사기관들처럼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조사 대상자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와 관련자 인터뷰를 중심으로 조사했다는 한계도 명시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에스비에스본부장은 보고서 공개 직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자 개인이나 특정 부장의 실수를 거르지 못한 것은 시스템의 실패로 봐야 한다. 회사 쪽이 진상조사를 투명하게, 시청자위원과 노조와 함께 진행하도록 한 것처럼, 추후 재발방지시스템 마련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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