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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SBS노조 “보도 잘못했지만, 정치적 악용은 그만”

등록 2017-05-04 17:15수정 2017-05-04 18:06

KBS 현직서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 직행한 민경욱 등
자유한국당 의원·선대위 인사들 이틀 연속 항의방문에
“지난 9년 방송 망친 정당, 항의방문 자격 있나" 비판
4일 오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사옥을 항의방문했다. 김효실 기자
4일 오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사옥을 항의방문했다. 김효실 기자
“지난 9년 동안 (집권해 언론장악을 시도하며) 방송을 망친 정당이 이렇게 언론을 항의방문할 자격이 됩니까. 나가주세요!” (윤창현 <에스비에스>(SBS) 노조위원장) “민주당이 (항의방문을) 왔을 때도 이렇게 했어요?”(민경욱 자유한국당 미디어본부장)

“민주당은 (에스비에스) 오보로 인한 피해당사자입니다.” (윤창현 위원장)

“현재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에스비에스와 합작해서 ‘가짜뉴스’를 만든다는 얘기가 있어서, 우리(한국당)도 당사자예요!” (민경욱 본부장)

에스비에스의 ‘세월호 늑장 인양 의혹’ 보도 삭제와 사과를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총공세에 에스비에스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에스비에스본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4일 오전 원유철·이인제·김문수·안상수 공동선대위원장과 민경욱 본부장 등은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사옥을 찾아가 보도 삭제와 사과 방송에 항의했다. 전날 당 소속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등에 이어 이틀 연속된 항의다. 자유한국당은 기사 삭제를 ‘언론탄압’이라 주장하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도 진실을 밝히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에스비에스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에스비에스본부)는 보도와 해명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오전 민경욱 본부장 등은 에스비에스 사옥 5층 보도본부장실에서 김성준 보도본부장을 만나 유감을 표시했다. 면담 소식을 들은 노조는 보도본부장실을 찾아가 민 본부장 등에게 “방송을 망친 정당이 언론을 항의방문할 자격이 되느냐”며 더는 해당 보도와 해명을 정치공세에 활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 이들에게 다시 “아무리 보도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대선후보가 ‘뉴스를 없애겠다’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며 홍준표 후보의 발언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히 윤 위원장은 민 본부장에게 “언론계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국방송>(KBS) 간판 뉴스 프로그램 앵커 출신인 민 본부장은, 2014년 2월 보도국 부장 재임 중에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으로 옮겨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근 발표한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 명단’에 민 본부장을 포함한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12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날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입장문을 대독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에스비에스본부 제공

이날 오후 언론노조는 ‘에스비에스 보도참사는 정치적 수단 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지난 3일 이후 대 후보들은 에스비에스본부(노조)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기사와 새벽에 삭제된 사실만을 부각하며 모두가 자신들의 선전 프레임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에스비에스를 내가 키웠다”, “내가 집권하면 에스비에스 뉴스 싹 없애버리겠습니다” 같은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언론에 대한 생각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개인적인 판단을 객관화시켜 언론을 윽박지르고 협박하는 행위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에스비에스본부는 기사의 문제점을 정치적 기준이 아닌 취재와 보도의 원칙에 맞춰 신속히 파악하고 성명으로 진실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이번 보도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따져야 할 1차 책임은 에스비에스를 비롯한 언론사에 있다”면서 내부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스비에스 노조는 전날 자체조사 결과를 담아 발표한 성명에서, “정치권은 에스비에스 구성원들이 스스로 실수와 잘못을 시인하고 철회한 기사를 대선 국면에서 부당한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삼아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박정훈 에스비에스 사장은 이날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담화문을 내고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내부 시스템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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