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제이티비시> 회장이 16일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화면 갈무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제이티비시>(JTBC) 회장이 재직 시절 박근혜 당시 대통령 등으로부터 손석희 앵커를 갈아치우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
제이티비시 외압의 실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2분7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제이티비시의 2016년 10월24일 최순실씨 태블릿 피시 보도) 그 전에 제가 받았던 구체적 외압이 한 5번에서 6번 되고요, 그 중에 대통령으로부터 2번이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때 언론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또 개인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치렀던 입장에서 위협을 느낀 건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그런 외압을 받아서 앵커를 교체한다는 건 제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고 21세기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제가 외압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외압의 주체와 횟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홍 전 회장은 또 “태블릿 피시 보도 이후는 이 정권이 좀 약해졌기 때문에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습니다”라고도 밝히며, 외압을 받은 시기를 지난해 10월24일 이전으로 한정시켰다.
대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인데다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공개된 영상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계 안팎에선 이것이 홍 전 회장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새 대통령이 통합정부를 해야 하고 나도 2~3년 안에 대한민국의 문제를 푸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하는 등 정치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홍 전 회장 쪽은 “(홍 전 회장이) 개인 홈페이지에 띄운 것으로, 언제 찍은 것인지, 어떤 의도인지 등은 본인 말고는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한테도 손 앵커 교체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의 한 임원은 ”19일에 열릴 이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이 부회장 진술조서에 관련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압력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효실 곽정수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