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수·이춘근 피디, 임대근 기자 등
2014년 본래 업무와 다른 곳 발령
인사권으로 ‘찍어내기’ 행태에 제동
2014년 본래 업무와 다른 곳 발령
인사권으로 ‘찍어내기’ 행태에 제동
대법원이 취재·보도 부서 밖으로 밀려난 <문화방송>(MBC) 기자·피디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라고 판결했다. 회사에 밉보인 기자·피디들을 인사권으로 ‘찍어내기’ 한다는 의혹을 받는 <문화방송>의 행태에 대법원이 제동을 건 셈이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김재형)는 <문화방송> 기자·피디 9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전보발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회사 쪽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기자·피디들이 승소한 2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승소한 이들은 ‘황우석 사건’을 다룬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인 한학수 피디, <피디수첩> ‘광우병 편’을 만든 이춘근 피디를 비롯한 피디 6명과 임대근·이정은·박종욱 기자 등 모두 9명이다.
이들은 2014년 10월31일과 11월17일 <문화방송>의 대규모 조직개편 때 본래 업무와 연관성이 낮은 곳으로 보내졌다. 교양제작국에서 <아프리카의 눈물> 등 프로그램을 만들던 한학수 피디를 새로 만들어진 ‘신사업개발센터’로, 같은 교양제작국 소속으로 <불만제로>를 연출하던 이춘근 피디를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내는 식이었다. 한 피디는 신사업개발센터 안에서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배정받기도 했다.
당시 <문화방송> 쪽은 “경영 위기를 돌파할 조직개편으로 업무상 수익성·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처”이며 “직종을 특정해서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 변경은 인사이동에서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선 부당한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인사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2012년 파업에 참여한 일로 징계를 받았다가 사쪽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거나, 보도국 간부와 소송 중인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교양제작국 소속이었던 이우환 피디의 경우엔 세월호 참사 다큐를 만들던 중 “투쟁 성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교체되기도 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디와 기자로 입사해 짧게는 십여년, 길게는 이십여년 업무경력을 쌓아왔다. 전보 발령으로 기자, 피디로서의 경력이 단절되고 능력과 욕구가 반영되지 않은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시받아 불이익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문화방송>이 기자와 피디들을 신규로 채용하면서도 해당 사원들을 경인지사 등에 전보 발령한 것은 인사규정이 정한 전보의 원칙과 맞지 않고, 업무상 필요성이나 인원 선택의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한학수 <문화방송> 피디.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춘근 <문화방송> 피디.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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