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오명 낳은 보도 책임자 승승장구 등
공영방송들 3년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언론노조, “언론장악 체제 청산해야”
공영방송들 3년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언론노조, “언론장악 체제 청산해야”
참사 3주기, 공영방송 점검
세월호 참사는 보도 참사이기도 했다. 무비판적 ‘받아쓰기’에서 비롯한 오보, 구조 진행 중 사망보험금을 계산하는 보도 등 과열된 취재·보도 경쟁 속에서 언론 윤리는 침몰했다.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국가재난 주관방송사인 공영방송도 다르지 않았다. 나아가 정부를 감싸고 대변했다. <한국방송>(KBS)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유가족이 항의하는 장면 없이 대통령의 약속과 박수 받는 모습만 내보냈다. 뒤늦게 정부의 보도 개입도 드러났다. 소속 기자들의 대국민 사과와 반성문이 줄을 이었다.
그로부터 3년, 공영방송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13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세월호 보도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 보도 참사 책임자 승승장구하는 문화방송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구인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해 청문회 당시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 이진숙 보도본부장, 김장겸 보도국장, 박상후 전국부장(모두 참사 당시 직책) 등 보도 책임자들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참사 당일 목포엠비시는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근거로 ‘전원 구조’ 오보 가능성을 알렸지만, 전국부 데스크에서 이런 보고를 무시해 논란이 인 바 있다. 김장겸 보도국장은 유가족에게 ‘깡패’ 등 막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조위는 이런 의혹 등을 조사하려고 안 사장 등을 불렀지만 이들은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문화방송> 쪽은 특조위 조사가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2014년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피디가 2년여 법정 다툼 끝에 다시 회사로 복직하는 동안, 보도 참사 책임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켰고 심지어 승진도 했다.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은 2015년 보도본부장을 거쳐 지난 2월 안광한 사장 후임으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 안광한 전 사장은 퇴직하면서 5000여만원의 ‘특별퇴직공로금’을 받아 구설에 올랐다. 이진숙 당시 보도본부장은 2015년부터 대전엠비시 사장을 맡고 있다.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은 문화레저부장을 거쳐 지난 3월 시사제작국 부국장 겸 시사제작1부장으로 영전했다.
■ 인양 보도도 부실한 한국방송 2014년 5월 보도 책임자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으로 유가족이 항의 방문도 했던 <한국방송>에선 길환영 사장과 임창건 보도본부장 등 당시 책임자 대부분이 물러났다. 하지만 세월호 관련 보도의 질과 정부편향성은 여전히 문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세월호 인양 관련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한국방송>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9>은 인양 지연을 둘러싼 의문점을 1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미수습자 유실 우려를 다룬 보도에서는 해양수산부 입장을 강조했다. <에스비에스>(SBS)의 ‘이렇게 건질걸…왜 3년이나 걸렸나’, <제이티비시>(JTBC)의 ‘플로팅 독에 매달린 정부…시행착오 반복’ 보도가 인양이 늦어진 이유와 정부 책임을 다룬 것과 비교된다.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보도 개입 녹취록 파문을 덮는 데 급급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관련 질문을 쏟아내자 고 사장은 “압력이 아니라 요청”이라고 답했다. 공영방송 최고 수장이 보도 자율성 침해의 진상 규명에 앞장서기는커녕, 도리어 정권을 향한 충성 경쟁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2차례 발표한 ‘박근혜 정권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을 보면, 70명 가운데 세월호 보도 참사와 연루된 사람이 12명에 달한다. 보도 책임자들을 비롯해 <한국방송> 이사장과 이사,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언론노조는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6대 적폐 청산 과제의 하나로 언론 문제를 꼽을 만큼 국민들의 언론 불신은 깊고 개혁 요구도 강렬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공고해진 언론장악 체제를 청산하려면 무엇보다도 인적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마이크 든 이)과 산하 지·본부장 등이 13일 오전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비에스(SBS)프리즘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언론 정상화와 해직언론인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7개 언론단체가 2016년 6월30일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정현 의원이 김시곤 당시 <한국방송>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에 개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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