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5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에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 야당과 언론·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방송>·<교육방송> 이사회,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선임권 등을 가진 방통위는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라, 상임위원 구성에 따라 정책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모두 5명이며 임기는 3년이다. 방통위 설치법은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야당 2명, 여당 1명)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위원장은 국회 청문회를, 국회 추천 위원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대통령이 지명한 나머지 상임위원은 임명식만 하면 된다.
문제는 30여일 뒤 치르는 대선에서 여야가 바뀌면, 다음 정부는 위원장 1명만 추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기주(대통령 추천), 김석진(옛 새누리당 추천), 김재홍(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은 지난 3월 임기가 끝났다.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은 대통령 파면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후임 지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해 그 자리는 공석이 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여당 몫 한 자리인 김석진 위원의 연임을 강행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두 자리 모두 결과적으로 ‘야당 차지’가 되는 셈이다. 임명이 늦어진 고삼석 위원(민주당 추천)의 임기는 6월에 만료 예정으로, 이 역시 야당 몫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몫의 상임위원은 지금의 야당에서 추천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였는데, 황 대행은 이날 김용수 실장을 내정함으로써 그런 가능성마저 봉쇄해버렸다. 오는 7일 임기가 만료되는 최성준 위원장 자리는 대통령이 지명하더라도 국회 청문회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더구나 김 실장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언론 통제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수첩을 보면 2014년 6~8월 사이 청와대가 언론을 통제하려고 시도한 흔적이 곳곳에 발견되는데, 김 내정자가 이러한 시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첩을 보면 2014년 6월 세월호 보도 파문으로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이 해임된 이후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plan 작성” 메모가, 같은 해 8월 <산케이신문>이 ‘박근혜 7시간 의혹’ 관련 칼럼을 낸 직후 “언론환경(이) 악화”, “방통심의위(를) 활용”이란 메모와 “미래수석 산하 방심위 담당 비서관 확인”이란 지시사항이 기록돼 있다. 당시 김 내정자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실 정보방송통신비서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김 내정자의 해명을 듣고자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내정 발표 뒤 긴급 성명을 내고 “(황 대행은)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언론과 국회 등에서 반대하는 김 실장의 방통위원 임명으로 생길 혼란부터 걱정했어야 옳다”면서 “정권이 바뀐 뒤에도 3인 이상의 방통위원을 친박 인사로 채우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논평을 내 “조기 대선이 목전에 다가온 시점에 전격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것은 정권이 바뀐 후에도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부끄러운 의지를 드러낸 막판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새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 실현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방통위 노동조합은 내정설이 불거진 뒤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에서 김 내정자를 두고 “전 정권 인수위원회 시절 현재의 미래부와 방통위의 조직개편을 주도한 인물로, 구 방통위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원활한 공무수행이 곤란한 조직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의 정보통신 관련 조직개편과 정책 실현에 가장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의미다. 노조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구 방통위에 일하던 2012년 방통위 내부 ‘소통하는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불통 관리자로 평가 받기도 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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