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본사를 방문한 <한겨레> 새주주 50여명이 3층 청암홀에서 초청 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구교윤 <한겨레:온> 대학생 기자
“사주가 없는, 국민이 주인인 신문을 만들자며 6만여명이 모였습니다. 29년 전에 일어난, 전 세계 유례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건물 3층 입구에 내걸린 <한겨레> 창간호 동판을 앞에 두고 이동구 한겨레 주주서비스부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설명했다. 주주들이 둘러서 깨알 같이 새겨진 글씨를 살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새로 한겨레 주인이 된 시민들이다.
지난 24일 저녁 한겨레신문사에서 새 주주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두 54명이 참석했다. 부산(박문기 주주)에서, 전남 보성(윤지화 주주)에서, 전남 목포(서문진 주주)에서 한겨레가 만들어지는 공간을 보러 이른 시간부터 준비해 올라온 이들도 있었다. 9층 사옥의 1~2층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윤전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11살 아들 황원하 주주의 손을 잡고 온 이혜순 주주는 “회사건물 전체가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박문기 주주는 “몇해 전 신문에서 한겨레 옥상 공원 사진을 보고 꼭 와보고 싶었다”며 “사진이 잘 찍힌 건지 한 300~400평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와보니 손바닥만 하더라. 그래도 남산도 보이고 하늘도 크게 보이고, 담배도 피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해 여러 주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석달여 동안 새 주주 2000여명을 맞았다. 6억5640만5000원(13만1281주)도 모였다. “1987~88년 창간주주로 참여하지 못한 미안함을 가지고”(김창범 주주), “외국에 머물며 순한글 신문을 읽을 때 느꼈던 뿌듯함 때문에”(김미혜 주주), “아무도 관심이 없을 때 최순실 사건을 터트려주니 한겨레 독자인 것이 새삼 뿌듯해”(이원휘 주주) 주식을 샀다고 했다.
주주들은 회사를 둘러보고 경영진·기자들과 만나 ‘내가 바라는 한겨레 신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 3시간씩 샅샅이 신문을 보고 갈무리해뒀다가 읽고 또 읽는다”며 스크랩북을 챙겨온 한성찬 주주는 “노인이나 협동조합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이런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봉석 주주는 ‘한겨레가 군비경쟁을 막고 남북평화에 기여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이원휘 주주는 지난해부터 한겨레가 회사의 존재 이유로 삼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에 공감하며 “우리 아이들이 신문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행복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자를 넘어 주인이 된 이들은 바람과 동시에 고민도 짊어졌다. 이광호 주주는 “어느 순간부터 한겨레를 옹호하면 좌파가 돼 있더라. 좌우의 차원을 넘어 평범한 이들과 상식을 대표하는 논조인 만큼 많은 시민이 이것이 ‘우리의 신문’이라고 공감할 만한 편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규배 주주는 “국민 힘만으로 30년이나 건강하게 살아남은 한겨레가 참 고맙지만, 모바일 시대가 펼쳐지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관심 가질만한 정체성이 확고한 문화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주주들 이야기를 들으며 정석구 한겨레 편집인은 “저희의 부족함이 보일 때도 있을 수 있다. 애정을 가지고 여러 주주참여 통로를 통해 말씀을 주시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영무 한겨레 대표이사도 “특정 대주주 없이 6만여명 주주 모두가 가족인 회사다. 식구 같은 마음으로 한겨레에 질책과 조언을 달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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