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공정언론실현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열람실에서 “언론의 공정성 실현을 위해 당력을 모으겠다”고 밝히고 있다.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촛불민심은 검찰·재벌개혁 못지않게 언론개혁을 핵심 과제로 요구한다. 국회와 야당 책임도 있지만 권력을 날 선 비판으로 감시했어야 할 언론이 집권세력 감싸기에 급급하며 맹종한 결과, 표징적으로 드러난 것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이다.”
올 초 더불어민주당의 공정언론실현특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에 선임된 이상민 의원을 <한겨레>가 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났다. 그는 “불공정하고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는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을 비롯해 언론의 공정성 실현을 위해 당력을 모으겠다는 취지로 특위가 구성됐다”고 밝혔다.
특위 구성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 전원(9명)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등도 동참해 20여명에 달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언론보도평가, 법제도개선, 대외협력 등 3개 분과위로 나눠 활동한다. 언론보도평가는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과 신문 등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하며 편파·불공정 여부를 분석, 평가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에도 모니터링을 했으나 인적, 물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앞으론 학계나 언론단체 등 외부 전문가와 결합한 모니터 자료를 축적해 방송 재허가 심사 때 공적 자료가 될 수 있는 합리성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제도개선 분과에선 미방위를 중심으로 방송 공정성 담보 등을 위한 ‘언론장악방지법’ 통과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국회의원 162명이 발의한 안으로 △공영방송 이사 수를 여야 7 대 6으로 통일하고 불균형 최소화(현행 7 대 4 또는 6 대 3) △사장 선임 때 3분의 2 이상 득표의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명문화 등을 주요 뼈대로 하고 있다.
야 3당은 언론장악방지법에 뜻을 같이하고 있으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법안 심사조차 못 하고 있다. 야당이 궁여지책으로 이견 조정 심사기구인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했으나 이마저 새누리당에서 위원 선정을 미루고 있다. 이 위원장은 “법안 논의 지연의 가장 큰 책임은 신상진 미방위원장에게 있다. 그가 위원장 책무를 내팽개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대한 여당의 저항은 뿌리가 깊다. 2013년 9월에 이 위원장이 당시 국회 차원의 방송공정성특위 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여야 추천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공영방송을 비롯해 방송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배구조 개선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막판에 새누리당의 반대로 불발된 바 있다.
그는 “탄핵 사태로 대통령 직무정지 등 권력 이완기에 여야가 합의해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솔직히 야당 될 가능성이 있는 새누리당에도 좋은 것 아니냐. 정권이 언론을 영향권에 두려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으나 선뜻 ‘맞다’고 해보자는 답을 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주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언론장악방지법을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용’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그는 “집권의 망령에 사로잡혀 언론을 손아귀에 장악하겠다는 헛된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언론을 장악하려는 유혹이 없을까. 그는 “권력의 속성상 민주당도 믿어서는 안 된다. 정권을 잡으면 지금처럼 이 법안의 통과를 절절하게 원할지 장담할 수 없다”며 “그렇기에 방송의 공정성 관철과 영향권 배제 약속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을 누비며 무지갯빛 청사진을 펼치는 야권 대선후보들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정권을 잡겠다는 욕심보다는 촛불민심의 엄중함을 깨달아 국정농단 사태 해결과 국가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언론개혁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위의 최우선 목표인 언론장악방지법안은 사회적 이슈에서 멀어지며 2월 국회 처리도 물건너가는 형국이다. 그는 야당 대응이 무기력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도 “미방위 차원에서 야당이 따지고 항의해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완고하게 버텨 역부족이다. 당의 총력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제약 속에서 무력감이 들기도 하지만 시민사회 등과 연대해 더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 성냥개비가 자꾸 꺼지지만 특위가 불 댕기는 역할을 하겠다. 모닥불에 옮겨 활활 타도록 돕겠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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