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전문가 4명 ‘편성위’ 법제화에
“노조에 의결권 주면 상시 파업”
“공정성·객관성 위해 필요” 시각차
법 개정 시기에도 “적기” “성급”
“노조에 의결권 주면 상시 파업”
“공정성·객관성 위해 필요” 시각차
법 개정 시기에도 “적기” “성급”
국회 미방위, 공청회뒤 법안소위 회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법안(언론장악방지법)이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연 뒤 법안심사소위로 넘겨져 그나마 지지부진한 모양새를 털게 됐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에 대한 일부의 적대감 등 반발이 만만찮아 23일부터 본격 논의가 예정된 소위를 무난히 통과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학계의 언론 전문가 4명은 방송법 3건, 방송문화진흥회법 2건, 교육방송법 1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3건 등 방송관계법 개정안 9건의 핵심 내용인 △정부여당에 쏠린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여야 7 대 6으로 개선 △사장 선임에서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와 종사자 대표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이사회 회의 비공개 사유 제한과 회의록 공개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은 안으로 19대 국회에서 방송공정성특위를 구성해 여야 추천 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특별다수제와 편성위 구성 등의 합의를 도출했으나 여당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공청회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편성 독립성 제고 차원에서 나온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법제화였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공영방송은 전문가 집단이 시행하는 신뢰성·공정성·유용성 평가에서 끝없이 추락하다 지금은 조사 순위권 밖으로 밀렸다”며 망가진 공영방송의 현주소를 짚은 뒤 공정성 실현과 내적 민주화를 위해 “여야 추천 인원의 균형을 유지하고, 방송사내의 경영진과 실무진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적 통제기구로서의 편성위원회 의무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방송 이사 출신의 이창근 광운대 명예교수는 “지금도 노조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노조에 편성위원회 의결권을 주면 안 된다”며 반노동적 시각을 드러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사 5 대 5의 편성위원회가 도입되면 편성을 못 하거나 상시적 파업 가능성이 높아 방송이 자주 멈춰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방송 기자 출신의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방송사 안에 기자협회, 피디협회 등이 이미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편성위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공영방송 노사 공방위 등은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무력화되었다. 법제화해 책임감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편성위가 모든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시사프로그램 등 논쟁이 되는 것에만 논의하는 것으로 방송사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내부 구성원들의 자정 능력이 있어서 방송이 중단될 정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은 국회 독점의 이사 추천권이었다. 지성우 교수는 “국회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전적으로 하는 나라는 없다. 국회와 언론의 긴장관계가 필요한데 언론이 국회를 견제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정치적 편향성의 ‘미니 국회화’를 경계했다. 그는 헌법재판관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처럼 중립적인 사법부, 특히 대법원에서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최진봉 교수는 “국회가 추천하면 정치적이고, 사법부는 영향력 행사를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창근 교수는 “지방 시청자들도 수신료를 낸다. 시도지사 협의회 등 민의 대변기구를 분산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금이 법 개정의 적기인지에 대한 견해도 엇갈렸다. 최진봉 교수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정권을 잡을지 불확실한 현 상황이 법을 개정할 수 있는 적기다. 대선 이후에는 못 바꾼다”고 밝혔다. 강상현 교수도 “공영방송에 문제가 많은데 이번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못 하면 민의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이창근 교수는 법 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에는 신중론을 보였다. 그는 “국가 통치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미시적 수정으로 법안을 성급하게 만들기보다 다양한 공영방송 모델을 검토한 뒤 국회, 대통령, 방송구조에 관련된 총체적 역학관계의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방송법 개정안 마련을 위해 연 공청회에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오른쪽 둘째)가 의견진술을 하고 있다.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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