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 이후 ‘언론개혁’이 우리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권력을 비판·감시해야 할 언론, 특히 공영미디어들이 정권과의 유착 속에 정권 비리에 침묵하고 홍보도구로 전락하며 저널리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불신이 반영된 것이다. 야당과 언론단체들은 언론개혁을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인 ‘언론장악방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 언론, 방송의 정상화가 절실하기에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개혁안들은 상반기 언론 현안인 <문화방송>(MBC) 차기 사장 선임과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재승인 심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언론장악방지법은 낙하산 사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취지로 정부여당에 쏠린 공영방송 이사회 중립화, 사장추천위원회와 특별다수제 도입, 노사 동수 추천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뼈대로 한 방송관계법이다. 새누리당 반발로 표류하던 이 법안은 이달 중순 공청회를 열고, 법안심사소위에 넘겨 충분히 논의한 뒤 2월 본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여당 비박계의 집단 탈당 뒤 ‘여소야대’ 지형은 더 뚜렷해졌지만 법안 통과는 녹록하지 않다. 여당을 탈당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은 정치적 이슈라며 새누리와 같은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고, 새누리당은 소위 구성에서 여전히 여야 5 대 5를 주장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야당 의원 숫자가 더 많아져 소위 구성이 민심을 반영하는 구도로 바뀌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은 되레 원 구성 당시 합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며 5 대 5를 고집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내 지도부에 합리적인 조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새해 들어서도 개혁안을 놓고 지루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같은 언론 환경에서 대선을 치르면 유례없는 편파보도가 쏟아질 것”이라며 법안이 2월에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역설했다. 학계에선 법제도 정비뿐 아니라 대선 경쟁이 본격화되면 후보들에게 선거 공약과 연계해 언론을 장악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서약서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다음달 20일 임기가 끝나는 안광한 문화방송 사장 후임 선임을 놓고도 지배구조 개선안과 맞물려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국정농단 정국에서조차 박근혜 대통령 호위를 멈추지 않아 ‘청와대방송’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노조에선 방송 위상 추락에 대한 책임으로 안 사장 퇴진 요구가 높아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한 사장 선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아직 차기 사장에 대해 본격 논의가 나온 것은 아니나 개선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법안 통과 땐 여야 6 대 3 구조의 이사회를 7 대 6으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 한 방문진 이사는 “시기적으로 애매하다. 국회에서 논의하는 법안이 어떻게 될지 몰라 결정이 쉽지 않다”며 “법이 통과되면 이사들도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지금의 방문진이 3년 임기의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하반기에 재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엠비엔>을 제외한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제이티비시> 등 종편 3곳과 <연합뉴스티브이> <와이티엔> 등 보도채널 2곳의 재허가 심사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와이티엔 유효기간이 3월12일에 끝나 2월말이나 3월초까지 5곳의 심사를 모두 마친다는 방침이다. 외부추천을 받고 있는 단계인 심사위원 구성은 모두 13명으로, 3년 전과 견줘 법률과 기술분야에서 1명씩 줄었다.
언론단체들은 종편 심사가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도록 엄격한 검증을 요구한다. 심사가 끝나면 회의록과 심사위원 공개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막말·오보·편파가 심한 종편 심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 공정한 심사위 구성과 방통위 사무처의 정확한 검증자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종편 심사에선 심사 계획안이 이미 나온 상태이지만 편파적 보도와 편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편성위원회 의무화 등의 언론장악방지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숙제가 심사위원들에게 떠넘겨졌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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