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위원장 박효종)가 방송심의 규정을 어긴 보도의 민원 상당수에 대해 기각 또는 문제없음 등의 판단을 내리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보도에도 수위가 낮은 솜방망이 제재로 방송사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해 20대 총선 이후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3곳과 <티브이조선><채널에이><제이티비시><엠비엔>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의 저녁메인뉴스를 모니터하여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한 보도 59건에 대해 방통심의위에 민원을 제기하고, 지난 30일까지 나온 심의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5월30일부터 10월27일까지 모니터하여 제기한 민원 59건 가운데 1건은 심의 기간이 연장되어 아직 진행중이다.
민언련은 보고서를 통해 “민원 59건 가운데 40건(67.8%)이 심의위원들의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보지도 못한 채 ‘기각’되었고 심의에 올라갔다 하더라도 ‘문제없음’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 9건(15.3%)”이라며 ‘기각’과 ‘문제없음’을 합하면 49건으로 59건 가운데 83.1%나 심의 안건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보도들도 제재 수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 재허가 때 벌점이 부여되는 법정제재는 ‘주의’ 단 1건뿐이었고 행정제재인 ‘의견제시’와 ‘권고’가 각각 4건(6.8%)씩이었다. 민원 대상 방송사는 티브이조선(33.9%), 엠비엔(20.3%), 채널에이(18.6%) 순으로 편파·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종편들이 많았다.
민원이 가장 많은 주제는 △성평등 및 성폭력 관련 보도(18건), △편파보도(14건), △종북몰이 보도(9건), △사회적 약자 관련 보도(7건), △시위 비판 보도(6건), △기타 보도 5건 등이다.
편파 보도의 경우, 전체 14건 가운데 티브이조선 5건, 문화방송 4건, 한국방송·채널에이 각각 2건, 엠비엔 1건 등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도 여전히 친정권 보도를 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들에 대한 불공정 보도 민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심의 결과는 가장 가벼운 수준의 제재인 의견제시 1건에 그쳤다. 10건은 기각, 3건은 문제없음으로 처리됐다. 문화방송이 지난 10월27일에 보도한 <“선임자 요청으로 개통…사용자 모른다”>는 최순실씨 태블릿피시에 대해 입수 경위 등 최순실씨 측근의 입장만 전달하고 태블릿피시가 최순실씨 것이 아니라는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전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민언련은 이 보도가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는 방송심의규정 9조 공정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방통심의위는 “해당 태블릿 피시 실사용자에 대한 여러 추측이 분분한 시점에서 여러 정황을 보도한 것으로 향후 수사에서 밝혀질 부분이라는 점을 말한 것은 관련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제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음”이라며 기각 의결을 통보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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