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양대노조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어 '방송법 개정'과 '공영방송 사수', '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출정식 뒤 새누리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방송>(KBS) 양대 노조의 조합원들이 8일 오전 6시부터 ‘공정방송 쟁취와 독선경영 심판’을 내걸고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생방송 아침이 좋다>(2텔레비전) 등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파업에 참여해 간부 아나운서 등을 대체 투입하거나 사전제작물을 내보내는 등 일부 방송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방송의 양대 노조인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계단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보도참사 등에 대한 고대영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방송장악 철폐를 위한 방송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달 말 두 노조가 함께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85.5%(투표 대비)였다. 양대노조 조합원 수는 3800여명으로 이날 출정식엔 기자·피디 등 1500여명이 참여했다. 양대 노조가 박근혜 정부 들어 동시 파업에 나선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정권과 함께 보도 개입 의혹을 받았던 당시 길환영 사장의 퇴진 투쟁에 이어 두번째이다.
양대 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정권의 방송장악 사슬을 끊자’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이른바 청와대의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를 위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사장 한 명 쫓아냈다고 친정권 방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가 정치권력이 쥐락펴락하는 지배구조 문제가 버티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의원 162명의 참여로 발의된 이 법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낙하산 사장을 없애 근본적으로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8일 전체회의를 소집했으나 위원장인 새누리당의 신상진 의원 등 여당 불참으로 논의는 불발됐다. 양대 노조는 이날 출정식 뒤 새누리당사로 이동해 방송법 개정을 외면하며 ‘몽니’를 부리는 여당을 규탄했다. 저녁엔 국회 앞에서 열리는 대통령 탄핵 촉구 국민촛불문화제에 동참했다.
파업 이틀째인 9일엔 조합원 결의대회 뒤 국회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성재호 새노조 본부장은 앞으로 일정에 대해 “저강도 투쟁을 비롯해 필요할 때 총력을 모으는 게릴라성 방안 등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정권의 언론통제 개입 여부가 드러나는 것에 대비해 영리한 싸움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9일 탄핵 표결 생방송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파업 열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사쪽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불법행위가 있으면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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