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디연합회, 긴급 기자회견
“권력의 앵무새 된 공영방송 가장 나빴다”
경영진에 “취재행위 방해·겁박 말라” 촉구
“권력의 앵무새 된 공영방송 가장 나빴다”
경영진에 “취재행위 방해·겁박 말라” 촉구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각계의 시국선언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영방송 등 피디 3000명으로 구성된 한국피디연합회가 4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앞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및 대통령 헌정유린에 대한 입장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년간 시청자의 눈과 귀와 입이 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자성과 프로그램 제작의 결의를 다졌다.
피디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것이 나라인가. 봉건시대에도 일어날 수 없는 해괴한 일들이 대통령 집권 4년 내내, 국정 전 분야에서 벌어졌다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대한민국은 처절하게 침몰하고 있다. 통치의 기틀은 무너졌고, 나라의 명예는 추락했고, 시민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그 끝이 어디인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지난 4년간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질 때 자신들이 어떻게 처신해왔는지 되돌아보고 자성했다. “국정을 농단한 비선실세, 이에 기생하여 사익을 챙긴 사람들, 이를 알면서 묵과하고 조장한 권력핵심, 모두 나빴다. 하지만, 우리는 언론이 이 모든 이들보다 나을 게 없었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며 “특히 권력의 앵무새가 되어 진실을 외면하고 방조한 공영방송이 가장 나빴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은 “권력 탓, 회사 탓을 하며 무기력하게 안주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가 묻고, 의심하고, 발언하며 제 할 바를 했다면 작금의 사태가 일어났을까?”라고 따져물었다. 제작현장에서 땀흘린 피디들도 있지만 사태의 엄중함에 비춰볼 때 더 집요하게 따지고 파헤쳐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디연합회는 최순실에 대한 검찰 수사와 발맞춰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의제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에 주목하며 이때 외면하지 말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우리 3000 피디들은 바로 지금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양심과 용기를 갖고 말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진정한 민주주의를 성취해야 할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템으로 프로그램 실천에 매진하겠다는 결기를보였다.
오기현 피디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아무리 여건이 힘들었어도 방송인으로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성과 함께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나서겠다”며 “일부 방송사에선 아직도 경영진 가운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보는 간부들이 있는데 상식과 양심에 따른 피디들의 취재행위를 방해하거나 겁박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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