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편집에 기반을 둔 미디어 플랫폼 ‘일파만파’ 대표를 맡고 있는 노종면 해직기자가 2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출시를 앞둔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집단지성이 골라낸 좋은 뉴스를 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유통시키는 미디어 플랫폼 ‘일파만파’가 출시를 앞두고 언론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주목받고 있다. 일파만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노종면 <와이티엔>(YTN) 해직기자를 28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노조위원장으로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이끌다 일터에서 쫓겨난 뒤 <뉴스타파>와 <국민티브이> 등에서 앵커로 일한 바 있다.
노종면 대표는 “일파만파는 뉴스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양태는 뉴스포털과 거의 같다. 포털은 뉴스 선별과 주요 공간 배치를 본인들이 틀어쥐고 한다면 일파만파는 편집 권한을 뉴스 보는 눈이 밝은 시민집단에게 넘겨준 것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일파만파는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편집단 ‘파파스’를 모집해 시민 2500명을 확보했다. 정책적으로 올해 안에 1만명으로 확대가 목표지만 정보수집과 저장, 데이터를 스캔하는 시간 등 현실적 한계 때문에 당장 늘릴 수는 없는 형편이다.
시민편집단의 자격 요건은 그다지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미디어에 대해 최소한 문제의식을 갖고 매체력에 의해 영향받지 않는 선한 시민들로 구성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선정적 사진이나 광고성 글만 올리는 지원자는 배제했다.” 일파만파는 이들이 올린 뉴스나 일상적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편집 능력에 가중치를 두는 방법 등으로 좋은 뉴스를 선별한다. 그는 편집단 가운데 현직 언론인도 많다고 귀띔했다. 기사 노출을 위해 플랫폼에 목마른 지역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파만파의 모델은 트위터 출범 초기에 그가 만들어 운영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용가리 통뼈 뉴스>이다. 뉴스제작 관행에서 벗어나 <돌발영상> 등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적극적이던 그는 좋은 뉴스가 제대로 소비되지 못하는 현실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기성 언론과 그들의 플랫폼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일파만파는 이용자를 ‘일파, 십파, 백파, 천파, 만파’ 등 5등급으로 분류한다. 알고리즘이 편집능력과 기여도만큼 점수를 부여하고 누적된 점수로 등급을 나누는데, 등급이 높아지면 뉴스 선별과 배치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노 대표는 “기사를 올릴 때마다 일파만파에 채택되면 등급 평가가 계속 올라가게 되고 뉴스를 보는 눈이 얼마나 밝은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며 ”최고 등급인 만파에 이르면 보도국장 부럽지 않을 정도의 편집권한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경쟁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게임요소를 도입했는데 뉴스의 고수가 되는 저강도 게임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만파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전횡은 할 수 없도록 시스템에 가중치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일파만파가 기존 언론의 기사를 엄정하게 평가하는 공정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진단했다.
일파만파는 미디어 플랫폼이 핵심이지만 일부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언론사에 각인시켜야 할 정도의 역대급 오보사례를 ‘왜곡의 전당’ 시리즈의 카드뉴스로 지난달부터 주 1회씩 배포하고 있다. 첫회는 세월호 특조위 관련해 잇단 오보를 한 <조선일보>의 굴욕을 담았다. 그는 “일파만파는 매체비평 등 부족한 기사를 채우는 몫도 할 것이다.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등과 공동작업하고 있다. 꼭 오보로 판명나지 않았더라도 왜곡 사례들을 다루고 있는데 페북 도달률이 10만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앱 기반의 일파만파는 어플리케이션을 10월 중에 배포할 예정이었으나 프로그램 개발이 80~90% 진행된 지난달 검수과정에서 데이터 누락이 발견돼 일정이 약간 지연되고 있다. 그는 “데이터 수집이 정확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하기 때문에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파만파는 대주주인 시민의 날개 등 시민단체 5곳이 참여한 주식회사이다. 자본금이 9000만원으로 전액 프로그램 개발비에 투입됐다. 노 대표의 인건비는 와이티엔 노조에서 지급하고 있는데 노조의 동의 속에 파견 형태로 일하는 중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의 해직 언론인 해법에 대해 낙관적 여론도 있었지만 그는 현재로선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 대표는 “박근혜 정권에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적 판단”이라며 “지금으로선 복직 의지를 버리지 않고 언론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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