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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사드 관련 게시글 잇따라 ‘삭제’… “인터넷 공론장 위협”

등록 2016-08-11 18:41수정 2016-08-11 18:47

“전자파로 죽음의 땅” 등 게시글들
통신소위 3차례 회의서 12건 삭제
“사회적 혼란 야기 우려” 근거에
“모호하고 추상적인 규정” 비판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사드의 유해성을 언급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잇따라 ‘삭제’를 의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으로 인터넷 공론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나온다.

방심위는 11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사드의 유해성을 언급한 인터넷 게시글 5건에 대해 ‘삭제’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지난 7월26일과 8월2일에도 같은 이유로 각각 4건, 3건의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의결한 바 있다. 7월12일 정부가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뒤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 방심위는 이 기간 동안 12건의 관련 게시물을 삭제키로 결정했다. 12건의 게시물들은 경찰청의 신고로 심의 대상에 올랐으며, 대체로 “사드 전자파로 인해 꿀벌의 활동이 교란되어 멸종하고 참외가 흉년이 들어 성주는 죽음의 땅이 될 것”, “한반도 남쪽은 재앙을 맞을 것” 등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문제삼은 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가 삭제 결정을 내려온 근거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가운데 제8조 제3호(사회통합 및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정보) 가운데 ‘카’ 항목인 “그 밖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심의위원들은 이 근거를 앞세워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게시물이면 삭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는 과거 ‘메르스 괴담’,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등의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서도 이 규정을 적용해 삭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평화협정 체결, 사드 한국배치 반대 시민사회단체 평화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평화협정 체결, 사드 한국배치 반대 시민사회단체 평화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그러나 방심위의 이 같은 심의규정과 결정이 자유로운 인터넷 공론장을 억압하는 등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며, 방심위가 스스로 내세운 기본 원칙인 ‘최소 규제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현의 자유, 공공 데이터 개방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 ‘오픈넷’은 지난 8월3일 성명을 내고 “국민이 공적 사안과 관련하여 제기하는 의혹들을 방심위와 같은 행정기관이 불명확한 기준을 들이대 함부로 삭제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정한 방향으로만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방심위가 통신심의 제도를 국가 검열을 위해 위헌적으로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허위사실 유포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 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론장에서의 토론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거나, 갈등의 발생 자체를 막고자 하는 일체의 사고나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을 내용으로 삼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공론의 장을 파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탈법치주의적 심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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