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디지털서 지면으로 확장한 ‘정치BAR’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놀이터’로 디지털에서 먼저 문을 열었던 ‘정치BAR’가 지난 6월 <한겨레> 지면 개편 때 확장개업했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우리 삶을 규정짓는 중요한 것임에도 이를 다루는 정치 뉴스가 너무 어렵고 불친절해, 쉽고 유익하게 다뤄보겠다는 취지로 매주 수요일 3개면을 펼치고 있다.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외부위원들은 정치 무관심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내용·형식 등에서 재밌고 신선하다며 미디어 믹스 전략으로 환영한다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와 함께 정책 기사의 축소나 온라인과 달리 공식성을 갖는 지면에서 소재 선택의 균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치BAR를 통해 한국 정치의 후진 구조를 드러내 국회의원과 검찰 개혁 등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던져졌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기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3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독자 참여할 여지 많아 환영
정현백 위원장 오늘 주제는 ‘정치BAR’다.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 나눈 뒤 정치 기사 전반에 대한 의견도 편하게 해주면 좋겠다.
이상재 위원 정치면에서 정치BAR를 따로 빼내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박용현 에디터 지난해 인터넷에서 먼저 시도한 정치 전문 온라인 사이트다. 여의도나 기성 정치인 동향 중심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독자들이 정치를 흥미롭게 알아갈 수 있도록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겪은 이야기 등을 온라인 위주로 써오다가 지난 6월 지면 개편을 하면서 매주 3개면씩 만들고 있다.
이승열 위원 정치 기사를 보면 인터뷰를 따와서 해석하고, 반대편 의견 들어서 싸움 붙이는 식의 도식적 형태를 보인다. 이런 기사를 언제까지 쓸 것인가에 대한 반성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BAR는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을 한다. 기존 정치 기사는 독자가 참여할 여지가 상당히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좋아하는 것을 읽고 스스로 해석하는 여지를 많이 남기는 기획이 아닌가 싶어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정치BAR에 들러, 자기가 좋아하는 칵테일 한잔 시키고 기자·등장인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자기 의견도 생각하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바가 아닌가? 상당히 재밌다. 휴가 가는 대통령에게 책을 추천한 기사와 성주 민심을 전한 기사는 스트레이트로 쓰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현장에 가서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려주니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상재 기존 정치면이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나 부정적인 내용으로 정치 혐오증을 가속화시킨 측면이 있었던 반면에 다양하고 가벼운 내용들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년 대선에 앞서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치세력이 어떤 대안이 나와야 하는지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정치BAR는 현상적인 부분과 설명 위주이고 아직 국회의원, 검찰 개혁 등에 대한 대안과 고민은 약한 것 같다. ‘여의도 일기’도 갑인 국회의원 밑에서 보좌관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는 내용으로 우리도 알고 있다. 앞으론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문제는 특권을 누리는 것보다 일을 안 한다는 점이다.
정치 무관심·혐오 부른 방식 벗어나
젊은층에 경쾌하게 접근 소통 구실
한겨레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될 것
여권과 야권을 다루는 방식에서
객관적 거리 보장하는 것도 중요
홍성일 위원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되었던 정치BAR가 지면으로 들어왔다. ‘미디어 믹스’ 전략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치는 신문의 주된 장르다. 정치BAR는 다른 형식으로 정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친절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소재 선택의 균형성이다. 온라인에서는 발랄하고 즐겁게 한쪽은 우호적으로 또 다른 쪽은 훨씬 냉소적으로 다룰 수 있지만 지면에선 온라인상에서의 톤과 매너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 ‘친박은 어떻게 21세기 노론이 되었나’(7월6일치) 기사는 상당히 재밌었지만 결론은 붕당정치로 망했다는 것이다.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의미있지만 한국 정치의 입체적인 면을 하나로 몰아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여권과 야권을 다루는 방식에 객관적인 거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미와 흥미와 새로움 속에서 여권에 대한 냉소주의를 이끌어내는 데 정치BAR가 활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불어 기자들의 노동 강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 팟캐스트, 오프라인 강연 등 많은 일을 색다르게 해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 지속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백미숙 위원 정치는 국민 생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라 관심을 가지고 감시해야 함에도 읽기가 쉽지 않다. 정치가 신문에서 다뤄질 때는 부정적인 내용 위주라 무관심과 혐오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때 정치BAR가 쉽게 가십처럼 접근해나가는 것을 환영한다. 정치에 친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지면에 들어온 지 한달이 조금 넘어서 어떻게 그려질지 감이 안 온다. 정치 기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아 어떻게 차별화될까 고민했는데 다른 기사들과 결이 많이 달랐다. 뒷이야기 등을 들려주면서 독자들이 알아야 할 부분 위주로 다뤄주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님, 휴가에 이 책 어때요?’(7월27일치)는 휴가철이 되면 어디서나 다루는 책 소개인데 이걸 꼭 다뤄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기획이다. 정치인이라서 이런 책을 읽는다기보다 설문에 답하기 위해 책을 선정한 것 같아 와닿지 않았다. 또 ‘21세기 노론’도 버거웠다. 의도는 알겠지만 독자 입장에서 판단하고 정리하며 읽기는 힘들었다. 최재천의 ‘정치를 읽는 밤’과 김도훈의 ‘낯선 정치’ 코너는 고급 정치 칼럼으로 정치BAR에서 돋보인다. 쉽게 알지 못했던 보좌관들의 이야기도 잘 보고 있다. 앞으로는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나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모습 등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희 위원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콘셉트의 기획으로 정책 기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세금 문제를 놓고 3당이 다른 의견으로 싸우고 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서 어떤 차이가 있고, 꼭 이것만 옳은지, 새로운 대안을 발견함으로써 정책 기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치BAR는 특성상 기획 즉시 바로 기사를 써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시의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분석은 눈에 안 띈다. 최근 들어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세월호에 대한 더민주 태도, 5·18 특별법 당론 1호 법안 추진, 협치를 이야기하면서 우클릭한다거나 갑자기 돌변해 야당성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21세기 노론’ 기사처럼 20대 국회 들어 변화를 보이고 있는 더민주의 내막, 내부 갈등, 전망 등을 보여주는 내용을 다뤄주면 좋겠다. 세번째는 각각 기사에 대한 평가다. 유력 정치인들이 서로 책을 추천하는 기사는 재밌었는데, 대통령에게 책을 추천하는 기사는 뼈있는 한마디가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큰 메시지 없이 단순한 책 나열이어서 아쉬웠다. 티케이 분석한 르포 기사(7월20일치)도 마찬가지다. 주민 인터뷰는 동어반복이 많아 끝까지 읽기가 지루했다.
■ 친박·비박 등 비상식 용어 짚어야
위원장 저도 박 대통령에게 책 추천하는 기사가 기자들은 매우 고생했을 텐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치BAR를 통해서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일례로 우리 언론은 ‘친박’ ‘비박’과 같은 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공공 미디어에서 이런 용어를 쓰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비상식적인데 우리는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초선 김해영 의원 7일 동행기’(6월29일치)를 읽고 김해영 의원의 일상과 여의도 정치 구조적 특징이 교차됐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현상적인 분석과 한국 정치가 가지고 있는 구조, 후진성이 교차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기자들이 정치BAR 기획의도를 정확히 알고,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여러 사안들을 다루면서
해결 방법·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과정 등
국민이 잘 모르는 정치문제들을
잘 접목해서 보여주면 좋겠다 한 사람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 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집단 전기학’이 요즘 역사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950년대 영국이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데 왜 실패했는지를 관료와 정치, 복잡한 사회적 관계로 분석했다. 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관료들에 대한 분석을 하면 어떨까. 서울시, 기획재정부, 청와대 등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와 그 조직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 장관 또는 장관들의 집단 전기학을 쓸 수도 있다. 홍성일 정치BAR가 수요일 지면에 실리는데 지면 기사는 끝이 아니고 하나의 쉼표, 미끼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면에 나왔던 기사를 중심으로 인터넷에 다양한 콘텐츠가 배치되던데 관련된 팟캐스트나, 기존 정치면 기사들을 같이 제공하고 있다. 다른 구조적 이슈를 건드리는 다리가 되고 사람을 끌어모으고 이야기를 하게 하는 정치BAR의 역할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위원장 독자들이 재미로 읽다가 정치에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면 좋겠다. 이승희 온라인에 유행하는 기사와 지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사가 다를 수 있다. 관공서,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면으로 읽고 스크랩한다. 그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 평가나 비판이 신문의 중요한 기능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은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성일 네이버 안에서만 놀다가 끝난다. 정치BAR까지 안 들어오게 된다. 이제는 한겨레 자체가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백미숙 정치BAR 페이스북 페이지가 따로 있더라. 위원장 집단 전기학적 분석을 해 내년 여름쯤 책으로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람들의 행복을 지배하는 엘리트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 개혁의 지점이 어딘지,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나올 것 같다. 잘하면 정책담당자나 관료들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부분까지 고민해주면 좋겠다. 이승열 뉴스룸 토크와 정치BAR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결하고 압축된 메시지 등 상당히 참신한 접근으로 소프트하고 경쾌하고 재밌다. 신문 전체로 봤을 때 한겨레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젊은 사람들에게 경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 구실을 할 것이다. 이상재 최민희 전 의원을 인터뷰한 ‘비판하던 종편에 왜 출연하냐고요?’(8월3일치) 기사를 보고 이걸 꼭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자의 질문 내용이나 기사 마지막 부분에 비판적인 면이 있지만 변명, 해명을 실어준 느낌을 받았다. 한겨레가 진보 진영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려 하고 자기검열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과감하게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한다. 이승희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과정 등 국민이 잘 모르는 것들을 잘 접목해서 보여주면 좋겠다. 이승열 정치의 여러 사안을 다루면서 언론은 해결 방법과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언론이 한발 앞서 더 높은 가치를 지적해주면 국민이 정치권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홍성일 언론학에서는 가장 상업화된 곳에서 미디어 믹스가 일어난다고 본다. 신문의 경우 정치야말로 가장 상업화되기 쉬운 분야인 것 같다. 정치BAR가 상업적 전략 속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을 보여주기 위해 운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정치BAR의 과제다. 박용현 한겨레가 의도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지적해줘 앞으로 정치BAR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장 핵심적인 지적은 정치 기사의 재미 측면과 구조적인 문제 이 두가지가 잘 조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것 같다. 한겨레가 정치BAR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그런 점이었다. 앞으로 잘 보완해나가도록 하겠다. 홍성일 정치BAR의 디지털 콘텐츠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식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나열하다 보니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승열 정치권 출신 인사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정치부 기자들이 받아쓰기 기사에 익숙하고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언가 설명을 해도 그걸 알아듣는 기자가 없더라며 오랫동안 추적, 취재한 과거 기자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많은 신문사들 중 한겨레는 대기자·선임기자 제도를 잘 운영하는 곳 중 하나다. 현장에서 젊은 기자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의 경우 경험있는 기자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고경태 부문장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치BAR를 처음 시작할 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더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BAR는 작년 말에 디지털콘텐츠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정치부는 대표적인 스트레이트 부서다. 플랫폼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된 것 같다. 농담으로 정치BAR가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까 경찰바, 검찰바 이런 식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얘기했었다. 이번 지면 개편에 정치BAR가 들어왔고, 경찰바, 검찰바가 탄생했다. 그게 ‘밥&법’이다. 디지털과 지면 콘텐츠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틀을 다듬는 시기인 것 같다. 저희가 잘 가다듬어 새롭게 안착하길 바라고 있다. ■ 외면받는 지역정치도 관심을 이상재 한국 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서울 언론에 포착이 안 되는 장면 중 하나가 지역정치 현장이다. 정치BAR가 지역기자와 협의해서 지역현장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위원장 지난 주말에 언론인이 쓴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젊은 세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우리 세대가 겪은 민주화운동, 우리 정서와 다르지만 젊은이들도 시민의식, 정의감, 도덕의식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 부분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BAR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정리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8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젊은층에 경쾌하게 접근 소통 구실
한겨레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될 것
여권과 야권을 다루는 방식에서
객관적 거리 보장하는 것도 중요
해결 방법·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과정 등
국민이 잘 모르는 정치문제들을
잘 접목해서 보여주면 좋겠다 한 사람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 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하는 ‘집단 전기학’이 요즘 역사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950년대 영국이 경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데 왜 실패했는지를 관료와 정치, 복잡한 사회적 관계로 분석했다. 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관료들에 대한 분석을 하면 어떨까. 서울시, 기획재정부, 청와대 등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와 그 조직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한 장관 또는 장관들의 집단 전기학을 쓸 수도 있다. 홍성일 정치BAR가 수요일 지면에 실리는데 지면 기사는 끝이 아니고 하나의 쉼표, 미끼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지면에 나왔던 기사를 중심으로 인터넷에 다양한 콘텐츠가 배치되던데 관련된 팟캐스트나, 기존 정치면 기사들을 같이 제공하고 있다. 다른 구조적 이슈를 건드리는 다리가 되고 사람을 끌어모으고 이야기를 하게 하는 정치BAR의 역할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위원장 독자들이 재미로 읽다가 정치에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구나 생각하면 좋겠다. 이승희 온라인에 유행하는 기사와 지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사가 다를 수 있다. 관공서,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면으로 읽고 스크랩한다. 그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 평가나 비판이 신문의 중요한 기능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은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궁금하다. 홍성일 네이버 안에서만 놀다가 끝난다. 정치BAR까지 안 들어오게 된다. 이제는 한겨레 자체가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백미숙 정치BAR 페이스북 페이지가 따로 있더라. 위원장 집단 전기학적 분석을 해 내년 여름쯤 책으로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람들의 행복을 지배하는 엘리트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 개혁의 지점이 어딘지,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나올 것 같다. 잘하면 정책담당자나 관료들에게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부분까지 고민해주면 좋겠다. 이승열 뉴스룸 토크와 정치BAR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간결하고 압축된 메시지 등 상당히 참신한 접근으로 소프트하고 경쾌하고 재밌다. 신문 전체로 봤을 때 한겨레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젊은 사람들에게 경쾌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 구실을 할 것이다. 이상재 최민희 전 의원을 인터뷰한 ‘비판하던 종편에 왜 출연하냐고요?’(8월3일치) 기사를 보고 이걸 꼭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자의 질문 내용이나 기사 마지막 부분에 비판적인 면이 있지만 변명, 해명을 실어준 느낌을 받았다. 한겨레가 진보 진영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려 하고 자기검열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과감하게 지적할 것은 지적해야 한다. 이승희 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과정 등 국민이 잘 모르는 것들을 잘 접목해서 보여주면 좋겠다. 이승열 정치의 여러 사안을 다루면서 언론은 해결 방법과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언론이 한발 앞서 더 높은 가치를 지적해주면 국민이 정치권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홍성일 언론학에서는 가장 상업화된 곳에서 미디어 믹스가 일어난다고 본다. 신문의 경우 정치야말로 가장 상업화되기 쉬운 분야인 것 같다. 정치BAR가 상업적 전략 속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을 보여주기 위해 운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정치BAR의 과제다. 박용현 한겨레가 의도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지적해줘 앞으로 정치BAR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장 핵심적인 지적은 정치 기사의 재미 측면과 구조적인 문제 이 두가지가 잘 조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인 것 같다. 한겨레가 정치BAR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그런 점이었다. 앞으로 잘 보완해나가도록 하겠다. 홍성일 정치BAR의 디지털 콘텐츠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식으로 너무 많은 것을 나열하다 보니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승열 정치권 출신 인사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정치부 기자들이 받아쓰기 기사에 익숙하고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언가 설명을 해도 그걸 알아듣는 기자가 없더라며 오랫동안 추적, 취재한 과거 기자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많은 신문사들 중 한겨레는 대기자·선임기자 제도를 잘 운영하는 곳 중 하나다. 현장에서 젊은 기자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의 경우 경험있는 기자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고경태 부문장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정치BAR를 처음 시작할 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더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BAR는 작년 말에 디지털콘텐츠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정치부는 대표적인 스트레이트 부서다. 플랫폼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된 것 같다. 농담으로 정치BAR가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까 경찰바, 검찰바 이런 식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겠나 얘기했었다. 이번 지면 개편에 정치BAR가 들어왔고, 경찰바, 검찰바가 탄생했다. 그게 ‘밥&법’이다. 디지털과 지면 콘텐츠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틀을 다듬는 시기인 것 같다. 저희가 잘 가다듬어 새롭게 안착하길 바라고 있다. ■ 외면받는 지역정치도 관심을 이상재 한국 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서울 언론에 포착이 안 되는 장면 중 하나가 지역정치 현장이다. 정치BAR가 지역기자와 협의해서 지역현장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위원장 지난 주말에 언론인이 쓴 <하버드 학생들은 더이상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젊은 세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우리 세대가 겪은 민주화운동, 우리 정서와 다르지만 젊은이들도 시민의식, 정의감, 도덕의식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 부분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과 고민이 필요하다. 정치BAR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정리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녹취 시민편집인실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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