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과 거액의 해외 원정 도박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장재국 전 <한국일보> 회장이 또 다시 배임 의혹을 사며 무책임한 경영자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일보의 자회사인 <소년한국일보>의 노동조합(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소년한국일보분회)은 4일 장재국 대표이사를 배임·횡령과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일보 창업주 장기영씨의 4남인 장 대표는 2002년에 한국일보 회장직에서 해임됐지만 지금껏 소년한국의 대표를 맡아왔다.
윤석빈 노조 위원장은 “회계 결산자료를 보면, 장 대표가 회사로부터 20여억원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음에도 장 대표에게 자본금 15억원을 웃도는 돈이 넘어가고, 회사와 무관하게 쓰인 이 돈의 사용처가 확인도 안 된다”며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장 회장은 한국일보 회장 때인 2000년에 가지급금 명목 등으로 공금 66억원 횡령한 혐의로 2010년에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앞서 200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에서 달러를 빌려 불법으로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기도 했다. 임금 체불과 단체협약 결렬 등으로 사쪽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소년한국 노조는 8일부터 전면 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전원 찬성으로 가결한 뒤 2일부터 휴가를 내고 ‘연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임금은 지난 2014년부터 체불되다가 올해 5월부터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생계 어려움으로 최근 두 달 새 직원 4명이 퇴사했다. 노조는 사쪽의 상습적 임금체불이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단협 체결을 계속 외면하는 것도 노조 무력화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단협은 6개월간 실무협상을 거친 노사 합의안에 장 대표가 서명을 거부해 결렬됐다.
소년한국은 <소년조선><어린이동아>와 함께 3대 어린이신문으로 3사 합해 총 발행부수가 25만여부로, 최대 부수일 때와 견줘 반토막으로 줄어든 상태다. 특히 소년한국은 경영진의 부실경영이 겹쳐 한때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신문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한겨레>는 사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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