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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사드,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외부세력’ 공안몰이도

등록 2016-07-21 18:10수정 2016-07-22 15:07

전국언론노조 사드 보도 관련 긴급 토론회
“언론이 지역 목소리 무시한 채 정부 입장만 옮겨”
지역이기주의·외부세력 개입 부각하려 왜곡 보도
성주 주민 “언론이 정부와 유착해 성주 고립시켜”
지역 언론인 “세월호 참사 이은 또다른 보도 참사”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드배치 논란 긴급토론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드배치 논란 긴급토론회'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지역으로 선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달걀·물병 세례를 당한 다음날인 지난 16일, <문화방송>(MBC)은 <뉴스데스크> 9번째 꼭지로 ‘경찰, 사드 반대 시위 황 총리 ‘달걀 투척’ 수사 착수’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경찰의 수사 착수 상황을 다루며, “외부 세력이 개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전했다. 17일 <뉴스데스크> 2번째 꼭지 ‘성주 투쟁위 ‘평화집회’ 약속, 경찰 ‘외부 세력’ 개입 수사’ 리포트는 “투쟁위 내부에서 외부 세력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19일에는 단 두 줄짜리 리포트인 ‘“성주 사드 배치 반대시위에 외부인사 참여 확인”’이 4번째 꼭지로 배치됐다. “경찰이 사드 반대 시위에 외부인사 10여명이 참여한 것을 확인했지만, 불법행위 가담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외부 세력’에 집착하는 이 3건의 리포트에는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문화방송 서울 본사가 지역사인 대구엠비시(MBC)에 기사 작성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직접 작성해 내보낸 것이다. 실제로 리포트를 맡은 기자들은 모두 서울 본사 소속이다. 앞선 20일 <한국방송>(KBS) 지역총국 기자들의 모임인 전국기자협회가 “‘윗선’이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부당하게 ‘공안몰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는데, 사드 보도와 관련해 두 공영방송이 판박이처럼 닮은 셈이다.

21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주최 ‘사드 배치 논란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도건협 언론노조 대구엠비시 지부장은 이런 사례를 제시하며, “사드 관련 보도는 2년 전 세월호 보도 때처럼 ‘참사’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 지부장은 세월호 참사 때 목포엠비시에서 ‘전원 구조’가 오보라고 보고했는데도 끝내 무시됐던 일을 상기시키며, “지역에서 현장의 민심을 아무리 얘기해도 자기네(지도부) 입맛, 정권 입맛에 맞춰 정해진 프레임대로 보도하는 행태가 재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언론, 특히 이른바 ‘중앙’ 언론의 사드 관련 보도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정부의 목소리만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는 문제 의식으로 기획됐다. 발제를 맡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그동안 신문·방송·종편을 모니터한 내용을 근거로, 대다수의 ‘중앙’ 언론들이 “정부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으며, 검증은 하지 않고 왜곡 보도까지 동원해 반대 움직임을 ‘지역 이기주의’나 ‘외부 세력 개입’ 등으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체적으로는 “신문이 앞장서서 프레임을 만들면 방송이 ‘그림’을 덧붙이고 종편 시사토크쇼가 ‘입말’로 널리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7월8~14일까지 방송 모니터 내용을 보면, 한국방송은 전체 27.5건의 사드 관련 보도 가운데 18건을 ‘정부 입장’(전자파 무해, 사드 효용 검증됨, 중국 비판)에 할애한 반면, 성주 주민의 반발을 따로 다룬 보도는 한 건도 없었다. 문화방송은 전체 30건 가운데 16건을 ‘정부 입장’에 할애했고 ‘주민 반발’은 단 1건을 내보냈다. 두 공영방송 모두 사드의 효용성이나 전자파, 배치 과정, 부지 문제 등을 짚는 ‘검증 보도’는 1건도 없었다. 이는 종편 <제이티비시>(JTBC)가 전체 47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건을 ‘검증 보도’에 할애한 것과 대조된다. 심지어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7월13일,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메인 뉴스프로그램 1~3번째 꼭지의 내용과 배치가 쌍둥이처럼 똑같았다.

7월13일 한국방송 <뉴스9>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의 보도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7월13일 한국방송 <뉴스9>과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의 보도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제공

이날 토론회에는 성주 주민과 경북 지역 언론인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폭력 집회-외부 세력 개입-보상 요구’ 등 국민들로부터 성주군민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강정마을(해군기지), 평택(미군기지), 밀양(송전탑), 세월호 참사 때와 똑같다. 주민들은 정부와 언론이 어떻게 유착해 성주를 고립시키는지 잘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노란 리본이 세월호 참사를 상징했듯 평화와 희망을 찾기 위한 투쟁의 상징으로 파란색 리본을 만들었는데, 언론에서 이를 ‘외부인과 구분짓는 비표’라고 왜곡해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성주군민 배윤호씨는 “언론은 병든 사회를 치료할 수도 있지만 병들기 전에 예방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언론은 병든 사회를 더욱 병들게 만들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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