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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SBS 이정현 녹취록 보도, ‘긴급발제권’의 힘

등록 2016-07-07 18:26수정 2016-07-08 17:25

‘기자 10명이상 발제땐 보도’ 준칙
단신 처리하다 주요 뉴스로 방송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한국방송>(KBS) 보도 개입 파문이 확산되고 있으나, 지상파 방송3사 가운데 이를 제대로 보도한 곳은 <에스비에스>(SBS)가 유일하다. 그러나 에스비에스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보도에 나선 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이 집단 발제한 ‘긴급발제권’이 빛을 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에스비에스는 이정현 전 수석과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지난달 30일, <8뉴스>에서 이 내용을 뉴스 말미에 ‘언론노조, 이정현-김시곤 통화 녹음 공개’라는 자막과 함께 30초짜리 단신 기사로 처리했다. 에스비에스 현장 기자들과 기자협회는 ‘이해할 수 없는 뉴스편집’이라며, 청와대 수석이 직접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에 개입하는 내용이 음성녹음을 통해 생생히 드러난 만큼 주요하게 다룰 것을 요구했지만 끝내 단신 배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날인 1일 보도국 소속 노조원들은 올해 3월 노사 합의로 보도준칙에 규정된 긴급발제권을 처음 발동했다. 에스비에스의 긴급발제권은 불공정 보도에 대한 누적된 불만에서 실효성을 고려하여 나온 제도다. 에스비에스는 재허가 문제로 다른 지상파 방송들보다 편성규약이나 공정성을 담보하는 보도준칙 등 제도 정비가 비교적 잘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태가 반복되며 제도가 무력화되자 현실 가능한 방안으로 기자 10명 이상이 집단 발제했을 때 편집회의에서 받아들이는 조항을 보도준칙에 담은 것이다. 긴급발제권에 따라 이날 메인뉴스에서 ‘세월호 보도개입 논란…야, 청문회 추진’이라는 1분46초 분량의 리포트가 음성과 함께 배치됐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에스비에스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위축되고 특히 지난해 초부터 노골적인 정권 편향 보도나 의미 없는 대통령 동정 보도가 쏟아졌다. 편성규약에도 보도 실무자들이 편집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긴급한 상황에서 균형이 무너지거나 상식적인 기사가 누락될 때 적용할 수 있는 제도로 긴급발제권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내부에선 공영방송이 공정보도를 못하는 마당에 이 방송이 나가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지상파 방송의 위기의식도 내비치고 있다. 이대욱 노조 공정방송위원장은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이 공정보도를 못하면서 에스비에스 보도가 유독 도드라지자 임원이나 간부들이 외압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다. 내부 구성원들은 지상파 방송의 공정성 하락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는 다음주에 사장과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전체 편성회의를 열어 녹취록 파문 축소보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 쪽은 청와대 등 정권을 감시·비판하는 기사보다 정부의 발표기사 위주의 받아쓰기로 권력 눈치를 보고 있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디스팩트 시즌3#10_이정현 보도 개입, 박근혜 정부 첫해부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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