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 출처: 문화방송 누리집
폭행과 폭언으로 논란이 된 드라마를 방영해 징계를 받은 문화방송(MBC)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졌다.
서울고법 행정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일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를 방송한 문화방송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방통위 제재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압구정 백야는 임성한 작가가 대본을 쓴 작품으로, 친딸(백야)이 가족을 버린 친어머니(은하)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머니의 새 가정 의붓아들(나단)을 유혹해 며느리가 된다는 내용이다. 딸 백야가 친어머니 은하에게 자신이 친딸임을 밝히는 장면에서 은하가 백야에게 “버러지 같은 게, 인간 같지도 않은 게”, “미친 게 어디 입에서 나오는 대로”라고 말하고, 컵에 담긴 물을 백야에게 뿌리면서 상당한 시간 동안 있는 힘을 다해 백야의 뺨, 머리, 몸 등을 구타하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어머니의 의붓아들은 극의 흐름과 무관하게 깡패와 우연한 시비 끝에 숨지는 장면도 제재 이유가 됐다.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49부작으로 평일 오후 8시55분~9시30분에 방영된 압구정 백야는 논란 속에서도 한때 19.1%까지 시청률이 올라가기도 했다.
방통위는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 설정과 폭언·폭력 장면을 이유로 지난해 4월 ‘드라마 관계자 징계 처분’을 내렸고, 문화방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문화방송은 “드라마의 소재나 극의 전개가 비윤리적이거나 극단적인 장면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권선징악이라는 드라마의 전체 주제, 방송의 전체 맥락을 고려하면 은하가 백야를 때리는 장면, 폭언하는 장면은 사회 통념의 범위 내에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방송사가 드라마 심의에 불복해 소송을 낸 것은 처음이다.
1심은 “청소년의 정서 발달 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청소년의 올바른 가치관 등을 저해하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면서 “지상파 방송사는 가족시청시간대에 가족 구성원 모두의 정서와 윤리 수준에 적합한 내용을 방송할 책임이 있는데, 압구정 백야가 이 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방통위 손을 들어줬다.
문화방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화방송이 항소하면서 주장한 이유는 1심과 별로 다르지 않고, 새로 제출된 증거를 감안해도 결론이 달라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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