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기어리 하버드대 니먼 언론재단 부큐레이터가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디지털포럼’ 온 하버드대 니먼언론재단 부큐레이터 제임스 기어리
주간지 ‘타임’ 유럽판 편집장 지내
“저널리즘 위기는 새로운 기회…
사실 확인·책임성·객관성 등
기존 저널리즘 가치는 여전히 유효”
“사회적 이슈에 깊이 사고하는
잡지식 저널리즘 사라지지 않아”
주간지 ‘타임’ 유럽판 편집장 지내
“저널리즘 위기는 새로운 기회…
사실 확인·책임성·객관성 등
기존 저널리즘 가치는 여전히 유효”
“사회적 이슈에 깊이 사고하는
잡지식 저널리즘 사라지지 않아”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환경에서도 전통적 저널리즘의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에스비에스>(SBS) 주최의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방한한 제임스 기어리 하버드대 니먼 언론재단 부큐레이터를 <한겨레>가 20일 만났다. 그는 주간지 <타임>의 유럽판 편집장을 지냈으며 아포리즘의 역사를 다룬 책 <인생의 급소를 찌르다>등을 썼다.
저널리즘 학과가 없는 하버드대의 부설 니먼 재단은 전세계 뉴스미디어의 언론인 등을 선발해 새로운 방식의 보도를 과감하게 실험하도록 지원하며 저널리즘 싱크탱크 구실을 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아니고 언론과 관련해 ‘큐레이터’ 개념은 낯선데, 니먼 재단의 넘버 2인 그는 “박물관처럼 전세계의 신문을 모으자는 취지로 큐레이터 체제가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큐레이터가 재능있는 작가를 발굴하듯이 언론인 선발 때 그는 “나이에 관계없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는 개혁적 자세와 현장 복귀 뒤 얼마나 잘 실천할지 가늠하는 게 핵심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니먼 재단에서 운영하는 저널리즘 전문잡지 <니먼 리포트>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1947년 출발해 70년 가까운 역사의 니먼 리포트는 혁신적 사고를 바탕으로 저널리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온라인으로도 발간하는 리포트는 긴 형태의 스토리텔링으로 진화하는 최근 저널리즘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에서 짧은 글이 인기를 끄는 통념과는 대조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선거 보도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추고 있다. 기어리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7000단어로 후보들의 선거활동을 다룬 기사가 나와 언론계를 놀라게 했다.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장문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고 밝혔다.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복스미디어를 예로 들었다. 그는 “복스 기자들은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거 보도를 했다. 기존엔 누가 이길지 등 판세 예측을 단순히 여론조사로 했다면 복스에선 정당이 선거자금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등 각종 데이터를 통해 선거 예측을 정확하게 이끌었다”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선거 관련 프로젝트도 호평받았다고 한다. 그는 “엠아이티의 프로젝트는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통해 버니 샌더스나 도널드 트럼프 등에 관한 이슈를 비교분석한 것으로, 국민의 관심과 궁금증을 잘 반영한 자료다. 소셜미디어 가운데 주로 트위터가 많이 활용됐지만 앞으로 인스타그램도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기존 매체들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해 어떤 플랫폼이 소통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시점에선 무엇이 성공할지 또 지속가능할지 불확실하다. 새로운 기술의 잠재력을 기사의 품질 제고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민주주의 사회의 버팀목인 저널리즘의 향방은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360도 카메라의 가상현실(VR) 영상이나 짧은 글로 사진을 설명해야 하는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기술 도입과 함께 불거진 윤리적 문제나 현실 왜곡 등 저널리즘 실종 우려와 관련해 그는 “저널리즘이 도전에 직면한 것은 맞다. 하지만 혁신적 기술에 관심있는 관객들에게 흥미로운 기회가 열렸다. 저널리즘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일 수도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또 정보 민주화가 이뤄져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뉴스 제작해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 확인, 투명성, 책임성, 객관성 등 기존의 저널리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 등을 지닌 기자들의 필수적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에 종이신문을 포함한 인쇄매체의 미래에 대해 그는 “부수는 줄어들 것이다. 특히 주간, 월간 단위는 지금의 소비방식과 달라 더 축소될 것이다. 잡지는 사라지더라도 사회적 이슈에 대해 깊이있고 긴 호흡의 사고를 하는 잡지식 저널리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꼭 봐야 할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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