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2의 출발을 알리는 <광주북에프엠> 공개방송에 지역 밀착형 콘텐츠로 인기가 많은 광주 북구 두암동의 마을미디어 ‘삼정승고을 희망메아리’팀이 출연했다. 이들은 아파트단지 스피커를 통해 주민에게 유용한 복지 소식과 생활 정보를 전달했다.
광주시민방송, 폐국위기 딛고 새출발
5·18광주항쟁·6월항쟁 역사현장
전대 통닭골목서 지난주 공개방송
주파수 1와트로 반경 5㎞만 수신
주민 디제이 참여 ‘문턱없는 방송’
동네이웃·약자소식·음악 등 편성
재원·콘텐츠·주파수 확장은 과제
5·18광주항쟁·6월항쟁 역사현장
전대 통닭골목서 지난주 공개방송
주파수 1와트로 반경 5㎞만 수신
주민 디제이 참여 ‘문턱없는 방송’
동네이웃·약자소식·음악 등 편성
재원·콘텐츠·주파수 확장은 과제
지난 12일 저녁,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 맞은편 통닭거리의 아기자기 작은 골목 안 마을방송국에서 주민들의 흥겨운 웃음소리와 노래가 마이크로 흘러나왔다. 재정난으로 폐국 위기에 처했던 광주시민방송 <광주북에프엠(FM)>(88.9㎒)의 부활을 알리는 특별 공개방송이 펼쳐진 것이다.
공동체라디오인 광주북에프엠은 2005년 12월 <광주북구에프엠>으로 개국한 이래 북구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관 주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재개국하며 실질적인 시민방송으로 거듭나기를 꾀하고 있다.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공방협) 등 시민사회의 도움으로 지난 3월 새 운영진을 꾸리며 이름도 구청의 이미지를 지우고 장소도 광주항쟁의 정신을 잇는 곳으로 옮겨 주민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편성 방향도 동네 이웃들의 재발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개성있는 음악방송 등으로 바뀌었다.
공개방송을 진행한 육수진 방송제작팀장은 “영화 <라디오스타>가 영월의 작은 마을 소식을 전해 인기를 끌었듯 우리도 주민들의 따끈따끈한 소식과 누구나 주민 디제이로 참여 가능한 ‘문턱 없는 방송국’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공방협 상임이사로 재개국을 도운 안병천 <관악에프엠> 대표는 “공동체라디오는 올드미디어가 아니라 지역 소통을 담당하는 뉴미디어다. 지역사회에 가치있는 매체가 되기를 바란다”며 제2 출발의 의미를 짚었다. 공동체라디오는 주파수 1와트(1W)의 소출력 방송으로 반경 5㎞ 안에서만 수신이 가능하다. 전국에 7곳이 있는데 나머지 6곳의 우수한 콘텐츠들도 재송신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방송엔 광주 북구에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팀, 공동체라디오 대표들, 동네 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앞으로 전파를 탈 코너를 맛보기로 선보이거나 희망사항을 들려줬다. 사회적 소외계층의 방송 접근권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은 공개방송 코너에서도 잘 드러났다. 장애인영상동아리 ‘세보나’(세상을 보는 나)팀이 출연해 배려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들의 삶을 다큐로 만들기도 한 이들은 “라디오방송은 처음이라 떨린다”고 했지만 차분하게 진행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스튜디오 안 주민 디제이들의 마이크 소리는 간간이 끊기거나 갑자기 고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는 등 기술적으로 아직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출연진은 순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전문가가 아닌 주민 참여 풀뿌리 방송의 풋풋함에 방청객들은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이어 광주 야시장에서 3년 넘게 공연을 이어가는 반어법 명칭의 ‘오래 못갈 밴드’가 등장해 ‘픽미’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신명나게 부르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광주 두암동에서 온 할배 방송단 ‘삼정승고을 희망메아리’도 호응이 높았다. 어르신들이 기자나 작가로 활동하며 복지 정보와 이웃을 소개하고 신청곡도 들려주는 마을미디어인데 주민간의 벽을 허무는 구실을 톡톡히 해 광주북에프엠에서도 고정코너를 맡게 됐다.
축하 공연엔 골목 주민들도 나섰다. 전남대 학생들에게 38년간 라면을 팔아온 ‘미리내분식’의 김복순 할머니는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가 “부끄러워서 못하겠어. 팔십 산 사람에게 노래라니”라며 잠시 외면했으나 뜨거운 박수에 숨었던 ‘끼’가 폭발했다.
이날 오픈한 스튜디오는 5·18광주시민군 출신의 실내건축가 구용기씨의 도움이 컸다. 이번엔 방송국 지원 시민군 역할을 맡았다는 그는 “이 자리는 5·18 광주항쟁 때 수많은 시민이 계엄 해제를 요구하다 희생되었고 6월 항쟁 때도 민주주의 열망의 목소리가 컸던 곳인 만큼 지상파가 다루지 않는 소외된 이와 서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멋진 방송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시간 예정의 공개방송은 90분을 훌쩍 넘겼다. 진행자는 “어쩌까잉~. 시간을 넘겨 죄송하다”며 못다 한 이야기들은 앞으로의 방송에서 풀어가겠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광주북에프엠이 매력적인 골목을 자산 삼아 주민공동체의 변화를 이끌며 ‘1와트의 기적’을 일궈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시민사회의 공감 속에 재기에 나섰지만 재원과 자체 콘텐츠 확보, 주파수 확장과 플랫폼 구축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유영주 방송본부장은 “마을미디어와 함께 발전하는 주민 놀이터,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글·사진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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