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가 지난해 가상현실 뉴스로 처음 제작한 11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난민>. 전쟁의 폐허 속에 난민 어린이들의 사연을 생생하게 다뤄 호평받았다. 뉴욕타임스 360VR 영상 갈무리
최근 뉴스 영역에 발빠르게 도입
실제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 강점
작년 NYT 난민다큐 제작 보도 호평
탐사보도·재난·집회서 효과 거둬
360도 영상 오래 보면 구토 증세
사실보도와 먼 진실왜곡 우려도
실제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 강점
작년 NYT 난민다큐 제작 보도 호평
탐사보도·재난·집회서 효과 거둬
360도 영상 오래 보면 구토 증세
사실보도와 먼 진실왜곡 우려도
올해 미디어 업계에서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이 뉴스 영역에도 발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 체험이라는 긍정적 기대 뒤편으로 현실 왜곡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가상현실(VR)은 어안렌즈식의 카메라를 활용해 360도 전방위를 볼 수 있는 몰입감이 뛰어난 영상으로, 실제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기술이다. 그동안 게임 분야가 선도적으로 다뤄왔고 영화 분야의 지속적 투자에 이어 스포츠, 테마파크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보이며 본격적인 ‘VR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브이아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가상현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9636억원에서 2020년에는 5조7000억원에 달해 세계적 흐름을 좇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는 360도 영상으로 난민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며 지난해 ‘브이아르 저널리즘’에 뛰어들었다. 360도 영상 뉴스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정기구독자에겐 이 영상을 볼 수 있는 구글의 카드보드 안경까지 무료로 제공했다. 난민 다큐는 시리아 등 내전지역 난민 어린이들의 절규를 생생하게 다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시엔엔>(CNN)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 중계에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인기를 끌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에이비시 뉴스>도 몰입형의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신문·방송들도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지난 총선에서 유세 현장을 다루거나 패션쇼, 스포츠 중계 등에서 적극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신기한 영상으로 주목받는 가상현실은 이제 막 출발한 기술은 아니다. 이미 30여년 전에 비디오게임에서 첫선을 보였고, 에스에프 영화에 종종 등장했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지금은 고화질 영상과 장비의 보급이 가능해지고 유튜브로 올라온 360도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돌려가며 볼 수 있는 수용 환경과 맞물려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수용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쓸모없다. 개인 미디어 기반의 소비 추세에 디지털 경험을 유발하는 저가형 장비가 보태져 시장의 기대와 수용이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가상현실을 잘 살릴 수 있는 뉴스 영역은 탐사보도나 스포츠 중계, 대중이 많이 모이는 집회,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는 재해·재난사고, 환경오염 현장 등으로 근접하기 어려운 공간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높이고 가치 중립적 인식과 함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집회현장 등을 둘러싸고 참여자와 경찰의 주장이 엇갈려 논란일 때 독자들이 영상을 돌려가며 현장을 보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언론사들은 가상현실을 활용하면 이용자의 몰입도가 높아 기존 동영상이나 기사를 볼 때보다 체류시간이 길고 사건 현장에 있는 효과를 준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 쪽에서는 360도 카메라로 제작하면 데이터 압박과 수신장비, 대역폭 등을 고려할 때 5분 이내의 짧은 영상은 가능하지만 보도 일상화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360도의 영상을 오래 보면 어지럽고 구토 증세 등 부작용도 있다.
학계에선 언론의 비주얼 강화 추세 속에 새로운 형식에 대한 관심과 시도는 좋지만 가상현실 열풍에 휩쓸려 무조건 제작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재미와 오락에 몰입돼 공동체에 필요한 정보 등 메시지 전략이 무시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민규 중앙대 교수는 “영상으로 예쁘고 멋지게 보여주기식의 철학 없는 접근은 사실 보도와 거리가 있는 진실 왜곡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360도 영상을 통해 제3자가 객관적 판단을 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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