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이 영화가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명박 정부 이후 <와이티엔>(YTN), <문화방송>(MBC) 등에서 공정 보도를 외치다 해직된 언론인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30일 상영된다. 인간의 삶을 뿌리째 뒤흔든 부당 징계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해직 언론인의 저항사를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린 <교육방송>(EBS) ‘지식채널e’ 피디 출신의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를 20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영화의 콘셉트인 ‘해직 언론인이 없는 언론’에 대해 “언론이 ‘기레기’로 비난받고 있지만 저널리즘 정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언론인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언론은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게 아주 작아 보일지라도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인디플러그 제공
다큐 제작은 2014년 초에 전국언론노조와 언론인들이 언론사 내부의 사정을 아는 그가 가장 적임자라는 권유에서 시작했다. 그 역시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외압을 겪은 터였다. 당시 그는 교육방송에서 반민특위 다큐를 만들다 갑자기 타부서 발령으로 제작이 중단되자 사표를 낸 뒤 학교로 옮겼다. 애초 1년 예상한 작업은 2년을 훌쩍 넘겼다. 그는 “자료가 방대해 내용을 통찰하고 연출자로서 구성과 의미화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생각보다 어려웠던 과정을 털어놓았다. 그가 받은 기초 영상자료는 투쟁 당시 보도물과 노조의 영상물,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의 기록물 등이다. 특히 그는 해직 언론인들에게 폐가 돼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방송사 경영진이 그들을 상당히 모욕적이고 모멸적으로 대했다. 그래서 한분 한분 인터뷰할 때 조심스러웠고 그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행간에서 감정이 느껴지도록 고려했다.” 일반인도 배경지식 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숙제였다.
다큐는 와이티엔 우장균 기자와의 인터뷰로 시작하는 회귀형 구성이다. “제가 만약 죽어서 지옥불에 떨어져도 눈 똑바로 뜨고, 천당에 있는 이명박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해직 뒤 인두질당하는 지옥불 같은 현실을 견뎌내야 하는 울분의 표현이 본질을 암시하기에 포착한 것이다.
작품엔 등장인물도 많고 캐릭터도 다양하다. 김 교수는 해직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에게서 표출되는 분노나 슬픔, 고뇌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잡아내 각각의 역할을 부여했다. 그가 느낀 해직자들의 공통 감정은 억울함이었다. 그는 “해직돼서 억울하다기보다 나의 주장이 옳은데 부정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을 세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장면이나 간절함, 눈물들도 많았지만 최대한 절제하고 건조하게 다뤘다”고 밝혔다. 와이티엔 조승호 기자의 모습이 많이 담겼는데 “진솔하게 보여주는 캐릭터여서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큐의 전체 분량은 2시간이다. 그나마 절반 줄인 양이다. 그가 아끼는 미공개 영상 가운데 와이티엔의 현역 기자가 해직자 노종면 앵커의 <뉴스타파> 코멘트를 흉내 내는 장면이 있다. 그는 “그걸 보며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해직자들이 고통 속에서도 뭔가를 얻었다면 동료의 따뜻한 신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의회의 권력 지형이 바뀌었는데 해직자들에게 원직 복직의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소위 낙하산 사장 등이 예전보다는 조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언론 정상화나 복직은 아직 요원하다고 본다. 정치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고 더 중요한 원동력은 언론사 내부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선 해직 언론인 복직법이 발의됐으나 공론화되지는 못했다.
전주영화제엔 <7년>에 출연하는 문화방송 해직 언론인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의 국가정보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 영화 <자백>도 함께 공개된다. 김 교수는 “해직 언론인과 연관성이 있는 두 작품을 동시에 초청한 것은 이 이슈에 공감한다는 의사 표시가 분명하다”며 “이걸 단초로 사회적 담론이 형성돼 하루빨리 해직자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현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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