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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이거 해라 저거 하지마라…윗선 주문 부쩍 늘어”

등록 2016-03-14 20:03수정 2016-03-14 21:48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연합뉴스’ 내부분위기 황폐화
“주문대로 기사써야해 자괴감”

3년전 파업 주도자 지방 발령 등
잦은 보복성 인사까지

정권이 사장 임명…지배구조 문제
“공영통신사로 사회 정의 부합해야”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정권 편향적인 불공정 보도와 잦은 징계성 인사로 내부 분위기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의 박노황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뒤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와 국기 게양식 개최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또 낙하산 사장 연임 반대 등을 요구하며 3년 전 103일간 파업을 주도했거나 자사에 비판적인 이들에게 지방 발령 등 보복 인사가 잇따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노조위원장에겐 감봉 징계가 내려졌다.

공정보도를 담보하기 위해 노조가 파업을 통해 얻어낸 경영-편집 분리 원칙의 ‘편집총국장제’는 지난 1월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아예 폐지됐다. 편집권은 경영진인 콘텐츠융합담당 상무(편집인)에게 넘어갔다. 이정진 노조 사무처장은 “회사는 편집총국장제뿐 아니라 편집국장 임명동의도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했다. 투표를 통해 최소한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장치라도 마련하기 위해 타협했다”고 밝혔다. 타협안은 구속력이 없는 ‘임명 협의’로 크게 후퇴한 내용이다.

한 기자는 “회사 분위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 등 족쇄를 채우고, 위에서 내려오는 기사 주문이 많아져 부서마다 업무 부담이 늘었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아니라 틀에 박힌 기획이나 지엽적 요구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일이 많아진 것보다는 현장의 느낌이 아닌 윗선의 요구와 지시대로 기사를 써야 해 정신적으로 자괴감과 패배감을 느낀다”며 기자로서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진보단체들의 발언은 축소하거나 누락하고 보수단체만 챙기는 불균형 보도에 일선 기자들이 무력감에 빠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사는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인사권을 수시로 휘둘러 조직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구성원들은 공포감을 호소한다. 저항의 목소리에 인사로 신호를 보내 언제 어떻게 불이익이 닥칠지 몰라 따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사쪽은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연합뉴스 기사는 공유하지 않으면서 타사의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클릭’ 한번 잘못했다가 불만세력으로 비칠까봐 일부에선 사내 모든 게시판에 얼씬도 안 하고, 심지어 기자들은 부서 회식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 선발 방식은 신입 공채 대신 경력기자로 조금씩 채우고 있다. 기존 직원은 호봉제이지만 경력자들은 회사가 원하는 연봉제를 적용한다. 한 기자는 “집단 목소리를 내는 공채 기자들의 입지도 좁히고 노조의 힘 빼기 등을 노린 것”이라고 짚었다.

4·13 총선을 앞두고 불공정 보도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경쟁력이 높았던 대북 관련 뉴스는 전문성 대신 여권 편향 기사로 대체되고 있다. 북한부가 팀으로 축소되면서 새터민 기자 등이 그만두거나 타 부서로 발령나 논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용마 총선보도감시연대 대변인은 “북풍몰이도 과거엔 팩트에 기반했다면 지금은 팩트가 없는데 무리하게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는 구독료 명분으로 1년에 300억원대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데다 지배구조마저 정치권에 종속돼 있다. 연합뉴스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청와대 추천 2명, 국회의장 추천 1명, 여당과 야당에서 각각 추천한 2명, 신문협회와 방송협회가 각각 추천한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주로 정부·여당에서 장악하고 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의 정권 편향 불공정 보도는 정권이 사장을 임명하고 예산지원을 받는 종속적 위치에서 비롯된다”며 정부 지원은 국민 세금에서 나온 것인 만큼 국민 전체 이익과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사장을 선임하는 지배구조에서 정치권을 최대한 배제해야 공영 통신사로서 독립적 역할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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