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한겨레> 여론미디어팀에서 미디어 분야를 담당하는 최원형입니다. 최근 취재하다가 당한 ‘봉변’이 계기가 되어 이렇게 ‘친절한 기자’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게 됐습니다. 제가 봉변당한 이야기는 이미 칼럼(<한겨레> 2월18일치 8면 등)을 통해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짤막하게 정리하자면, 최기화 <문화방송>(MBC) 보도국장이 미디어 전문 매체 기자에게 욕을 했다는 보도를 보고 당사자 확인을 위해 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역시 “야, 이 새끼들아” 하는 욕을 들었다는 이야깁니다. 문자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한겨레를 두고 “한○○”라고 비하하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한겨레에는 다른 언론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3대 포스트(기둥)’가 있다. 학술, 통일외교, 미디어다.” 2009년 제가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 어떤 선배가 저를 격려하며 해준 말입니다. 1988년 국민주 신문으로 탄생한 한겨레는 꽉 막힌 현실의 장벽에 구멍을 낼 학술적 담론들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졌고, 창간 정신으로 내세울 정도로 통일 문제에 대해 스스로 막중한 책임감을 부여했으며, 민주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디어 전반에 대한 냉정한 비판과 견제 역할을 자임했습니다. 그러니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였죠. 그 덕택인지 저는 내리 3년 동안 학술 분야를 담당했고, 그 뒤엔 미디어 분야까지 2년째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통일외교 분야까지 담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지도 모르겠군요.
원래 다른 언론사를 취재하는 일에는 고유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주로 취재하는 입장에 서 있고 취재‘당할’ 일이 별로 없다 보니, 기본적으로 언론사들은 자신들에 대한 취재에 낯설어합니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기업들처럼 이른바 ‘홍보’ 조직이 잘 갖춰져 있지도 않습니다.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 어느 조직에 누굴 찾아야 하는지도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언론계 특유의 권위주의나 왜곡된 ‘동업자 의식’이 발현되는 경우도 잦습니다. “같은 언론사끼리 왜 이러냐”, “남의 허물 들추지 말고 너희나 잘해라”, “당신 몇 년차 기자냐” 등 다른 영역을 취재할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들을 접하기 일쑤입니다.
그중에서도 문화방송은 특히나 취재하기 쉽지 않은 언론사로 꼽힙니다. 이번 ‘욕설’ 사건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기본적으로 취재 과정에서 당사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반론을 듣기조차 어렵습니다. 홍보 조직에서 가끔씩 내는 보도 해명자료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좌파 매체’, ‘정치적인 공작’, ‘악의적인 보도’ 등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 담기기도 합니다. 문화방송 기사를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미디어 전문 매체 기자들은 “우리한테는 아예 자료를 보내오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외부의 취재에 마치 고슴도치처럼 예민하고 민감하게, 때로 공격적으로까지 반응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파업 이전인 2011년 미디어 분야를 담당했던 최성진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당시에도 한겨레는 문화방송에 대해 줄곧 비판적인 입장에서 기사를 썼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대응을 겪진 않았다”고 말합니다. 현재 대전엠비시 사장인 이진숙 기자가 당시 홍보국장이었는데, 당시 이 국장은 기본적으로 한겨레의 비판적인 입장을 존중하되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나 회사 입장의 반론은 충실히 전달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최 지부장은 “그 뒤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이 벌어지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논의’ 보도 등 경영진이 궁지에 몰리는 보도들까지 터져나오면서 외부 매체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진 것 아닌가 한다”고 추측했습니다.
최근 공개된 ‘백종문 녹취’(<한겨레> 1월25일치 1면 등)를 통해 공영방송의 고위 간부가 대놓고 ‘청탁’을 하는 언론사(라고 불러야 할지 의문입니다만)를 만나 온갖 부적절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문화방송 내부에서 위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사실은 아주 얇디얇은 살얼음판 위에 불안하게 떨면서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그 사람 스스로가 얼마나 굳건하냐를 보여주는 척도이니까요. 욕설이 인격의 척도라는 것은 물론 더 말할 필요조차 없겠죠.
최원형 문화스포츠에디터석 여론미디어팀 기자 circle@hani.co.kr
최원형 문화스포츠에디터석 여론미디어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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