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상씨.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짬] 한겨레 ‘종로시민사랑방’ 창립 이요상 위원장
주주 110여명 1억2천만원 출자
“창간 때처럼 또한번 기적 이뤄”
낮엔 카페·밤엔 주막 ‘문화공간’ 주부·한식집 운영·시민활동가로
“광우병 촛불 소녀들 보고 각성”
‘언소주’ 사무총장·‘한발연’ 대표도 그는 3일 새 감투를 하나 더 받는다.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리는 ‘한겨레 종로시민사랑방 창립 발기인대회’에서 창립 위원장을 맡는다. “종로시민사랑방은 ‘한겨레’ 주주들이 중심이 되어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주주 네트워크의 전진기지이자 둥지가 되고자 합니다. 그동안 주주통신원들의 활동 공간으로 이용했던 성북동의 개인 사무실을 3월말까지 비워주게 된데다 마침 교통이 편리한 종로에 마땅한 공간이 나와 뜻있는 주주들이 힘을 모아 함께 마련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한주회에서 꾸린 ‘종로시민사랑방’ 창립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한겨레>에 첫 광고가 나간 지 1주일 남짓 만에 110여명의 발기인이 참여해 1억2천만원 가까운 출자금이 모였다. 한겨레 주주와 독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 누구나 ‘100만원 이상’ 출자가 가능해 초기 운영자금을 포함한 목표액 2억원을 무난히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듯이 ‘한겨레’를 창간했던 주주들의 그 뜨거웠던 열정이 여전히 식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또 한번 기적을 만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서울와이엠시에이 옆 건물 3층에 45평 규모로 자리할 종로시민사랑방은 낮에는 카페테리아로, 저녁엔 주막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주주나 독자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회의나 문화행사 장소로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차와 음료, 간단한 요깃거리를 메뉴로 제공한다. 수익금은 출자자에게 일정액을 배당하되 주주통신원들이 만드는 온라인 매체인 <한겨레:온> 운영과 사회연대운동에도 후원할 계획이다. 3월12일 주주총회 이전까지 내부 수리를 마치고 정식 개업하는 일정이다. “주주통신원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요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진기지이자 전국 주주 네트워크의 심장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위원장이 이처럼 사랑방 매니저를 자임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가 쌓아온 남다른 이력이 있다. 그는 1951년 충남 온양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친은 ‘국졸’ 학력이었지만 이장과 조합장을 거쳐 60년 4·19혁명에 이은 장면 정부의 첫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읍의원에 당선된 마을의 유지였다. 그러나 61년 5·16 쿠데타로 의원직을 잃은 부친은 시국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그에게도 내내 영향을 끼쳤다.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서울여상을 나온 그는 한 대기업 경리부에 취직했다가 사장의 배려로 야간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비서실 발령을 받은 뒤 시키지도 않았지만 매일 신문 스크랩을 해서 올렸어요.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이 생겼지요.” 결혼으로 학업도 직장도 그만둔 그는 신혼 때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보고 남편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떼어 지지 광고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남매 교육을 위해 87년 친구와 함께 강남 한복판에 고급 한식집을 낸 그는 17년간 사업가로 살았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맨 먼저 촛불을 들고 나온 여학생들의 기사를 보고 청계천에 나가봤어요. 마치 가슴에 불을 댕긴 듯 ‘각성’을 했다고나 할까요. 그때부터 매일 거리에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해 5월 언론의 편파보도에 조직적 대응을 공감하는 시민들이 결성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에 참여한 그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앞장섰다. 언소주의 희망씨앗 본부장도 맡았다. 2011년 언소주 사무총장에 이어 한겨레신문발전연대 대표도 지냈다. 그렇게 시민활동가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가을 ‘한겨레’에서 ‘주주 인터넷뉴스 커뮤니티’를 만든다는 광고를 보고 “역시 ‘한겨레’가 앞서 나가는구나!” 생각해 바로 지원했다. 통신원으로서, 날마다 시민사회의 뉴스를 정리해 ‘한겨레:온-오늘의 참여현장’에 올렸다. 그런 성실한 열정 덕분에 그는 지난해 11월 중순 전북 군산에서 열린 제1회 주주통신원대회에서 전국운영위원장에 선출됐다. “80년대 ‘한겨레’ 주주들은 시대의 어둠을 헤쳐온 선각자들이었습니다. 6만7천여 주주들의 소통이 이루어져 뜻이 모이면 ‘한겨레’의 지속성은 물론 제2의 도약을 도울 수 있고, 그 힘으로 ‘한겨레’는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세상을 바꾸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 위원장은 “독자로서 ‘한겨레’에 실망할 때도 있겠지만 기사마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주인으로서 믿음과 지지를 보내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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