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선후보-MBC 노조 2012년 무슨일 있었나
박 후보 “노조파업 풀면 책임지고 문제 해결”
170일째 파업중단…결과는 김재철 사장 유임
박 후보 “노조파업 풀면 책임지고 문제 해결”
170일째 파업중단…결과는 김재철 사장 유임
<문화방송>(MBC)은 이명박 정권 때 다섯 차례 파업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선 한 차례도 없었던 것과 견줘 크게 대비된다. 파업의 원인은 언론관계법 날치기 반대가 세 차례였고,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공정보도와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이 두 차례였다. 한마디로 ‘엠비(MB)씨의 엠비시’를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다며 언론인들이 들고일어났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문화방송이 2008년 4월 <피디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내보낸 뒤 촛불집회가 번졌다는 인식 속에 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화했다. 김재철 사장은 <피디수첩> 등 권력 감시 프로그램 등을 제어·폐지하는 데 앞장섰다. 비판적인 라디오 프로그램도 통제하고, 보도 길들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 사장을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김우룡 당시 이사장은 그의 역할을 ‘좌파 싹쓸이 청소부’로 규정하기도 했다.
2012년에 촉발된 문화방송의 장기 파업은 친정권 보도에 항의한 보도국의 제작 거부에서 출발했다. 1월30일부터 시작한 파업은 <무한도전> <나는 가수다> 등을 제작하는 예능 쪽으로 확대됐다. 2월에는 부장 이상 간부 135명이 파업 사태의 책임을 물어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사쪽은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대화나 협상 대신 노조 집행부 해고 등 징계의 칼을 휘둘렀다. 6월엔 평조합원인 최승호 피디와 박성제 기자도 해고됐다. 백종문 본부장이 녹취록에 ‘근거 없는 부당해고’라고 자인한 것처럼 당시에도 이들의 해고를 놓고 노조 무력화를 겨냥한 사쪽의 전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파업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대량 중징계와 애초 업무에서 배제하는 부당전보, 보복인사 등이 뒤따랐다. 시용기자·시용피디 등 경력사원을 대거 뽑아 이들의 빈자리를 채워나갔다. 뜬금없는 샌드위치 만들기 교육까지 강제됐다. 사쪽은 철저하게 정권에 순치된 보도나 프로그램이 생산되는 구조로 만들어갔다.
노조는 파업 사태가 시간이 흘러도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시민사회와 함께 대선 후보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당시 새누리당 유력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 쪽 메신저인 이상돈 교수가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문화방송 노조를 대리해 기자협회장인 박성호 기자에게 연락을 해왔다. 박 기자는 지난 3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 교수가 당시 박 후보의 ‘파업 사태를 잘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며 4년 전 기록해둔 메모를 토대로 이야기했다. 박 기자는 이 메시지를 노조에 전달했다. 노조에선 “이 말만 믿고 파업을 풀 수는 없다. 해직자와 징계 문제 등을 포함해 공개적으로 언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틀 뒤인 2012년 6월22일에 박 의원은 한 공식행사장에서 “엠비시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공개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공개발언 직후 이상돈 교수에게 전화해 “교수님 말씀하신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나머지 한 가지는 노조가 명분을 걸고 들어오면 나중 일은 제가 책임지고 당을 움직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박 기자는 “이 교수를 통해 처음 그런 제의가 들어왔을 땐 반신반의했다. 선거 국면에 핵심 측근이 부풀릴 수 있는데 노조의 공개 요구가 이틀 만에 바로 언급되니 새누리당의 여러 채널보다 신뢰할 만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이 교수와 파업을 풀기 전까지 10여 차례, 이후에 10차례 만났다.
문화방송 노조는 7월17일에 파업을 잠정중단했다. 파업에 나선 지 170일째였다. 8월에 방문진 새 이사진이 들어오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처리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퇴진하지 않았다. 11월8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 사장 해임안은 부결됐다. 김충일·김용철씨 등 여당 쪽 이사들도 김 사장의 전횡으로 공영방송사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에 공감해 해임안이 통과되는 분위기였으나 하금열 청와대 비서실장과 당시 김무성 선거대책본부장 등 정치권 외압 논란 속에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문화방송은 지금까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박성호 기자는 박 대통령의 약속 파기에 대해 “원칙과 신뢰의 문제다. 이쪽에서 찾아가 해결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진영 쪽에서 적극적이었다. 유력 대선 후보가 공영방송의 파업 사태를 주요 이슈로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경제민주화 공약처럼 선거 이슈 활용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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