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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종편 건강·의료 프로그램 ‘시장의 약장수’ 전락

등록 2016-01-11 20:03

작년 방심위 제재 0건 → 24건 급증
시청률 높이려 효능 과장 일쑤
“제재로는 한계 식약처 개입 필요”
그라비올라, 렌틸콩, 막걸리식초, 백수오, 보리새싹, 아로니아, 와송, 와이드망고, 치콘….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의 건강·의료 프로그램에서 난치병을 극복했다는 특정인의 체험 사례가 쏟아진 식품들로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제재받은 사안들이다.

방심위의 심의규정 제42조엔 방송에서 식품·건강기능식품을 다룰 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거나 효능·효과를 과장해 과신하게 하는 단정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식품을 다룬 방송들은 ‘렌틸콩 먹고 체중이 9.3㎏감량’ ‘천년초 섭취로 시력이 0.6에서 1.5로 상승’ ‘흑초로 간질환과 파킨슨병 치료’ 등 특정인의 사례를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반화해 시청자를 혼동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쇼닥터’로 불리는 의사나 한의사들이 ‘항암제보다 1200배의 항암력을 지닌 개똥쑥’ 등 한두마디씩 거들어 긴가민가하는 시청자를 믿게 부추기고 있다.

방심위에 따르면 종편에서 42조를 위반한 프로그램은 2015년 한해 모두 24건이었다. <천기누설>(8건), <다큐M>(2건) 등 11건을 기록한 <엠비엔>(MBN)이 가장 많은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티브이조선>은 <내 몸 사용 설명서>(2건) 등 8건, <채널에이>는 (3건) 등 4건, <제이티비시>는 1건이다. 2014년에 이 조항으로 제재받은 프로그램은 1건도 없었던 것과 견줘 크게 늘어난 걸 알 수 있다. 종편들이 방심위의 제재를 받아도 특수사례의 효능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높은 시청률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건강에 관심이 많다 보니 종편들의 건강·의료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최고 5%로 치솟았다.

또 식품이나 쇼닥터 등 방송 노출을 통해 직간접적인 광고 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크다. 종편에서 소개한 식품들이 방송을 타면 홈쇼핑에 걸리고 주문이 바로 빗발친다. 흑초 판매업자가 출연해 파킨슨병을 치료한 것처럼 언급하거나, 애벌레 재배업자가 출연해 뇌경색을 고쳤다는 내용이 전파를 타고 아로니아 농장주가 체험자로 둔갑한 사례가 버젓이 방송되기도 했다. 광고주인 한국인삼공사에서 출시한 아로니아 제품을 방송한 당일 홈쇼핑 채널에서 완판한 기록이 엠비엔 미디어렙 영업일지 공개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의 부작용과 쇼닥터의 폐해가 끊이지 않자 방심위가 지난해 9월 방송의 공공성 제고를 위해 대한의사협회, 한의사협회와 업무협약 등을 통해 공동 규제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큰 실효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종편이 공적 책무를 외면한 채 산업논리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방심위의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재하 방심위 선임연구위원은 “종편들이 시청률을 의식해 오락성을 가미하다 보니 ‘시장의 약장수’ 같다”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 개입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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