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지주사에 헐값으로 넘겨
판매수익 MBC의 절반에 그쳐
언론 지주회사 체제 적절성 도마에
판매수익 MBC의 절반에 그쳐
언론 지주회사 체제 적절성 도마에
<에스비에스>(SBS)가 지주회사인 에스비에스미디어홀딩스(홀딩스)와 그 자회사에 넘어갔던 콘텐츠의 판권을 되찾아 독립경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전국언론노조 에스비에스본부(노조)는 사쪽과 8년 투쟁 끝에 이 방송사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새해부터 에스비에스가 직접 판매·유통하기로 합의했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재주는 에스비에스가 넘고 돈은 홀딩스가 챙기는’ 왜곡된 수익구조가 바뀔지 주목받고 있다.
채수현 에스비에스 노조위원장은 이날 “사쪽과 지난달 29일 에스비에스의 콘텐츠 판매방식과 요율 변경에 대해 합의했다. 그동안 홀딩스에 헐값에 넘겼던 콘텐츠 판매 주권을 일부 되찾아 에스비에스 본사의 이익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잘못된 콘텐츠 판권계약으로 손해를 봤다며 지난달부터 배임소송 티에프 결성과 법률 소송 조합원 주주를 모집하며 사쪽을 압박했다.
노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스비에스의 광고 수익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총 1조9407억원으로 <문화방송>(MBC)의 2조155억원과 견줘 96%로 엇비슷하다. 반면에 콘텐츠 수익은 에스비에스가 4년간 4819억원인데 문화방송은 9464억원에 달해 절반에 그치고 있다. 2014년 영업손실이 129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 악화에 대해 사쪽은 지상파 광고시장 축소 등으로 설명했으나 노조는 반토막난 콘텐츠 수익 등을 근거로 지주회사 체제에서의 위탁판매를 문제 삼았다.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에스비에스는 적자에 시달리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영업하는 에스비에스콘텐츠허브나 유료채널에서 재방송하는 플러스 등 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자회사로 돈이 흘러가 이들의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언론사에서 지주회사 체제가 적절한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에스비에스는 2008년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상파 방송으로서는 처음이어서 도입을 앞두고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의 투명성 제고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공적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에스비에스 쪽에선 ‘소유-경영’ 분리를 통해 자본과 정치권력의 압력에서 벗어나 공정보도와 제작에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출발했다.
하지만 방송사의 공적 책무인 사회환원기금 출연액은 줄고, 제작 여건은 더 취약해지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으면서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큰 불신과 함께 공적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0년에 최문순 전 의원은 방송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도 규제기관의 재승인 심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등 미디어 지주회사를 감시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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