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3인의 해직언론인 “방송, 군사정부 시절로 돌아갔다”

등록 2015-12-20 19:39수정 2015-12-21 09:33

지난 16일 해직 언론인 좌담을 위해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문화방송>(MBC)의 이용마 전 기자(왼쪽부터)와 최승호 전 피디, <와이티엔>(YTN)의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좌담 전에 신문사 옥상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A href="mailto:woo@hani.co.kr">woo@hani.co.kr</A>
지난 16일 해직 언론인 좌담을 위해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문화방송>(MBC)의 이용마 전 기자(왼쪽부터)와 최승호 전 피디, <와이티엔>(YTN)의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이 좌담 전에 신문사 옥상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해직 언론인 좌담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 반대와 언론 자유 등을 외치다 쫓겨난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가 또 한 해를 넘기게 되었다. 2008년 노조위원장을 맡으며 노조 쟁의를 이끈 <와이티엔>(YTN)의 노종면 기자, 2012년 김재철 사장 체제의 불공정 방송에 항의해 170일간 장기 파업을 벌였던 <문화방송>(MBC)의 이용마 기자와 최승호 피디가 1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좌담을 하고 해직 언론인의 삶과 박근혜 정부의 언론 현실을 진단했다.

좌담 참석자

노종면 (와이티엔 전 노조위원장, 기자·피디)

이용마 (문화방송 전 노조 홍보국장, 기자)

최승호 (문화방송 전 <피디수첩>피디)

-해직 기간이 길게는 7년이 넘었다. 막막하고 힘든 시간일 텐데 각자 근황은?

노종면(노) 경기도 양평의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여덟 가구가 살고 있는 동네인데 주민들도 내가 해직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행사가 있어서 양복을 입고 나가는 날이면 ‘복직했나 봐’라는 소문이 돌며 관심을 보여준다.

최승호(최) <뉴스타파>에서 장기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문화방송 사쪽에서 노조 상근자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는데, 앞으로 노조 일까지 떠맡아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도 살짝 들고 있다.

이용마(이) 해직 뒤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해직 기간이 길어지니 아예 이 길로 가야 하나 고민이다.

-가족들과의 일상에서 해직자로서 곤혹스러운 점을 이야기하자면?

아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처음 1~2년 정도는 무난하게 넘어갔는데 길어지니까 싫어한다. 쌍둥이 애들이 초등학교 들어갔는데, 엄마들끼리 만나 서로 남편 뭐 한다고 이야기할 때 할 말이 없을 테니까. 나도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없다는 인식에 스스로 왜소해진다.

기본적으로는 그전 생활이랑 비슷하다. 다만 해직 뒤에 아버님과 장모님이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생전에 ‘언제 복직되냐’ 늘 물어보며 기대하셨는데 그걸 충족시켜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초등 6년생인 막내까지 아빠가 ‘잘렸다’는 걸 안다. 조금 측은해하는 것 같다. 늘 집에 있으니까. 고향인 울산도 안 간 지 5년이 넘었다. 친척들이 계속 ‘언제 복직하느냐’ 물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최승호 전 MBC PD

최승호 전 MBC PD
최승호 전 MBC PD
회사 친구들 되레 하소연
KBS ‘훈장’ 불방, 파업투쟁 사안
MBC, 종편보다도 정부비판 적어
세월호 청문회 보도 달랑 5초

-회사에 남은 자들도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한다. 선후배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올 5월부터 와이티엔 노보 제작하는 일을 맡고 있다. 주 1회 편집회의도 참석하니까 선후배 동료들과 접촉은 늘어난 편이다. 상암동의 좋은 사옥으로 이사간 뒤에 해직자들에게 더 미안해하는 기류가 있다.

만나기는 자주 만난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친구들이 엉뚱하게 스케이트장 관리, 심의실, 사업팀 등으로 밀려나 있다. 회사 안에 있어도 힘들고 괴로우니까 되레 내가 들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회 차원의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협의했지만 결실이 없었다. ‘해직언론인 등의 복직 및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안’도 야당 주도로 발의되었으나 본격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채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뒤 정치권에서 해결 모색을 위한 제안은 없었나?

제가 아는 한 전혀 없었다. 정치인들은 상황을 모른다. 가끔 국회의원과 통화하면 “복직하셨죠?”가 인사말이다.

이게 심각하다. 해고자 이슈가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지고 있다. 비공식 모임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났는데, 해직 언론인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자기는 이대로 갈 거라고 얘기하더라.

특위에서 여야 추천 자문위원들이 합의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때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라도 도입했으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야당 쪽에서 끝까지 반대하면 될 수 없으니까 엠비시 안광한 사장, 케이비에스 고대영 사장이 선출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여당은, 2008년 광우병 시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김무성 대표도 그 얘기를 또 하더라. 당시 광우병 시위가 언론에 널리 보도됐고, 그런 상황에서 정책과 반대되는 여론을 견디다, 결국은 정책을 일부 철회하는 결과까지 겪었다. 사실 그때를 계기로 언론 장악이 시작된 것이다.

광우병 사태가 기폭제인 것은 맞는데, 기본적으로 이들 핏속에는 ‘언론 자유’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이들은 해방 이후부터 주류인데, 철권에 바탕을 두고 또 한쪽에서는 펜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이 양쪽의 무기를 쥐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온 사람들이다.

그 말대로 그들의 디엔에이(DNA) 자체가 언론 자유를 잘 모르거나, 아니면 언론의 자유가 매우 위험한 요소라는 생각을 하는 정치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노종면 전 YTN 기자·노조위원장

노종면 전 YTN 기자·PD
노종면 전 YTN 기자·PD
정치지형 변해야 해직문제 풀려
종편에 야당 정치인들 이용당해
포털 뉴스 다양한 것 같지만
‘한겨레’ ‘경향’은 잘 안보여

-노 기자는 재직 중이나 해직 뒤에도 상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가장 받고 싶은 상은 ‘정상’이라고 얘기했다.(일동 웃음. “그거 말 되네.”) 지난해 대법의 ‘해고 정당’ 판결 뒤, 회사에서도 완강하고, 정치권에서도 외면하고 있는데 정상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여권에는 단 한 줌의 기대도 없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 대통합위원회를 만든다며 해직자를 찾아 만나기도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야당이 해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나 안 하나 마찬가지다. 조심스런 얘기지만, 정치 지형을 바꾸지 않으면 해직 문제는 안 풀린다. 시혜성 복직은 바라지 않는다. 당당한 복직, 복직 자체가 아니라 가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복직을 원한다. 정치 지형의 변화는 언론 종사자들도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 아닌가 한다. 자기가 맡은 영역에서 보도를 열심히 하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정치 세력을 바꾸는 활동이 필요하다.

-문화방송 해직자들은 해고 무효소송에서 1심과 2심은 승소했는데 대법은 언제쯤? 이 2017년 12월 대선 이후에나 판결날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1·2심 판결 보면 승소 가능성이 높다. 대선 전에 언론 자유 투쟁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정권에게 위험한 일이 될 테니까.

언론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다. 점점 더. 케이비에스가 그나마 덜했는데, 고대영 사장 되면서 훨씬 더 급전직하로 나빠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번에 한국방송의 <훈장>프로그램은 정부 수립 이후에 정부 전수조사로 대단한 특종이다. 친일파 문제와 간첩조작 사건이 들어 있다. 이러니까 바로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상당히 심각한 사태다. 옛날 같으면 파업이나 파업에 준하는 투쟁을 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 새누리당이 야당이었으면 방송사로 항의방문했을 거다.

이용마 전 MBC 기자

이용마 전 MBC 기자
이용마 전 MBC 기자
김무성 새누리 대표 만났더니
해직 언론인 문제 이대로 간다 해
‘100분 토론’ 1 대 4로 싸우기도
언론환경 군사정부 시절로 퇴행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급락하고 있다. 현재 방송들 평가를 하자면?

후배들에게 와이티엔 안 본다고 했다가 혼났다. 서운하다고, 모니터하라고. 마음에 와 닿았다. 보기 싫어도 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최근 몇달 동안 보는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취재를 소극적으로 시킨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나온 날, 와이티엔은 한 위원장 발언을 도중에 끊어버렸다. 방송사가 권력을 향해서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하는 거다.

하지만 와이티엔은 문화방송에 견주면 양반이다. 이 지난번에 <100분 토론>출연자가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녹화장에서 1 대 4로 싸웠다고. 원래 이 프로그램은 사회자가 있고 2 대 2로 나뉘어 토론하는 구조다. 그런데 한 출연자가 다른 쪽에 치우쳐 자기 혼자 3명과 싸우는 구조인데, 사회자까지 저쪽 편과 같은 목소리를 내니까 1 대 4가 됐다는 것이다.

민중총궐기 때 백남기 선생이 물대포 맞는 장면을 <뉴스타파>에서 찍어서 회자됐다. 그 물대포 맞는 장면을 엠비시는 뉴스에서 한번도 방송한 적이 없다. 보도는 ‘물대포 직사로 맞았다고 주장한다’ 식으로 한다. 화면은 안 쓰고.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군사정부 시절로 돌아갔다. 디제이와 와이에스가 유신시대에 당시 언론들이 기사 쓸 때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고 “한 재야 인사”로 코멘트를 적어야 했다고 했다. 지금이 거의 그 상황이랑 비슷하다. 야당을 비난·비판할 때 열심히 쓰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거의 다루질 않는다.

세월호 청문회도 엠비시 5초, 케이비에스 8초인가 단신으로 처리했다.

이명박 정부엔 여야 균형보도를 한다고 하면서 야당에 대한 공격성 소재를 가지고 다뤘다. 지금은 아예 그런 유의 균형조차도 생각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정부 편만 드는 게 노골화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엠비 시절에 <피디수첩>의 광우병, 4대강 등 꼬투리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요즘 보면 공정성 문제를 갖고 방심위가 뭔가 했다는 뉴스 자체를 많이 못 봤다. 이미 방송 장악이 되고 방송에서 그런 내용 자체가 없으니까, 아예 칼 휘두를 일이 없는 것 아닌가. 여권에 유리한 편향적 프로그램은 넘쳐나고, 반대로 야당에선 의욕이 없고 문제 제기가 없으니까.

이런 시장이 구조화될 우려도 있다. 40대까지만 해도 지상파 뉴스 잘 안 본다. 인터넷, 에스엔에스 등으로 뉴스를 소화한다. 그러나 나이 드신 분들은 인터넷 등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상파 내용이 입맛에 맞으니 계속 본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한 지 4년 됐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상파 3사와 보도채널들이 굉장히 중요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이 매체가 조금이라도 정상에 가까워지면, 종편은 금방 B급 매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내용이 거의 다르지 않다. 종편이 좀더 자극적일 뿐이다. 오히려 종편을 본뜨려고 한다. 미국의 <폭스 티브이>는 <시엔엔>과 견주면 극우에 가깝다. 패널을 봐도 진보, 보수 등 분류에서 숫자가 1 대 3으로 불균형하다. 이게 함정이다. 사람들 눈에는 한쪽 대변하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사실상 ‘얼굴마담’이다. 종편 출연하는 야당 정치인들이 그런 얼굴마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야당이 종편에 출연해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기들이라도 나가서 균형을 맞추는 본래 목표를 달성했는지, 아니면 종편이 그럴싸한 언론으로 포장되는 데 이용당하지 않았는지. 그나마 힘이 있는 야당 정치인들이 종편에 출연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종편에 대한 견해도 엠비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좀 달라졌다. 종편의 방송 내용을 보면 기가 찬다. 그런데 때론 정부 비판을 한다. 엠비시는 청와대 비판 보도가 1년 내내 뒤져도 한 건도 안 나올 것이다. 공영방송이 저런 상태이니 할 말이 없다.

지금은 종편이 선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문과 함께 맞물려 가니까, C급인데도 신문과 방송에서 어젠다를 몰아가니 지상파가 끌려간다.

새누리당은 종편과 지상파 다 잡아놓고 있어서 배가 부른데도, 포털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기고 포털 균형을 문제삼고 있다. 모든 미디어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야당 쪽은 아무것도 없이 즉자적으로 반대만 한다. 여당은 큰 그림 갖고 밀어붙이는 상황인데, 이쪽은 결기도 없이 그냥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포털이 그나마 다양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알게 모르게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매체의 뉴스들이 증가해온 측면이 있다. 조·중·동을 아예 안 보는 사람도 포털을 이용하는 순간 그게 안 된다. 최근에 포털 뉴스를 분석해보고 있는데, 뉴스포털에서 <연합뉴스>와 조·중·동 그리고 경제매체의 정치·사회 기사 비중이 매우 높다. <한겨레>나 <경향>은 과거보다 보기 힘들어졌다. 이 구조를 깨야 하는데, 포털이 정치권력에는 또 ‘을’이 아닌가? 차라리 여론 형성을 위해서는 포털에 대해 “친권력 친여 매체”라는 딱지라도 붙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 정말 어려운 시절이다. 전두환 정권 때 언론사에 입사했는데,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지금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당시에도 어려웠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가면서 장막을 걷었다. 그러다가 역사적 대전환이 있을 때 크게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결국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언제까지 후퇴하거나 이런 현실에 머물진 않을 것이다.

사회·정리 문현숙 최원형 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헌재, 올해안 9인체제 복원…윤 대통령 탄핵심판 속도낸다 1.

헌재, 올해안 9인체제 복원…윤 대통령 탄핵심판 속도낸다

[속보] 정청래 법사위원장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 제출 2.

[속보] 정청래 법사위원장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 제출

윤석열 담화 뒤 닫힌 김용현의 입…“불법수사 진술 거부” 3.

윤석열 담화 뒤 닫힌 김용현의 입…“불법수사 진술 거부”

동자동 쪽방 주민들 ‘탄핵 떡’ 나눔…국회 앞서 “쑥스럽지만…” 4.

동자동 쪽방 주민들 ‘탄핵 떡’ 나눔…국회 앞서 “쑥스럽지만…”

“윤석열이 건넨 ‘접수 대상 언론’에, MBC 말고 더 있어” 5.

“윤석열이 건넨 ‘접수 대상 언론’에, MBC 말고 더 있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