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제4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에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란 주제로 포럼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우리 동네 골목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마을미디어’가 미래의 새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다. 주거·교육·먹거리 등 내 삶에 밀착한 마을의 정보 전달뿐 아니라 소통과 대화의 공론장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까닭이다.
내 이야기 담은 ‘마을미디어’ 부상
마을신문·공동체라디오 등 200곳
주민 밀착 ‘공론장’이자 놀이터로
채널 할당·지원 조례 등 만들어야 마을미디어는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으로 ‘퍼블릭 액세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미디어를 통한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계기로 이어졌다. 참여자의 구성이나 플랫폼도 다매체 시대에 맞춰 다채로워지고 있다. 과거엔 마을신문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라디오·영상·팟캐스트 등 마을방송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또 어린이·노년층까지 주민 연령대도 폭이 넓어졌으며 이주민·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콘텐츠에도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마을신문 <반송사람들>은 17년의 역사만큼 가장 마을미디어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역의 풀뿌리 공동체인 ‘희망세상’ 회원들 주도로 월 1회 발간하는 반송사람들은 구청과 주민센터를 감시·견제하는 작은 언론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들은 부산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마을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편집회의 뒤 어두운 밤길에 가로등은 어떤지 직접 실태조사에 나섰다. 법을 연구해가며 가로등 밝기와 간격 등을 따져 신문에 실었다. 이를 보고 구청 쪽에서 함께 조사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낮이 아닌 밤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켜 실질적 개선을 이끌었다. 자동차 사고 가능성이 높은 도로 파인 곳도 구청과 함께 조사해 포장을 다시 하거나 땜질에 나섰다. 특히 기장군청에서 건설 폐기물 관련 시설을 주민 동의 없이 허가했을 때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신문 1면에 대대적으로 실어 지역사회의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 이 신문은 별도의 지원 없이 회원들이 돈을 모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혜정 희망세상 대표는 “마을신문은 주민과 소통하는 창구다. 권력의 눈치 볼 것 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자유롭게 싣는다. 젊은 사람들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반송사람들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고 밝혔다.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시골의 초등학생들이 만든 팟캐스트 <날아라, 청개구리>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아이들이 도서관, 양계장, 자동차 정비소 등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신의 눈높이로 궁금한 것을 묻고 동네와 세상을 익혀가는 과정을 담았다. 산골 아이들이 이런 색다른 작업을 하게 된 것은 피디 출신이 귀촌해 글쓰기 교실과 미디어 교육을 편 결과였다. 마을미디어가 즐거운 놀이터 구실을 하며 이웃과의 연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3년 전, 서울 동작구 공동체라디오인<동작에프엠>은 기본 교육을 간신히 끝낸 주민 몇명이, 어떤 이는 어린애를 업은 채 마이크를 잡고 힘겹게 출발했다. 지역에 밀착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금은 주민 디제이도 20여명으로 늘었다. 세월호 참사 추모제, 교육감 선거 토크콘서트 등 지역사회와의 연대활동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양승렬 동작에프엠 방송국장은 지난 11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서울마을미디어축제의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 포럼에서 “마을미디어는 주민들 삶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방송 제작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와 엄마들과 다양한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지역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미디어의 숫자는 전국 200여개로 추정된다.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운영이 어려워 개점휴업 상태도 적지 않다. 마을미디어가 지속 가능하려면 재원 확보와 콘텐츠를 유통시킬 플랫폼 구축 등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 지자체가 마을미디어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젝트성 사업 지원체계에 그치고 있다. 김일웅 <강북에프엠>피디는 “마을미디어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주민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을미디어 지원 조례 제정을 통해 행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주훈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은 “앞으로 미디어 정책은 보편적 커뮤니케이션권 보장을 위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며 “지상파 티브이나 라디오들의 채널 할당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마을신문·공동체라디오 등 200곳
주민 밀착 ‘공론장’이자 놀이터로
채널 할당·지원 조례 등 만들어야 마을미디어는 지난 2000년 통합방송법으로 ‘퍼블릭 액세스’ 개념이 도입되면서 미디어를 통한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계기로 이어졌다. 참여자의 구성이나 플랫폼도 다매체 시대에 맞춰 다채로워지고 있다. 과거엔 마을신문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라디오·영상·팟캐스트 등 마을방송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또 어린이·노년층까지 주민 연령대도 폭이 넓어졌으며 이주민·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콘텐츠에도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의 마을신문 <반송사람들>은 17년의 역사만큼 가장 마을미디어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역의 풀뿌리 공동체인 ‘희망세상’ 회원들 주도로 월 1회 발간하는 반송사람들은 구청과 주민센터를 감시·견제하는 작은 언론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들은 부산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마을은 안전한가’를 주제로 편집회의 뒤 어두운 밤길에 가로등은 어떤지 직접 실태조사에 나섰다. 법을 연구해가며 가로등 밝기와 간격 등을 따져 신문에 실었다. 이를 보고 구청 쪽에서 함께 조사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낮이 아닌 밤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켜 실질적 개선을 이끌었다. 자동차 사고 가능성이 높은 도로 파인 곳도 구청과 함께 조사해 포장을 다시 하거나 땜질에 나섰다. 특히 기장군청에서 건설 폐기물 관련 시설을 주민 동의 없이 허가했을 때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신문 1면에 대대적으로 실어 지역사회의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 이 신문은 별도의 지원 없이 회원들이 돈을 모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혜정 희망세상 대표는 “마을신문은 주민과 소통하는 창구다. 권력의 눈치 볼 것 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자유롭게 싣는다. 젊은 사람들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반송사람들을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고 밝혔다.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시골의 초등학생들이 만든 팟캐스트 <날아라, 청개구리>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아이들이 도서관, 양계장, 자동차 정비소 등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자신의 눈높이로 궁금한 것을 묻고 동네와 세상을 익혀가는 과정을 담았다. 산골 아이들이 이런 색다른 작업을 하게 된 것은 피디 출신이 귀촌해 글쓰기 교실과 미디어 교육을 편 결과였다. 마을미디어가 즐거운 놀이터 구실을 하며 이웃과의 연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3년 전, 서울 동작구 공동체라디오인<동작에프엠>은 기본 교육을 간신히 끝낸 주민 몇명이, 어떤 이는 어린애를 업은 채 마이크를 잡고 힘겹게 출발했다. 지역에 밀착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금은 주민 디제이도 20여명으로 늘었다. 세월호 참사 추모제, 교육감 선거 토크콘서트 등 지역사회와의 연대활동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양승렬 동작에프엠 방송국장은 지난 11일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서울마을미디어축제의 ‘변화를 만드는 마을미디어’ 포럼에서 “마을미디어는 주민들 삶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방송 제작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와 엄마들과 다양한 문화예술인이 참여하는 지역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미디어의 숫자는 전국 200여개로 추정된다.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운영이 어려워 개점휴업 상태도 적지 않다. 마을미디어가 지속 가능하려면 재원 확보와 콘텐츠를 유통시킬 플랫폼 구축 등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 지자체가 마을미디어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젝트성 사업 지원체계에 그치고 있다. 김일웅 <강북에프엠>피디는 “마을미디어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주민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을미디어 지원 조례 제정을 통해 행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주훈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은 “앞으로 미디어 정책은 보편적 커뮤니케이션권 보장을 위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며 “지상파 티브이나 라디오들의 채널 할당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