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교과서 국정화 광고가 <한겨레>에 게재된 후 신문사 안팎으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한겨레의 기사 논조와 반대되는 광고를 본 독자들에게 이는 신뢰를 저버린 행동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광고를 주된 재원으로 삼는 신문은 오랫동안 지면구획(레이아웃)을 통해서 기사와 광고를 분리해왔다. 후원자가 명시된 광고가 언론사의 편집 방향과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정작 문제는 후원자가 명시되지 않는 기사형 광고다. 광고 배치가 편집권에 포함되는가에 대해서는 다소의 논란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둘은 분리되어 운영되어 왔고 독자들 역시 그 내용을 구분해서 인지하고 있다. 명백한 사회적 해악과 불법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신문사가 광고의 내용을 문제 삼아 게재하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
<뉴욕 타임스>의 경우 광고 게재에 관한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있다. 매뉴얼에는 폭력적·불법적 광고,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적 광고, 담배·도박·다이어트 약품 광고 등은 다루지 않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논쟁적인 사안에 대한 의견광고 또는 주장광고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사의 편집 방침도 고려하지 않은 채 표현에 대한 접근권 차원에서 최대한 허용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번 광고는 의견광고이자 정부광고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의견 또는 주장광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정부의 홍보 및 광고예산의 집행은 법에 의해 의회의 동의를 득해야 하기에 의회에서 확정하지 않은 논쟁 중인 정책에 대해 정부부처가 광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광고에 관한 미국 의회 보고서들은 사회 여론에 비대칭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가 진행과정에 있는 정책사안의 한 측면을 선전하는 것은 정파적인 행위이자 논쟁적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정부부처 광고를 대행하는 광고협의회(Advertising Council) 역시 정치성·상업성·편파성을 배제한 공익광고를 중심으로 정부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호주)나 캐나다 등 의회주의가 중심인 나라에서는 정부광고에 대한 감시기준이 더 엄격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부광고가 없으면 매체사들의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그 집행 규모가 크고 제도화되어 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집행한 전체 광고비는 2조2254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인쇄 광고는 9023억원으로 전체 정부광고의 40.5%나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광고를 내는 정부도 그것을 게재하는 언론사도 모두 큰 문제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집행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국민여론이 반분된 사안에 대해 국민의 세금을 동원해서 특정한 입장을 주장하는 광고는 분명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는 정부의 정책광고로 적지 않은 갈등을 빚어 왔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갈등 상황에서 정부광고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4대강 사업 등을 두고 집중적으로 정부광고 집행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정책사안에 대해 의견 또는 정책광고를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국민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정부의 기본 책무이다. 한겨레와 같은 언론사들은 일반적인 의견광고는 표현 접근권 차원에서 최대한 허용하되, 정부의 의견 또는 정책광고는 기준을 세워 게재 여부를 판단하는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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