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을 틀어놓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월요 리포트] 종편 4년-방송의 질적 저하
제작비 적게 드는 프로에 초점
친정부 패널들, 북한TV처럼 큰 목청
출연자만 다를 뿐 4채널 같은 포맷
종편 4사 올 광고매출 4천억 넘을듯
‘1사 1렙’…사실상 직거래 영업 논란
제작비 적게 드는 프로에 초점
친정부 패널들, 북한TV처럼 큰 목청
출연자만 다를 뿐 4채널 같은 포맷
종편 4사 올 광고매출 4천억 넘을듯
‘1사 1렙’…사실상 직거래 영업 논란
종합편성채널(종편) 무더기 출범 당시 1~2개 채널은 머지않아 무너질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나도록 문을 닫은 채널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내부 지형이 분화하고 있다. 여전히 정치적 편향의 진영몰이로 특정 집단과 시청자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유지하는 채널들도 있지만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젊은층에게 소구하는 전략을 채택하는 채널도 있다. 여기에 특혜성 광고영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종편은 다른 방송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가성비 높은 집중화 전략
종편들은 오전 10시~오후 5시가 주 공략 시간대다. 눈에 띄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대를 노린 ‘틈새 집중 전략’이다. 프로그램들은 천편일률적이다. 제작비를 별로 들이지 않으면서 한 무대에 패널들을 ‘떼’로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예능·시사 토크가 주를 이룬다. 종편의 한 간부는 “공감과 힐링을 주는 지식예능들에 반응이 좋다.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하는 5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비용만 신경쓰느라 ‘싸구려’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크 프로그램은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처럼 소리를 지르듯 목소리가 큰 게 특징이다. 고령자인 시청자층에 맞춰 귀에 쏙쏙 들릴 수 있게 볼륨을 높인다는 게 종편 쪽의 설명이다. 종편에 참여하는 한 패널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느새 자기도 목소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시사토크는 지루하지 않게 주제별 경중을 나눠 배치하고, 정치권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고 구수하게 펼치는 패널들을 1순위로 섭외한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막말 논란에서 보듯, 대화의 수준은 저널리즘이라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패널 구성비도 채널에 따라 차별화되고 있다. 패널이 5명 나오면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는 4 대 1로 친정부 일색이다. 이에 비해 <제이티비시>나 <엠비엔>은 엇비슷하거나 한 명 정도 친정부 쪽으로 기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최근 발표한 ‘국정화 관련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를 보면,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 출연진의 79.6%가 국정화에 대해 긍정·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부정·비판 발언자는 5.2%에 그친 것으로 분류됐다.
전반적인 품질도 여전히 물음표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방송통신위는 종편을 4개씩이나 선정한 이유가 다양한 콘텐츠와 여론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패널과 앵커만 다를 뿐 프로그램들이 거의 똑같고 여론의 집중화만 심화됐다”며 “시청률만 의식한 ‘먹방’ 등 질 낮은 프로그램을 양산하면서 방송 전체의 품질만 저하됐다”고 비판했다.
■ 방송사와 렙사 ‘짝짜꿍’ 광고영업
종편들의 광고매출은 계속 성장세다. 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종편 4사의 광고매출은 대략 4220억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제이티비시 1530억대, 엠비엔 960억대, 티브이조선 950억대, 채널에이 780억대로 알려졌다. 개국 첫해인 2011년 716억, 2012년 1710억, 2013년 2355억, 2014년 2826억(추정치)의 성장세가 올해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수치를 보면 지상파에서 빠진 만큼 종편으로 이동했다. 종편은 시사프로그램에도 중간광고가 들어가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업계의 한 전문가는 “광고산업이 신음하고 있다. 모든 매체를 망라해 총광고비가 10조원 안팎에서 정체해 있는 데 반해 종편 등 매체는 계속 늘어나 이전투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광고매출 15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제이티비시는 ‘2049’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송사는 20~49살 연령대 소구력이 높다는 데 주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광고업계에선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기업들이 이 매체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의 광고영업 방식은 여전히 논란이 많다. 출범 뒤 직접영업을 했던 종편은 지난해부터 광고주와 방송사가 직거래를 못하도록 방송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수주한다. 하지만 ‘1사 1렙’의 형태여서 약탈적 영업의 광고 직거래와 다를 바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종편의 미디어렙이 별도 회사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종편사의 내부 부서처럼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며 칸막이 구실을 못 하는 광고영업 현실을 짚었다. 종편사는 미디어렙사에 출자해 경영권과 인사권을 쥐고 있고, 렙사의 광고영업자들도 자신을 종편사 직원으로 생각한다. 공간도 한 건물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광고주에 의한 주문생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카메라’ 들고 기업주를 압박하는 행태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종편의 시장 안착에 따라 이들에게 주어졌던 의무송신, 황금채널, 방송발전기금 유예 등 각종 특혜 철회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수 성향 학자인 황근 선문대 교수는 “종편이 제도적 보호를 받으니 콘텐츠 재투자에 인색하다. 종합편성채널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다.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 진입 장벽의 규제를 풀고 공정경쟁의 전향적 방법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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