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편향 인사의 내정설로 논란이 일었던 <교육방송>(EBS) 새 사장에 우종범 전 <문화방송>(MBC) 라디오본부장이 뽑혔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7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우종범씨를 교육방송 새 사장으로 임명하기로 합의 의결했다. 우종범씨는 사장 후보자로 압축된 4명 가운데 면접 현장점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종범 신임 사장은 문화방송 라디오 피디 출신으로 라디오 본부장, 제주문화방송 사장, 한국교통방송 대전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국가보훈처 산하의 공기업인 88관광개발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방송가에선 그에 대해 합리적 보수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2000년 문화방송이 <손석희의 라디오 시선집중>을 띄울 때 권력을 비판하는 시사프로그램의 성격상 내부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그는 그런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거든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방송의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이번처럼 언론계나 시민단체뿐 아니라 다수의 국민이 관심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학교교육 보완과 국민 평생교육의 중요한 역할과 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주변부로 취급된 교육방송은 그동안 사장 교체 때마다 교육부나 방통위 출신의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내부에선 독립성 훼손의 몸살을 앓아왔다. 이번엔 친일·독재 미화 등의 논란을 빚어온 뉴라이트 인사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교과서 국정화와 연계돼 전방위적으로 반발이 커졌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인사 발표 뒤 성명을 내어 “청와대 내정설이 나돌았던 역사 왜곡, 이념 편향 부적격 인사인 공주대 이명희 교수가 선임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며 “앞으로 교육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치적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새 사장에게 당부했다.
교육방송 사장 선임권을 쥔 방통위가 이번 절차에서 4명으로 압축된 면접대상자를 공개하지 않아 사회적인 검증 기회와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교육방송 사장을 뽑을 땐 면접과정을 생중계로 진행한 바 있다.
방통위는 우종범 신임 사장에 대해 30일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새 사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