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교수
차기 방송학회장 뽑힌 강형철 교수
“공영방송이 정권의 전리품처럼 홍보도구로 전락했다. 현 정부에서는 방송의 공정성 담보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다.”
최근 한국방송학회 차기 회장에 뽑힌 강형철(53·사진)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지난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이렇게 진단했다. 대선을 1년 앞둔 예민한 시기인 내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학회를 이끌 강 교수는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의 큰 그림을 마련해 새 정부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영방송이 정권 홍보도구 전락
지배구조 개선 등 새틀 마련 계획
사장 선거 절대다수제 도입해야 공영-상업방송 규제 구분을
종편·보도채널, 자유등록 바람직” 한국방송학회는 진보·보수를 망라한 다양한 정치 성향의 방송학자들이 연구와 토론, 교육 등으로 교류하는 권위 있는 학술단체이다. 사회적 현안을 둘러싼 실천적 행동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와이티엔>(YTN) 기자 출신의 공영방송 전문가인 강 교수는 공정성을 잃은 공영방송의 현실에 지속적 관심과 함께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방송학회 산하 방송저널리즘연구회장이었던 그는 세월호 참사 때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보도에 심각성을 느껴 학자들에게 ‘공영방송의 총체적 위기상황’에 대한 의견을 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현직교수 등 200여명의 학자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에 참여했다. 그는 방송학자로서 우리나라 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방송 품질 저하와 정권의 홍보도구화 등 두 가지를 꼽았다. “미디어 무한 경쟁에 따른 방송 콘텐츠 품질 저하가 세계적 현상이라면, 공영미디어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홍보도구로 활용하는 점은 한국의 국지적 현상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 지난 2013년 출범한 국회 공정성특별위원회를 상기시켰다. 강 교수는 “특별다수제는 방송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당시 자문교수단이 유일하게 합의한 제도였다”며 “새누리당이 거부해 무산되는 걸 보고 현 정권에서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방송학회장에 나서면서 ‘미디어제도개선연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공영방송사들의 주요 이슈인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 제도의 전반적 틀을 학자들과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방송사 지배구조를 개선해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권 이사, 야권 이사라는 표현을 쓰고 각각 간사도 두는데, 방송사 사장을 뽑는 이사들은 정치권의 거수기, 대리인 역할에서 벗어나 명망가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반대편의 뜻도 받아들이는 절대다수제를 도입해야 정파 싸움의 정치구도를 깰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00년에 만들어진 통합방송법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게 대대적인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합방송법 이후 15년이 흘렀는데 부분 개정만 해왔다. 당시엔 공익성을 요구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지만 다채널 시대에 모든 채널에게 공적 책무를 묻는 것은 난센스다.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에 대한 역할과 규제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전면적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은 일반미디어, 지상파방송, 공영방송 등 세 층위로 나눠 서로 다른 의무가 주어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일반 방송들까지 지나친 규제로 행정적 비효율이 발생하는 한편 공익성이 더 요구되는 공영방송에겐 오히려 잘못을 범할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선 방송평가와 분리해야 한다는 개인적 견해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수신료를 올려주면 한국방송 사장의 업적으로 올라갈 테니 화가 날 일이지만 제작 측면에서 좋은 방송 콘텐츠와 창의력을 이끌어내려면 재원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다만 서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광고는 그대로 두고 수신료를 조금 올리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의 ‘광고없는 청정지대’ 프레임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먹거리를 챙겨주려고 한 것이다. 설령 민간방송 쪽으로 광고가 옮겨가게 하더라도 공정 경쟁구도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종편과 보도채널은 허가승인제가 아닌 자유등록제가 돼야 여론 다양성을 지킨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종편이나 보도채널은 허가승인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유제로 가야 한다. 특정 방송사를 국가가 선정하고 과도한 특혜를 주는 체제는 잘못된 것이다. 허가제로 인해 보수 성향의 방송사들만 선정돼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송 연구자들의 다양한 삶을 보듬는 데도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우리 사회 방송학자들의 삶은 여러 형태다. 대학교수뿐 아니라 연구기관, 비정규직 강사 등 다양한 삶이 있는데 계급화가 이뤄지고 있는 학문세계의 개선점을 찾는 데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글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지배구조 개선 등 새틀 마련 계획
사장 선거 절대다수제 도입해야 공영-상업방송 규제 구분을
종편·보도채널, 자유등록 바람직” 한국방송학회는 진보·보수를 망라한 다양한 정치 성향의 방송학자들이 연구와 토론, 교육 등으로 교류하는 권위 있는 학술단체이다. 사회적 현안을 둘러싼 실천적 행동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와이티엔>(YTN) 기자 출신의 공영방송 전문가인 강 교수는 공정성을 잃은 공영방송의 현실에 지속적 관심과 함께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방송학회 산하 방송저널리즘연구회장이었던 그는 세월호 참사 때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보도에 심각성을 느껴 학자들에게 ‘공영방송의 총체적 위기상황’에 대한 의견을 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현직교수 등 200여명의 학자들이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에 참여했다. 그는 방송학자로서 우리나라 방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방송 품질 저하와 정권의 홍보도구화 등 두 가지를 꼽았다. “미디어 무한 경쟁에 따른 방송 콘텐츠 품질 저하가 세계적 현상이라면, 공영미디어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홍보도구로 활용하는 점은 한국의 국지적 현상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 지난 2013년 출범한 국회 공정성특별위원회를 상기시켰다. 강 교수는 “특별다수제는 방송이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당시 자문교수단이 유일하게 합의한 제도였다”며 “새누리당이 거부해 무산되는 걸 보고 현 정권에서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희망을 접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방송학회장에 나서면서 ‘미디어제도개선연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공영방송사들의 주요 이슈인 지배구조 개선 등 미디어 제도의 전반적 틀을 학자들과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방송사 지배구조를 개선해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권 이사, 야권 이사라는 표현을 쓰고 각각 간사도 두는데, 방송사 사장을 뽑는 이사들은 정치권의 거수기, 대리인 역할에서 벗어나 명망가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반대편의 뜻도 받아들이는 절대다수제를 도입해야 정파 싸움의 정치구도를 깰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00년에 만들어진 통합방송법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게 대대적인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합방송법 이후 15년이 흘렀는데 부분 개정만 해왔다. 당시엔 공익성을 요구하는 것이 시대정신이었지만 다채널 시대에 모든 채널에게 공적 책무를 묻는 것은 난센스다.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에 대한 역할과 규제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전면적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은 일반미디어, 지상파방송, 공영방송 등 세 층위로 나눠 서로 다른 의무가 주어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일반 방송들까지 지나친 규제로 행정적 비효율이 발생하는 한편 공익성이 더 요구되는 공영방송에겐 오히려 잘못을 범할 빌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계류중인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선 방송평가와 분리해야 한다는 개인적 견해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수신료를 올려주면 한국방송 사장의 업적으로 올라갈 테니 화가 날 일이지만 제작 측면에서 좋은 방송 콘텐츠와 창의력을 이끌어내려면 재원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다만 서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광고는 그대로 두고 수신료를 조금 올리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의 ‘광고없는 청정지대’ 프레임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먹거리를 챙겨주려고 한 것이다. 설령 민간방송 쪽으로 광고가 옮겨가게 하더라도 공정 경쟁구도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종편과 보도채널은 허가승인제가 아닌 자유등록제가 돼야 여론 다양성을 지킨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종편이나 보도채널은 허가승인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유제로 가야 한다. 특정 방송사를 국가가 선정하고 과도한 특혜를 주는 체제는 잘못된 것이다. 허가제로 인해 보수 성향의 방송사들만 선정돼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방송 연구자들의 다양한 삶을 보듬는 데도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우리 사회 방송학자들의 삶은 여러 형태다. 대학교수뿐 아니라 연구기관, 비정규직 강사 등 다양한 삶이 있는데 계급화가 이뤄지고 있는 학문세계의 개선점을 찾는 데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글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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