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10월28일치 1면 머릿기사. ’문화일보’ 갈무리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놓고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의 방송 뉴스가 이념 대립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박근혜 정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12일부터 23일까지 약 2주간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제이티비시> <엠비엔> 등 종편 4사의 저녁 종합 메인뉴스의 국정 교과서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뒤 28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 기간 동안 국정화 관련 방송 뉴스는 모두 188건으로 이 가운데 지상파는 50건(26.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은 138건(73.4%)으로 지상파 방송의 3배 가깝게 양적으로는 우세하다. 한국방송은 21건, 문화방송은 15건, 에스비에스는 14건으로 하루 1~2건에 불과한 셈이다. 티브이조선은 45건, 채널에이는 23건, 제이티비시는 53건, 엠비엔은 17건이다. 보고서는 “보도 빈도로만 보면 지상파는 교과서 국정화에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종편은 ‘말을 많이 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상파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인 사안을 적게 다룬 이유는 이명박 정부 이후 친정권 편향의 보도를 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여당에 불리한 예민한 사안들은 외면하거나 침묵하며 축소 보도하는 전형적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말을 많이’ 한 종편들이 좋은 뉴스를 생산했다는 것은 아니다. 보도 건수가 가장 많은 제이티비시는 다양한 시각에서 심층적 보도를 다뤘으나 나머지 방송들은 정부의 입장에서 국정 교과서 정국을 ‘이념적 편향’으로 이끌어갔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 각계각층의 국정화 반대 목소리와 집필 거부 등에 대해 지상파나 종편들은 언론으로서 공론장의 구실보다 이들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방송들이 국정 교과서를 채택하면 왜 문제인지를 따져보는 보도보다는 ‘역사전쟁’, ‘두 동강’, ‘사생결단’ 등과 같이 자극적인 단어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를 진행한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방송들이 교육이라는 중요한 사안조차 정치보도처럼 이념대립과 여야 공방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이해관계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문 채 심층적인 보도를 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