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가운데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의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은 친정부 성향 패널 위주의 편파적 진행으로 잦은 징계를 받아왔다. 사진은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종편 프로그램들.
내년 지상파·종편 평가 개정 추진
막말·오보방송 감점 1.5배 높이고
선거·공정성 심의규정 어기면 2배
공적 책무 외면한 채 종편들 반발
막말 제재 맞지만 공정성 오용 여지
막말·오보방송 감점 1.5배 높이고
선거·공정성 심의규정 어기면 2배
공적 책무 외면한 채 종편들 반발
막말 제재 맞지만 공정성 오용 여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편파·막말·오보로 제재를 받는 방송사에 벌점을 최대 2배로 높이기로 해 총선·대선을 앞두고 언론 장악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최대주주인 보수신문들이 더 큰 반발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통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보고안건으로 상정했다. 개정안의 뼈대는 막말·편파방송에 대한 심의 결과에 감점 강화와 오보에 따른 감점제 신설 등이다. 지상파·종편은 감점 배점을 1.5배 강화하고, 공정성·객관성·선거방송 심의규정을 어길 땐 감점이 2배로 높아진다. 감점은 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상파·종편·보도 채널의 프로그램을 심의할 때 내리는 제재 수위에 방통위가 부과하는 벌점이다. 가령 제재 수위에서 경고를 받으면 2점, 관련자 징계를 받으면 4점이 감점되는데 개정안은 벌점이 2배로 확대되고 여기에 언론중재위의 정정보도 결정이나 법원의 오보 판결도 추가로 감점됨에 따라 3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받는 방송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번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놓고 방통위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다. 23일 전체회의에서 공방 속에 고성이 오가며 퇴장한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막말이나 오보방송을 막기 위해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공정성 평가는 언론 자유 영역이다. 막말방송을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016년 방송분이 1월2일부터 적용되려면 올해 12월 말 이전에는 평가규칙이 개정돼 공표되어야 한다. 역산하면 지금도 촉박한 일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가 아닌 통상적 절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방송계에선 선거를 앞둔 방송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저널리즘을 훼손하며 왜곡·편향적 보도를 일삼는 종편의 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종편 쪽에서 방송의 공적 책무는 외면한 채 반발하고 있다. <티브이조선>의 최대주주인 <조선일보>는 23일치 사설에서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공정성’과 ‘공공성’이라는 잣대를 주로 지상파 방송에 적용한다. 우리 방통위처럼 공정성과 객관성을 공영·지상파·케이블 방송 가리지 않고 일률적 규제 수단으로 쓰는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채널에이>의 최대주주인 <동아일보>도 24일치 사설에서 “종편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와는 다른데도 획일적으로 규제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방송의 공공성·공정성을 지상파에만 적용하고 종편은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갖은 특혜를 받으며 무더기로 선정된 보수신문들의 종편은 2011년 12월 개국 뒤 편파·막말방송 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재승인 심사 때도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을 제출하라는 조건으로 통과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공정성 시비는 여전하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현황 통계만 보더라도 지상파 6건, 종편 28건, 보도채널 1건이다. 특히 티브이조선은 17건, 채널에이 10건으로 타 방송사들이 한두건에 그치는 것과 견줘 압도적인 숫자다. 재승인 때 벌점이 적용되는 법정제재도 티브이조선은 4건으로 가장 많다. 방심위의 장낙인 상임위원은 “종편 가운데 티브이조선과 채널에이가 문제다. 그나마 채널에이는 심의에서 법정제재가 나오면 불공정한 패널을 교체한다든지 조심하려는 조처라도 취하는데 티브이조선은 전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표적심의, 정치심의 등 방심위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이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방통위의 공정성 강화 취지는 좋으나 심의를 하는 방심위의 의사 구조가 여야 6 대 3 다수결의 정치적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점수를 높인다고 실효성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방송 평가는 3년 동안 재허가·재승인에 반영되는 것이 관건인데 평가를 엄격하게 해도 지난해 종편처럼 재허가 심사위원들의 재량으로 방송 평가 점수가 제대로 반영 안 되면 매년 평가는 무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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