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회의실에서 열린편집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스포츠 기사 점검
열린편집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한겨레>의 스포츠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한겨레>는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한면씩 스포츠 기사를 싣고 있다. 고정면 외에도 토요판이나 이에스시(ESC) 섹션에서도 스포츠나 운동 관련 기사를 자주 다룬다.
스포츠 기사는 얼핏 ‘무겁고 진지한 신문’이라는 <한겨레>의 이미지와는 잘 맞지 않는다. 실제 창간 초기는 ‘프로야구 기사를 실어야 하는가’를 놓고 편집국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외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를 인터넷이나 티브이로 실시간 볼 수 있고 경기 결과 기사가 인터넷에 시시각각 올라오는 시대에 신문의 스포츠 기사는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들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스포츠 기사 전반에 대한 논의에 앞서 평창올림픽 분산개최에 대한 한겨레의 기획기사들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다.
지난 13일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제4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5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기획은 적절
지자체 적자 문제에만 초점 맞춰
현장 여론·반대 주장 빠져 아쉬워
‘한겨레’만의 의제설정을 잘한 것 ■ ‘평창 분산개최 기획’ 적절하나 때늦은 감
조은 교수(위원장) 오늘은 <한겨레>의 스포츠면을 다룬다. <한겨레>가 다루는 스포츠면은 어떤 점이 강점이고 어떤 점이 약점일까. 일반적인 스포츠 기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관련 기획기사(3월9일치 1·4·5·6면, 3월10일치 1·4·5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연우 교수 적절한 아이템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먼저 분산개최는 지난해 12월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승인한 ‘어젠다 2020’에 포함된 내용인데, 조금 더 일찍 이슈파이팅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3월은 여론이 형성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또 한가지는 이 문제를 지자체 문제로 몰아간 것이다. 그럴 경우 범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국민들 사이에서 ‘강원도 문제다. 우리와 관계없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세금이 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많은 국민들이 분산개최를 원했을 텐데 그걸 이용해 압박했더라면 어땠을까. 또 박근혜 대통령, 조양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을 중심으로 이슈를 끌어갔는데, 정치권 전반으로 여론을 확산시켜서 더 적극적으로 제기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일본 나가노는 동계올림픽 이후 경기장 관리비용 등이 엄청나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이런 곳을 현장 취재해서 보여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이상재 사무국장 평창올림픽 문제의 본질은 정치적인 문제다. 왜 이렇게까지 손해 볼 것이 명확한데도 단독개최를 고집할까, 그 이유를 짚어주는 부분이 조금 약했던 것 같다. <한겨레>만 봐서는 그 이유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지자체 탓만 할 수 없는 것이, 지자체는 예산은 없는데 책임은 져야 한다. 지자체는 국제행사를 유치해서 기간시설을 확충하자는 욕망이 있다. 실제 대전은 엑스포 개최하면서 최소 10년 정도는 발전했다고 말한다. 도로, 땅, 기간산업 등을 국가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외양적으로는 성공한 행사였다. 그 이후로 줄기차게 지자체들이 국제행사를 유치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조은 초기에 분산개최와 관련한 담론이 일본과의 분산개최, 북한과의 분산개최가 먼저 떴다. 지역간 분산개최는 늦게 나왔다. 지역민 정서 탓으로 돌리는데, 좁은 땅 안에서 연대할 수는 없는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부미경 전 발행인 동네에서 1000억원을 들여서 건물을 짓고 다시 1000억원을 들여서 철거한다면 주민들이 얼마나 동의할까. 그런데 평창올림픽 문제에서는 이런 부분이 어떻게 용인되는지 궁금하다. 기사에서 ‘강원도 도민 눈치를 보고 있다. 정치권이 표계산만 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왜 강원도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강원도민 전체에 이익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주민, 지역자본, 땅 가진 사람들 일부의 문제인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강원도민들의 정서나 이해관계 등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현장감 있는 취재가 아쉬웠다.
한지혜 소설가 분산개최 이전에 반납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반납이 맞는 것 같다. 분산개최가 얼마나 문제점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사를 읽어도 분산개최 논리가 와닿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국세 낭비지만, 강원도민에게는 국비 지원받아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걸 나눈다는 것이 싫을 것이다. 또 아이스하키, 피겨, 쇼트트랙, 활강 등 네 종목만 분산해도 3600여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기사에 썼는데, 서울 경기장과 무주 경기장도 다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새로 짓는 것보다 적은 것뿐이지 그 비용도 적은 것은 아니다. 경기 뒤에 빙상장은 수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스하키장 활용계획은 있는 건지, 선수단 이동거리도 괜찮다고 하는데 정말 괜찮은 건지 등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또 분산하자고 한 종목들이 다 메인 종목들인데, 이렇게 노른자위 종목을 서울에 주고, 강원도는 스키만 하라고 하면 지역정서상 반감이 생길 수 있다. 분산개최를 해도 적자는 생기는데, 그 적자는 지자체별로 분산되는 것인가. 분산개최 아이디어 자체가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춘재 부장 우리 안에서도 분산개최론이 중앙 중심주의적 사고라는 비판이 있었다. 강원도의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지방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단독개최가 맞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제는 올림픽 개최로 인프라를 갖게 되는 것은 좋은데, 경기가 끝난 뒤 엄청난 관리비용을 강원도가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사후 관리비용은 도민들의 혈세로 할 수밖에 없다. 저희의 문제의식은 그런 거였다.
■ 분산개최 반대 의견도 반영했어야
조은 강원도에 펜션을 많이 짓는데 소유자는 서울 사람들이 많다. 그런 펜션을 지으면 강원도민에게 좋은 건가. 강원도에 사람들이 가는 이유는 좋은 자연 때문인데, 이런 식으로 개발해놓으면 강원도에 정말 이익인지 모르겠다. 흔히들 중간에 서야 한다고 말하지만 ‘중간’은 허구이고, ‘중심’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최영묵 부사장 개인적으로 분산개최에는 찬성한다. 그런데 <한겨레> 기사는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간 느낌이다. 이렇게 쓰면 반대쪽은 안 읽는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생기면 강원도에 더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보면 분산개최를 왜 반대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부분은 보이지가 않는다. 찬성하는 쪽 이야기는 왜 안 썼나.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88올림픽 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88올림픽 개최는 우리나라가 한단계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문제 제기는 의미 있는데 한쪽 주장이 빠져버린 것이 아쉽다. <한겨레>만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없게 돼서는 안 된다. 다른 한가지는 가리왕산 환경 파괴 문제를 한회 정도는 다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박가분 지자체 적자 문제에만 기사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개발의 이익이 수도권으로 환류된다. 지역주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다. 기사가 너무 공중전 위주로 간 것 아닌가. 전문가 멘트가 많고, 주민 여론은 그냥 전제되고 넘어갔다. 많은 주민들이 (단독개최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정말 강원도를 위한 개발인가 하는 여론도 있을 것 같은데, 현장 여론이 전달되면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다른 곳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꾸준히 기사화한 것만으로도 <한겨레>에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은 아이오시의 어젠다 2020은 더 부각시켜도 좋았을 것 같다. 시간 촉박과 지역정서 분석 부족은 이번 기사의 약점인 것 같다. 이제 스포츠면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구색 맞추기식 면 할애 아쉬워
경기 결과 기사도 늘려야 하고
‘한화 보살’처럼 읽을거리에
깊이·의미 있는 기사도 써야 ■ 단순 보도 넘어 이면을 다루는 기사 많아야 부미경 요즘 젊은이는 밤새워 유럽 축구경기 생중계 보고, 선수들 이름 외우고, 그걸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기사를 즐겨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에스시(ESC) 고강도 운동 관련 기사(지난해 7월3일치 22면)는 재미있게 읽었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에 근육운동에 관심이 커졌다. 우리 동네에 의료협동조합이 있는데 거기에 운동공간이 있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닌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공간이다. 50대 여성을 위한 근육운동 강좌가 있다. 그래서 그 기사가 현실성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뤄지는 운동, 스포츠를 조명해주는 것이 <한겨레>의 강점 아닐까. 서울시 교육청에서 여학생들의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펼치는 ‘여신 50플러스’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더 집중적으로 조명해주었으면 좋겠다. 생활체육 공간을 만드는 문제에 더 방점을 찍었으면 한다. 한지혜 <한겨레>는 스포츠가 한면밖에 없는데, 지면 할애가 좀 아쉽다. 구색 맞추기인 것 같다. 정치, 경제 같은 무거운 기사뿐 아니라 읽을거리 기사도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꼭 써야 하는 경기 기사 정도만 쓰고 넘어가는 것 아닌가. 스포츠 기사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엠엘비(MLB) 리포트’는 재밌게 읽히더라. 프리랜서 필진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단순한 경기 중계, 경기 결과 정리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스포츠면 안에 분야별 칼럼 등을 이용해서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박가분 스포츠 뉴스 소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실 동계올림픽 종목들은 인기가 없다. 젊은 남성들은 야구와 축구 기사 소비를 많이 한다. 경기 결과, 선수 기량, 경기 전략 등에 관심이 많지만, ‘꼴찌들의 반란’이라든가,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들을 ‘한화 보살’이라고 부른다든가 하는 것처럼, 선수 캐릭터, 감독 캐릭터 등을 소비하는 현상도 요즘 두드러진다. 그런 현상들에 접목해서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정연우 경기 중계 기사가 많은데, 그런 기사는 다른 쪽에서도 할 수 있다. 요즘 팬들은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 보고, 경기를 밤새워 보기도 한다. 그런 기사의 비중을 낮추고 스토리나 경기 이면의 이야기를 발굴했으면 한다. ‘오케이저축은행 러시앤캐시’ 프로배구단 이야기(4월11일치 14면)처럼 스포츠가 사회·정치적 맥락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흥미로워한다. 경기만 보면 알 수 있는 기사는 줄이고, 선수 개인의 이야기나 구단 운영의 문제점, 심판 매수 문제, 재벌과의 관계 등 경기 이면을 다루면 좋겠다. 관심 가지고 보면 잘못된 스포츠 관행에 대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실황중계를 넘어서는 기사를 써야 한다. 조은 박태환 선수 도핑 문제 기사를 보면 정말 알고 한 것일까 궁금하고, 상황을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도핑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인데 한국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와 의료계와의 관계, 스포츠맨 지원 의료시스템 등을 박태환 사건을 통해 다뤘으면 좋겠다. 경기 중계는 쪽지 뉴스 정도로 하면서, 다른 언론에서 하지 않는 문제, 묵직한 문제들을 다뤘으면 좋겠다. ■ 경기 결과 관련 기사도 필요 최영묵 나는 개인적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한겨레> 스포츠면은 볼 게 많이 없다.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기사를 배분할 건지 결정을 해야 한다. 모 아니면 도다. 아예 없애든지,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기사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도 박지성 경기를 밤새워 본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 <한겨레> 독자는 심각한 기사만 보나. 아침에 가볍게 보는 기사도 필요하다. 각각 어느 비율로 담을 것인가, 그 고민을 해야 한다. 가벼운 정보, 경기 결과 기사도 늘려야 하고, 심각한 기사도 써야 한다. <한겨레>만 보고도 어느 정도는 정보와 판단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본다. 모바일만 보면 해소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런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신문이다. 아니면 전문지다. 정연우 온라인에서 오히려 차별성 있는 기사가 많이 소비될 수 있다. 최영묵 네이버가 다 집어삼켰다. 거기 메인으로 올라오는 기사는 고급스러운 기사들이다. 메이저리그 경기 분석해놓은 기사들을 보면 대단하다. 모바일에서는 그런 기사 정도 돼야 본다. 이상재 대학 다닐 때는 스포츠면 없어도 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면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요즘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보면 낮에는 세월호 집회 사진을 올리다가, 밤에는 야구 결과를 올린다. 이런 모습을 이중적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경기의 이면에 대한 기사를 많이 요구하셨는데, 그러려면 인력이 있어야 한다. 경기 결과부터 파악해야 이면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독자들은 경기중계 보고, 하이라이트 보고, 기사 보고, 댓글까지 다 본다. 그런 시류를 쫓아갈 수 있을까. 기자 수 등을 한단계 올리지 않으면 풀릴 수 없다. 지역에서는 <한겨레>만 보면 야간 경기 결과를 알 수가 없다. 경기 결과 기사가 없으니 분석도 안 나온다. 스포츠가 프로만 있는 것 아니고 아마추어도 있다. 국가주의 문제 등 스포츠에 얽힌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겨레>의 어려움을 아니까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영묵 부미경 선생님 말씀은 양면이 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두 분야가 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엘리트 체육에 치중해오다 보니 생활체육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걸 강조하는 것은 좋은데, 이쪽(엘리트체육)은 이쪽대로 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나라도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동네 시설도 많이 좋아졌다. 조은 스포츠면은 제목을 재밌게 달 때가 많다. 카피가 돋보인다. 고심해서 단 흔적이 보인다. 이춘재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이슈화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 전문성이 부족해서 초기에 하지 못했다. 그래도 <한겨레> 보도가 체육계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김종철 스포츠면 이야기는 가볍게 할 수도 있겠다 예상했는데, 역시나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여러 고민거리를 안겨주셨다. 스포츠에 매일 한면만 할애하다 보니, 경기 결과와 분석 등을 어느 정도 포기한 측면이 있었다. 다음 지면개편 때는 검토해보겠다.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기획기사는 아이오시에서 어젠다 2020을 내면서 한자락 깔아줬는데 우리가 늦게 출발한 측면이 있다.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국민들이 토론하는 계기를 제공해줬다고 본다. 이 문제는 <한겨레>가 입장을 갖고 알리겠다는 차원에서 했다. 분산개최에 중점을 두고 시뮬레이션 통해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이다. 야당도 강원도와 이해관계가 있어서 외면하면서 사회적 어젠다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정리 안선희 여론미디어팀장 shan@hani.co.kr
지자체 적자 문제에만 초점 맞춰
현장 여론·반대 주장 빠져 아쉬워
‘한겨레’만의 의제설정을 잘한 것 ■ ‘평창 분산개최 기획’ 적절하나 때늦은 감
제4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경기 결과 기사도 늘려야 하고
‘한화 보살’처럼 읽을거리에
깊이·의미 있는 기사도 써야 ■ 단순 보도 넘어 이면을 다루는 기사 많아야 부미경 요즘 젊은이는 밤새워 유럽 축구경기 생중계 보고, 선수들 이름 외우고, 그걸 위해 영어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기사를 즐겨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에스시(ESC) 고강도 운동 관련 기사(지난해 7월3일치 22면)는 재미있게 읽었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에 근육운동에 관심이 커졌다. 우리 동네에 의료협동조합이 있는데 거기에 운동공간이 있다.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닌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공간이다. 50대 여성을 위한 근육운동 강좌가 있다. 그래서 그 기사가 현실성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이뤄지는 운동, 스포츠를 조명해주는 것이 <한겨레>의 강점 아닐까. 서울시 교육청에서 여학생들의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펼치는 ‘여신 50플러스’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더 집중적으로 조명해주었으면 좋겠다. 생활체육 공간을 만드는 문제에 더 방점을 찍었으면 한다. 한지혜 <한겨레>는 스포츠가 한면밖에 없는데, 지면 할애가 좀 아쉽다. 구색 맞추기인 것 같다. 정치, 경제 같은 무거운 기사뿐 아니라 읽을거리 기사도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꼭 써야 하는 경기 기사 정도만 쓰고 넘어가는 것 아닌가. 스포츠 기사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엠엘비(MLB) 리포트’는 재밌게 읽히더라. 프리랜서 필진 네트워크를 구축해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다. 단순한 경기 중계, 경기 결과 정리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스포츠면 안에 분야별 칼럼 등을 이용해서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박가분 스포츠 뉴스 소비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실 동계올림픽 종목들은 인기가 없다. 젊은 남성들은 야구와 축구 기사 소비를 많이 한다. 경기 결과, 선수 기량, 경기 전략 등에 관심이 많지만, ‘꼴찌들의 반란’이라든가,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들을 ‘한화 보살’이라고 부른다든가 하는 것처럼, 선수 캐릭터, 감독 캐릭터 등을 소비하는 현상도 요즘 두드러진다. 그런 현상들에 접목해서 읽을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정연우 경기 중계 기사가 많은데, 그런 기사는 다른 쪽에서도 할 수 있다. 요즘 팬들은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 보고, 경기를 밤새워 보기도 한다. 그런 기사의 비중을 낮추고 스토리나 경기 이면의 이야기를 발굴했으면 한다. ‘오케이저축은행 러시앤캐시’ 프로배구단 이야기(4월11일치 14면)처럼 스포츠가 사회·정치적 맥락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흥미로워한다. 경기만 보면 알 수 있는 기사는 줄이고, 선수 개인의 이야기나 구단 운영의 문제점, 심판 매수 문제, 재벌과의 관계 등 경기 이면을 다루면 좋겠다. 관심 가지고 보면 잘못된 스포츠 관행에 대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실황중계를 넘어서는 기사를 써야 한다. 조은 박태환 선수 도핑 문제 기사를 보면 정말 알고 한 것일까 궁금하고, 상황을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도핑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문제인데 한국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와 의료계와의 관계, 스포츠맨 지원 의료시스템 등을 박태환 사건을 통해 다뤘으면 좋겠다. 경기 중계는 쪽지 뉴스 정도로 하면서, 다른 언론에서 하지 않는 문제, 묵직한 문제들을 다뤘으면 좋겠다. ■ 경기 결과 관련 기사도 필요 최영묵 나는 개인적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한겨레> 스포츠면은 볼 게 많이 없다. 지면이 한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기사를 배분할 건지 결정을 해야 한다. 모 아니면 도다. 아예 없애든지, 하려면 제대로 하든지.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기사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도 박지성 경기를 밤새워 본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 <한겨레> 독자는 심각한 기사만 보나. 아침에 가볍게 보는 기사도 필요하다. 각각 어느 비율로 담을 것인가, 그 고민을 해야 한다. 가벼운 정보, 경기 결과 기사도 늘려야 하고, 심각한 기사도 써야 한다. <한겨레>만 보고도 어느 정도는 정보와 판단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본다. 모바일만 보면 해소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런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신문이다. 아니면 전문지다. 정연우 온라인에서 오히려 차별성 있는 기사가 많이 소비될 수 있다. 최영묵 네이버가 다 집어삼켰다. 거기 메인으로 올라오는 기사는 고급스러운 기사들이다. 메이저리그 경기 분석해놓은 기사들을 보면 대단하다. 모바일에서는 그런 기사 정도 돼야 본다. 이상재 대학 다닐 때는 스포츠면 없어도 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면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요즘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보면 낮에는 세월호 집회 사진을 올리다가, 밤에는 야구 결과를 올린다. 이런 모습을 이중적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경기의 이면에 대한 기사를 많이 요구하셨는데, 그러려면 인력이 있어야 한다. 경기 결과부터 파악해야 이면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독자들은 경기중계 보고, 하이라이트 보고, 기사 보고, 댓글까지 다 본다. 그런 시류를 쫓아갈 수 있을까. 기자 수 등을 한단계 올리지 않으면 풀릴 수 없다. 지역에서는 <한겨레>만 보면 야간 경기 결과를 알 수가 없다. 경기 결과 기사가 없으니 분석도 안 나온다. 스포츠가 프로만 있는 것 아니고 아마추어도 있다. 국가주의 문제 등 스포츠에 얽힌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겨레>의 어려움을 아니까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최영묵 부미경 선생님 말씀은 양면이 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두 분야가 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엘리트 체육에 치중해오다 보니 생활체육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걸 강조하는 것은 좋은데, 이쪽(엘리트체육)은 이쪽대로 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나라도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동네 시설도 많이 좋아졌다. 조은 스포츠면은 제목을 재밌게 달 때가 많다. 카피가 돋보인다. 고심해서 단 흔적이 보인다. 이춘재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이슈화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 전문성이 부족해서 초기에 하지 못했다. 그래도 <한겨레> 보도가 체육계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김종철 스포츠면 이야기는 가볍게 할 수도 있겠다 예상했는데, 역시나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여러 고민거리를 안겨주셨다. 스포츠에 매일 한면만 할애하다 보니, 경기 결과와 분석 등을 어느 정도 포기한 측면이 있었다. 다음 지면개편 때는 검토해보겠다.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기획기사는 아이오시에서 어젠다 2020을 내면서 한자락 깔아줬는데 우리가 늦게 출발한 측면이 있다.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국민들이 토론하는 계기를 제공해줬다고 본다. 이 문제는 <한겨레>가 입장을 갖고 알리겠다는 차원에서 했다. 분산개최에 중점을 두고 시뮬레이션 통해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이다. 야당도 강원도와 이해관계가 있어서 외면하면서 사회적 어젠다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정리 안선희 여론미디어팀장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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