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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경영진 교체로 편집방향 바뀌면 프랑스에선 기자가 보상권 청구

등록 2015-02-23 20:14

1935년 노동법에 ‘양심 조항’ 포함
기자가 고용계약 파기·보상 요구
여론 구현 권리와 책무 함께 인정
한국도 ‘편집권 보호’ 조항 필요
프랑스 언론인들은 소속 언론사가 매각 등을 통해 기본적인 편집 방향이 바뀔 경우, 언론사를 떠나면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언론인의 ‘양심’을 보호하고자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 한국 언론계에서도 이런 제도의 취지를 구현할 나름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진우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와 김설아 건국대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 ‘언론인의 양심 보호 조항을 통한 편집권 독립 및 내적 언론자유의 재검토’에서 프랑스의 제도를 소개했다.

23일 이 논문을 보면, 프랑스는 1935년 ‘언론인의 양심 보호’라는 입법 목적 아래 노동법 규정 속에 ‘양심 조항’을 새로 포함시켰다. 이 조항은 언론사의 소유 구조 변화나 경영진 교체, 편집 이념·성향 변화 등이 이뤄졌을 때 피고용인인 언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고용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961년 <파리 주르날> 사례가 대표적이다. <파리 주르날>은 1941년 레지스탕스 조직이 <저격수>라는 제목으로 창간한 지하신문을 1957년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가 인수하면서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러자 <저격수> 시절부터 근무하던 국제뉴스 에디터가 신문의 정치적 성향 변화에 따른 양심 조항 적용을 주장하며 사직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사쪽이 받아들이지 않아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파리 주르날>은 <저격수>와 완전히 상반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기울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저격수>가 가졌던 목적을 완전히 부인했다”며 국제 에디터의 손을 들어줬다.

1996년 여성 주간지 <브아스>의 사례도 유명하다. <브아스>는 1987년 독일 베르텔스만 그룹의 프랑스 계열사인 프리즈마 프레스가 창간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부터 점차 선정적인 연예전문지로 성격이 변화했다. 이에 잡지의 과도한 선정성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품게 된 기자 3명은 사쪽에 “양심 조항에 따른 사임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법원은 “잡지가 선정성을 앞세우면서,피고용인들의 도덕적 이해관계를 훼손했다”며 기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가 언론인에게 ‘특권’을 준 이유는 언론인의 노동이 지적·도덕적 실천에 해당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 언론인이 사회 여론의 다양성 구현에 이바지하는 권리와 책무를 동시에 가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2000년대 이후 의사, 변호사, 기타 정신노동 직종으로 범위가 확대하고 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이런 제도는 언론인의 공적 책무와 이에 필요한 언론인의 제도적 지위 보장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다. 역사상 단 한 차례도 독립적·자율적인 언론인의 위상을 법적으로 명시한 적 없는 한국의 언론계는 이 점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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