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언론위원회. 사진 김효실 기자
1998년 해산됐던 협의회 산하 언론위원회 재발족
“언론인 탄압, 표현의 자유 빼앗긴 시대에…”
이 후보자 자진사퇴·대국민 사과 요구
“언론인 탄압, 표현의 자유 빼앗긴 시대에…”
이 후보자 자진사퇴·대국민 사과 요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협의회 산하 언론위원회를 재발족시켰다. 1998년에 언론위원회를 해산한 지 17년 만이다. 언론위원회는 발족과 함께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 외압 발언과 관련해 그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위원회 발족 사실을 알리고,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밝혔다.
이들은 언론위원회 발족 선언문에서 “2015년 오늘 우리는 진실과 정론이 사라진 시대와 마주하고 있다. 진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 앞에 왜곡 당하고 있고, 정론을 위해 싸워야 할 언론마저 사회적 책임을 상실한 채 권력에 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전병금 목사는 이 자리에서 “언론이 흉기가 되어 사회의 약자들을 찌르는 무기가 됐고, 그 스스로 권력이 됐다. 모질고 잔인했던 시절을 통과하면서 불의에 저항했던 언론의 본분을 이어가려는 언론인들은 탄압받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마저 빼앗긴 이들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참혹한 심정으로 ‘인권위원회’(1974년 발족)와 ‘통일위원회’(1982년 발족) 정신을 이어받아 언론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1991년 언론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조선일보>의 서남중 사태 왜곡 보도 규탄 활동, <한국방송>(KBS)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 등을 벌였다. 1995년에는 언론위원회로 이름을 바꿨으며, 1998년에 위원회를 해산한 뒤 ‘교회와사회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를 통해 언론 현안에 대응해왔다. 당시 우리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협의회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63회 총회에서 언론위원회 ‘신설’을 결의했다.
부위원장을 맡은 정지강 목사는 교회가 언론 문제를 다시 주요 과제로 삼고 나서게 된 배경으로 “오늘의 언론 상황은 ‘이래선 안 되겠다’ 정도가 아니라 아주 처참한 상황이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의 폭압 정치 아래 한국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버리고 이른바 ‘땡전뉴스’로 국민을 호도할 때, 우리는 시청료 거부 운동을 전개해 전 국민적 호응을 받은 바 있다. 30여년이 지난 오늘의 언론 상황은 그 시대보다 더 후퇴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국민 모두가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리 시대가 어둡고 독재와 폭압이 행해져도 언론이 살아 있으면 정의가 반드시 살아나고 어떤 폭압도 견딜 수 있는데, 우리가 볼 때 언론은 오히려 그런 독재, 폭압, 거짓 등을 국민들에게 세뇌시키는 흉기가 된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여겨져 더 이상 이 상황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총회에서 언론위 발족을 결의한 뒤 회원교단을 비롯해 법조계, 언론계, 학계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으며, 각계 28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은 발족식 이전에 사전 모임을 통해 위원회의 10대 과제, 활동 사항 등을 정했다.
언론위원회는 ‘바른 언론을 위한 10대 과제’로 △표현의 자유 보장 △언론의 공공성 구현 △보도의 공정성 회복 △공공미디어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불공정 미디어에 대한 제재 △공익적 대안언론에 대한 지지 △부당한 언론해직자의 복직과 언론비정규직의 개선 △편향적인 방송통신심의의 시정과 공정성 회복 △지역 언론에 대한 지지와 옹호 △언론의 도구화와 상업화 지양 등을 선정했다.
언론위원회는 ‘표현의 자유 침해 피해 신고 센터(가칭)’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센터장은 언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공동대표가 맡고 한웅 변호사가 법률 지원을 한다. 이 밖에 공인의 활동과 발언, 언론사별 뉴스·프로그램 모니터링으로 감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언론위원회는 이날 발족 기자회견에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개입 논란에 대한 입장도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완구 총리후보자는 사퇴하고 언론계는 환골탈태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이 후보자의 발언 녹취록은 이 땅의 권력자들의 그릇된 언론관을 넘어, 평생 권력을 미끼로 한 친분관계로 영달을 유지해온 이들의 인생관이 집약돼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돌아보며 지금 우리나라 언론이 질식직전의 상황에 처한 근본이유 중에 하나가 정치권력의 압력과 간섭 때문임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위원회는 이어 “녹취록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하고 권력과 친분으로 결탁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인의 본분을 저버린 언론사 간부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완구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기사를 인터넷 뉴스에서 뺀 <한국방송>, 문제의 점심 자리에 참여해 사안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외면하거나 취재윤리 문제로 희석시킨 <경향> <한국> <국민> <문화>, 뉴스를 축소하거나 마지못해 보도한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압력의 대상이 되어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오른 종편 방송사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언론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이런 주장과 함께 △이완구 후보의 자진 후보 사퇴와 △이번 사건과 연관된 언론사들이 철저한 진상조사 및 대국민사과 등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또 이날 발족 기자회견에 이어 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이 총리 후보자의 행위는 방송법 제4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송편성에 대한 규제나 간섭행위에 해당된다”며 “이번 일이 어떠한 경우로도 언론의 독립성을 헤치지 못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형사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오는 13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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