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 아나운서
최현정 아나운서가 <문화방송>(MBC)을 떠난다.
최현정 아나운서는 20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금과는) 다른 환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방송을 열심히 찾아서 새롭게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문화방송 쪽에) 퇴사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사표는 업무 인수인계 뒤에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최 아나운서는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짧은 시간 고민한 건 아니다. 저로서는 지금이 새로운 도전을 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아나운서는 “소속사도 이제 막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고, (퇴사 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현재로서는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 아나운서는 2002년 원주문화방송 아나운서, 2005년 문화방송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다가 2006년 문화방송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지피지기>, <이브닝 뉴스>, <아름다운 콘서트>,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 <리얼스토리 눈> 등 다양한 뉴스·교양·예능 프로그램을 맡아 문화방송의 간판 아나운서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최 아나운서의 퇴사가 2012년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성’ 인사 조처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2012년 파업 콘서트 <촛불이 빛나는 밤에>의 사회를 맡았고, 같은 해 다른 파업 참여 아나운서들과 함께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후 ‘신천 교육대’로 불리는 교육발령을 거쳐 2012년 말 비제작부서인 사회공헌실로 발령이 났다가 법원에서 ‘부당 전보’ 판결을 받아 2013년 4월 아나운서국으로 복귀했다.
최 아나운서는 지난해 10월 인사 때 다른 남성 아나운서 1명과 함께 아나운서국에서 라디오국으로 전보돼 진행자가 아닌 라디오 피디로 일해야 했다. 이때 라디오국의 한 부장급 피디는 사내 게시판에 “제가 일하는 곳으로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아나운서 후배 2명이 왔다. 이들은 좋은 아나운서이기도 하지만 특히 여자 아나운서는 목소리의 톤과 발음, 감정의 결이 좋아 피디들이 프로그램 제작할 때 선호하고 라디오의 시보, 캠페인, 프로그램 제작에 자주 함께 일했던 친구다. 그런데 회사는 이들의 목소리를 라디오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들의 재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최 아나운서를 일컬은 말로 보인다.
문화방송 노조 관계자는 “최 아나운서가 지난해 10월 인사와 관련해 노조가 법원에 낸 전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 아나운서만이 아니라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이 제대로 된 일을 얻지 못해 무척 힘들어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아나운서는 이런 전보가 퇴사 결정에 미친 영향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개인적 선택으로만 봐달라”고 답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아나운서가 라디오 피디로 전보되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부당 전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