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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올해는 잘~뽑혀야 할텐데!

등록 2015-01-14 19:08수정 2015-03-19 11:28

조대현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해 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나와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엔 한국방송, 교육방송, 와이티엔 등의 현 사장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사장이 선출된다. 방송화면 갈무리
조대현 한국방송(KBS) 사장이 지난해 말 연기대상 시상식에 나와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엔 한국방송, 교육방송, 와이티엔 등의 현 사장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사장이 선출된다. 방송화면 갈무리
김 기자의 미(디어) 수다
지난해 말, 퇴근 뒤 방에 돌아오자마자 티브이를 켰습니다. ‘연말 분위기 내기엔 역시 시상식이지!’란 습관 탓이었습니다. 식상함을 무릅쓰고 훈훈한 비주얼을 감상하는데, ‘불편한’ 얼굴도 감지됩니다. 대상 수상자를 시상하러 나온 방송사 사장들입니다. 미디어 담당 기자인 제게, 일거리를 듬뿍듬뿍 만들어주시는 분들입니다.

문득 지난해 5월1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사옥 앞에서 길환영 당시 사장의 출근을 기다리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한국방송 구성원들은 길 사장의 출근을 막겠다며 진을 치고 있었지요. 현직 보도국장이 사장한테 “(세월호 보도 때) 해경 비판은 하지 말라”, “청와대 요청이니, 국장직을 관두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는데도, 길 사장은 물러나기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마침 같은 시각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가 진행됐는데요,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발표 속보를 접하고 싱숭생숭했습니다. 언젠가 “고심 끝에 방송을 모두 민영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는 거 아닌가 해서요(권한이 있는지는 둘째치고요). 물론 ‘공영방송답지도 않은데 수신료는 세금처럼 받아챙기는 방송사, 민영화시키면 어떻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죠. 저도 취재할 때 가끔 고민합니다.

그래도, 처음 미디어 분야를 담당하게 되고 한국방송 사태를 취재하며 새삼 깨달은 게 있어요. 초반에는 ‘아니 어떻게 공영방송이 저런 보도를 해! 언론사 사장이 저런 말을 해!’라는 분노를 동력삼아 취재를 했었는데요. 대안을 찾는답시고 이것저것 뒤지던 어느 날, ‘대체 한국방송 역사에서 제대로 된 공영방송 역할을 한 시기가 있기는 한 건가?’, ‘내 삶에서 공영방송을 체감한 적이 있었나?’ 같은 물음에 부딪친 거죠.

이들이 공영방송으로 존재한 시간을 최대한 길~게 따지면, 1987년 <문화방송>(MBC) 등에서 방송민주화운동을 벌일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해도, 제 나이만큼도 안 되는 ‘청년’이더라고요. 엄격히 셈하면(혹은 ‘퇴행’을 고려하면) ‘유아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보니 ‘왜 당장 <비비시>(BBC)처럼 못할까’ 같은 좌절감이 조금 사라지더군요. 성숙한 공영방송을 만들어내기도 전에, 모조리 상업방송으로 바꿔버린다는 상상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쩐지 억울했습니다. 공영방송의 성취 수준이 곧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반영하는 척도 같기도 하고, 세월호 참사 보도를 지켜보며 방송도 ‘민생’과 직결된다는 걸 목도했으니까요.

결국 길 사장이 한국방송 이사회에서 해임되고 후임 사장 선임을 앞뒀던 때, 한 언론학자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되어야 할까요?” 이 분은 말했습니다. “자기 ‘스펙’을 위해 사장 자리를 거쳐가려는 사람, 재정 위기를 돌파하고 영향력을 키운답시고 국민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에만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최소한 방송 역사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을 사람 아닐까요.”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회장의 자격 기준으로 ‘공영방송의 사명을 충분히 이해하는 자’,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자’를 명시해뒀다지요.

1990년 우리 방송사들이 스스로 만든 회사별 ‘방송강령’만 상기해도 좋습니다. “우리는 방송의 주인이 국민임을 명심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공익과 국민의 권익 증진에 이바지한다.”(문화방송 강령에서), “우리는 자유언론의 실천자로서 공정방송을 성실히 수행한다.”(한국방송 강령에서)

올해 한국방송과 함께 <교육방송>(EBS)과 <와이티엔>(YTN) 등의 사장들 임기가 끝납니다. 문화방송 사장을 뽑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도 물갈이됩니다. 최초로 공영방송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도 열려요. 부디 많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송사로 이끌 사람들이 뽑혔으면 합니다. 저도 공영방송 사장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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