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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또 ‘표적 징계’…노조 집행부에 ‘정직’

등록 2015-01-13 21:10수정 2015-01-13 21:10

올해 2월 초 옮긴 서울 MBC 상암 신사옥.
올해 2월 초 옮긴 서울 MBC 상암 신사옥.
“다른 직원의 아이디를 도용했다” 명목
노조 “정당한 조합활동 옥죄려는 행위”
<문화방송>(MBC)이 자사 보도를 감시·비판하는 역할을 맡은 노동조합 집행부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다른 직원의 아이디를 도용했다”는 명목인데, ‘표적 징계’이자 ‘노조 탄압’이란 비판이 나온다.

 문화방송은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이하 노조) 소속 장아무개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한테 정직 3개월의 징계 결정을 통보했다.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통해 정보를 열람한 것은 사내 취업 규칙을 위반한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사쪽은 한 기자가 부부 사이인 다른 기자의 보도국 아이디를 공유한 데 대해서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통보했다.

 사쪽은 이번 징계가 지난해 진행된 ‘불법적인 보도정보시스템 열람과 정보유출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른 조처라고 밝혔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여름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 당시 문화방송의 내부 보도정보시스템 화면을 갈무리해 공개했고, 이에 문화방송 쪽은 ‘정보 유출자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문화방송은 국회에서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라 보도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최 의원의 질의에 대해 “현장 기자의 발제가 없어 보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방송사 보도정보시스템 화면을 제보받아, 실제 현장 기자의 발제가 있었던 사실을 공개했다.

사쪽은 이번 징계와 관련해 “노조 간부로서 보도정보시스템의 접속 권한이 없는 장 기자가 보도국 다른 사원의 아이디를 도용해 거의 매일 보도정보시스템을 열람했다”며 “보도의 독립성, 편집편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노동조합 탄압을 위한 징계, 즉각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생사람 잡는 엉터리 징계이며 정당한 조합 활동을 옥죄려는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쪽이 ‘민실위 간사가 기자 출신이고 정치인들과 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보를 유출했을 것이라 ‘추정’했다”며 “그리고 이 추정을 바탕으로 징계를 했다”고 했다. 노조 간부의 컴퓨터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사내망에 접속했다는 정황만으로 중징계를 내리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특히, 노조는 민실위 간사가 ‘내부 감시견’ 역할에 충실한 것에 대한 사쪽의 ‘표적 징계’에 나선 것이라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의 민실위는 뉴스를 포함해 사내 모든 프로그램의 공정성 감시를 주 목적으로 하는 기구다. 징계를 받은 장 기자는 민실위에서 보도 분야 감시를 맡고 있다. 민실위에서 편성·제작 분야를 담당한 김아무개 피디는 지난 조직 개편에서 교양제작국에서 비제작부서로 전보 조치된 바 있다.

 노조는 성명에서 “민실위는 1987년 이전까지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선배 기자, 피디 등의 처절한 자기 반성의 결과로 탄생한 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문화방송의 공정성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왔다”며 “사쪽이 공정방송을 위한 각종 규정과 기구를 무력화해 왔는데, 이번에 급기야 문화방송 뉴스의 마지막 감시자 역할을 하던 민실위 간사를 근거 없이 징계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회사의 감사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세월호 국정조사 때) 드러난 것은 회사의 기밀이 아니라, 잇따른 보도 누락의 책임을 현장 기자들에게 덮어씌우려던 보도국 수뇌부의 거짓말이었다”며 “그런 거짓말을 은폐하는 것이 사쪽이 말하는 기밀이고 정보 보안인가?”라고 반문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아이디 도용’ 주장에 대해 “민실위 간사의 컴퓨터는 노조 사무실에 있어서 다른 조합원들이 수시로 사용해왔다. 민실위 간사가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도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문화방송은 회사 징계에 더해 형사 고소도 진행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유출을 ‘추정’해서 징계를 내린 게 아니라, 도용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라며 “외부 유출에 관련해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추후 형사 고소를 진행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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